통합 검색어 입력폼

자고나면 매장 '뚝딱'..10억 빚을 4000억으로 바꾼 비결

조회수 2020. 9. 21. 1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유럽이 주목하는 '켈리델리' 켈리 최 회장
유럽이 주목하는 '켈리델리' 켈리 최 회장
7년 만에 유럽 10개국 700여개 매장
첫 사업 실패 10억원 빚 더미에서 재기 성공

켈리델리(Kelly Deli)는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회사다. 도시락 브랜드 ‘스시 데일리(Sushi daily)’를 운영한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크기 15㎡ 매대에서 요리사가 초밥 도시락을 만든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2016년 매출 4000억원을 냈다. 올해 예상 매출은 5000억원. 유럽 10개국에 700여개 매장이 있다. 이 회사가 화제인 이유 중 하나는 창업자가 아시아 동쪽 끝에서 온 한국여성이라는 것이다. 

출처: jobsN
켈리 최 회장.

주인공은 켈리 최(Kelly Choi·본명 최금례·49) 회장이다. 그는 7년 전 프랑스 리옹에서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유로피안 드림’을 이뤘다. 최근 성공담과 경영철학을 담은 책 '파리에서 도시락 파는 여자'을 냈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러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빈털터리 40대 한국인이 유럽에서 성공하기까지


최 회장은 전북 정읍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홀로 상경해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 학비를 스스로 벌었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1988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7년 후 패션 중심지인 프랑스로 갔다. 하지만 ‘최고는 힘들겠다’는 한계를 느꼈다.


때마침 프랑스에서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광고회사를 하던 친구가 최 회장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한국인이고 3개 국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9년 동안 회사를 운영했지만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그에게에게 남은 건 빚 10억원 뿐이었다.


그는 실패 원인으로 ‘모든 것을 다안다’고 착각했던 자만심, 눈앞에 있는 업무에만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꼽았다. “2년 동안 찌질하게 살았어요. 오랜만에 찾아온 후배를 두고 ‘커피값을 내가 내야 하나’ 눈치볼 정도였죠. 죽고싶던 날, 어머니를 생각하며 겨우 다시 일어났습니다.”

경기를 타지 않으면서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도시락을 생각했다. 2년 동안 마트 직원보다 더 오래 마트에 머무르며 시장조사를 했다. 유통·사업에 관한 책은 100권 이상 읽었다.


만나본 적 없는 전문가들에게 끈질기게 만남을 요청해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진심을 담은 메일을 보내고 수시로 찾아갔다.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 중요 행사마다 찾는다는 초밥 장인인 야마모토씨에게는 초밥 만드는 법을, 김밥 도시락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에는 경영방식을, 맥도날드 유럽 CEO 드니 하네칸(Denis Hannequin)에게는 글로벌 시스템을 배웠다. 

출처: 켈리델리 제공
야마모토 장인과 켈리 최 회장. 야마모토 장인은 켈리델리에서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재료를 직접 고르고 정기적으로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유명한 사람은 내게 관심을 없을거야’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들이대세요. 다만 들이대더라도 ‘센스있게’ 해야 합니다. 멘토로 삼고자 하는 사람의 저서와 인터뷰를 모두 읽으세요. 그 사람의 약력·철학·비전을 달달 외웁니다. 이렇게 하고도 해결 못한 궁금증이 있다면 메일을 보내보세요. 진정성이 통하면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답해줍니다.”


유럽 1등 마트 까르푸에 사업 제안을 할 때는 천운이 따랐다. 최 회장이 단 3장의 사업계획서를 까르푸에 보냈는데, 마침 까르푸 회장이 직접 그 계획서를 읽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에겐 매대 설치·운영 비용조차 없었다.


“파리시(市)의 창업지원사업에 뽑혀 자본금 3만유로(약 3900만원)을 지원받았어요. 까르푸와는 정식 계약 전에 2년 간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즉석에서 초밥을 만드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할테니 까르푸에서 운영 비용을 감당하라고 했어요. 까르푸에 돈을 꾼거나 마찬가지였죠.”


2010년 8월 프랑스 리옹 까르푸에 첫 매대를 냈다.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요리사가 즉석에서 초밥 도시락을 만들었다. 요리사는 손이 크고 투박한 서구인 대신 젓가락을 써 손 근육이 섬세한 동양인만 채용했다. 또 생선과 밥 뿐인 기존 도시락과 달리 채소를 듬뿍 넣어 ‘건강한 음식’임을 어필했다.


‘마트 도시락은 형편없다’는 편견을 깼다. 최 회장은 까르푸에 사업을 제안할 때 월매출 3만유로를 약속했다. 개인 매장이 아닌 마트 안에 있는 작은 매대에서는 불가능한 매출이었다. 우려를 깨고 켈리델리 도시락은 고객의 이목을 끌면서 첫달에 7만5000유로(약 9700만원) 매출을 냈다. 지금도 14㎡~16㎡ 크기 매대에서 30만~450만 유로 매출이 난다.


캘리델리는 5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판 도시락만 1억5000만개가 넘는다. 시장 점유율은 50%로 업계 1위다. 지금도 하루에 한개꼴로 매장이 생긴다. 경쟁업체는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초기 맥도날드보다도 빠른 성장세다. 

출처: 스시데일리 인스타그램
(왼쪽) 매장에서 도시락을 만드는 직원들.

대표가 자리를 비우고 세계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


회사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자 2016년 7월 세계 일주를 떠났다. 13개월 동안 요트 하나에 의지한 채 남편, 딸과 17개국을 돌아다녔다. 4명의 CEO가 최 회장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직원들이 필요로 할 때만 화상통화로 회의에 참여했다.


처음엔 13일도 아닌 13개월 동안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그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만류했다. “성공한 여성 사업가라면 가정을 포기하고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저는 행복하기 위해 사업합니다. 5살 딸이 크는 모습을 볼 순간은 지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의 행복’만을 위해 세계여행을 결심한 건 아니다.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사장이 없어도 타격이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켈리델리의 시스템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출처: 켈리 최 페이스북
켈리 최 회장 부부는 2014년부터 세계여행을 준비했다. 요트를 제작하고 휴가 때마다 요트 타는 연습을 했다. 요트를 모는 법 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유서 쓰고 요트 탔습니다. 대서양을 건널 때는 2주 동안 아무도 만날 수 없어요. 가령 맹장이 터지면 GPS 무전기로 구급대원, 병원 측에 연락해서 직접 수술을 해야 하죠. 별안간 준비없이 떠난 여행은 아닙니다."

켈리델리의 시스템이란 기업문화인 ‘totally togerther’를 말한다. ‘전적으로 함께’를 뜻한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수평적인 문화’만을 뜻하진 않는다. 켈리델리에선 누군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동료가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 평소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켈리델리의 기업문화는 프랑스 경영대학원 교재에 소개되기도 했다.


“가족 같다고 동료를 막 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를 믿는다’는 의미예요. 켈리델리에는 ‘결재’나 ‘보고’가 없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서 해요. 동료들이 서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의심 안합니다.”


실패하지 않는 게 실패하는 것


이제 그의 꿈은 고속 성장 중인 켈리델리를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도시락 사업에서 시작했지만 '아시안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오래가는 기업은 고객과 직원, 파트너사가 모두 행복한 회사입니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했다. “실패해보지 않는 게 실패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흙수저였다가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하나 있어요. 지금 절망해도 언젠가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겁니다. ‘나는 안될 거야’ 생각하기 보다 나의 오늘에서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 보세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