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억원 투자받은 스타트업 대표의 외침 "싹을 자르지 말아달라"

조회수 2020. 9. 21.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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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선의의 경쟁으로 평가받겠다

카풀(carpool)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풀러스(Poolus)’는 지난 1주일간 이슈의 중심에 섰다. 현행법은 자가용 승용차가 유료로 사람을 태우거나 이를 중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대 카풀만 허용한다.


문제는 풀러스가 지난 11월 6일 기존의 출근 시간(오전 5~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 ~ 다음날 오전 2시)에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24시간 체제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풀러스를 고발했다.


이에 배달의 민족 등 120여개 스타트업을 회원으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4차 산업혁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 행위이자 행정 당국에 의한 그림자 규제"라며 반발했다. 풀러스는 공유경제의 모범 사례일까, 아니면 대중교통 체제를 무너뜨리는 ‘나쁜’ 서비스일까. 풀러스 김태호 대표를 만나 최근 이슈에 대해 물어봤다.


1년 반 만에 회원 수 75만명, 220억원 투자받아


풀러스는 다음(현 카카오) 마케팅 담당 임원 출신인 김 대표, 카쉐어링 회사 ‘쏘카’를 창업한 김지만씨, 이윤정 현 풀러스 COO(최고운영책임자)가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김 대표와 김지만씨는 다음에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이윤정 COO는 쏘카에서 김지만씨와 인연을 맺어 풀러스 창업에 나섰다.

출처: 풀러스 제공
김태호 풀러스 대표

“자동차의 공간이 이렇게 넓은데, 운전자 한명만 타는 게 사회적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공간을 활용하면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풀러스와 공유경제라는 큰 틀에서 비슷한 모델인 쏘카를 창업한 김지만 전 대표의 영향도 있었고요.”


풀러스는 지난해 5월 분당과 판교 일대를 중심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IT업계 종사자들이 많아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데다 정부와 성남시가 조성한 일종의 산업단지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자의 호평이 이어졌고, 서울·수도권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현재는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풀러스의 회원은 자신의 차를 제공하는 ‘드라이버’와 동승자인 ‘라이더’로 나뉜다. 라이더는 대략 택시비의 70% 정도의 비용을 낸다. ‘예약 호출’ 기능도 있어 다음날 아침 출근길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어차피 가는 길,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편해서, 비용이 택시보다 저렴해서 쓰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만남이라는 부분도 풀러스가 주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지역에 근무하는 사람들끼리 맥주 모임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풀러스는 서비스시작 1년 반만에 회원 수 75만명, 누적 이용건수 370만건(9월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풀러스는 최근 신성장기술펀드(네이버-미래에셋 합작펀드), 옐로우독, SK, 미국의 투자펀드인 컬래버레이티브 펀드 등 국내외 유명 투자사로부터 220억원을 투자받았다. 시리즈 A 투자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시리즈A 투자란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로 창업을 위해 엔젤투자가로부터 받는 시드 머니 투자 다음 단계다.


’출퇴근 때’의 해석을 놓고 벌어진 사태


사실 풀러스 이전에도 풀러스와 비슷한 모델로 국내에 안착하려고 시도했던 기업이 있다. 세계적인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다. 우버 역시 2013년 국내에 들어왔다가 풀러스와 비슷한 마찰을 겪은 끝에 2015년 보통의 승용차를 공유하는 ‘우버X’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의 시도가 이미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풀러스는 왜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을까.


“겉으로 보면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창업과정, 서비스를 실제로 하는 과정은 매우 다릅니다. 우버는 국내법을 무시하고 무작정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시작부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생각했고, 그래서 법에서 허용하는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한 겁니다. 출퇴근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드라이버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미리 입력하고, 운행횟수가 과도하지 않게 가이드하는 등 현행법을 준수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풀러스의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범서비스 홍보 포스터(좌) 풀러스 이용방법(우)

논란의 핵심이 되는 법 조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이다. 이 조항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운송에 사용하거나 임대, 중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예외다.


문제는 법에서 출퇴근 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법률에 흠이 있는 상황에서 ‘출퇴근 때’라는 문구를 해석을 달리 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풀러스 측은 “유연 근무제 도입 등으로 출퇴근 시간에 변화가 있어 24시간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카풀 제도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 24시간 서비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카풀은 90년대 중반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정책입니다. 그때를 생각해보세요. 토요일도 오전 근무를 하던 때 아니었습니까? 당연히 토요일 출퇴근 길에도 카풀을 허용했을 겁니다. 그런데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죠. 사회가 변화하면 그에 맞춰 제도의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유연 근무제가 도입되는 등 근로 형태가 예전과 많이 바뀌었어요. 출퇴근 시간도 다양해졌고요.”


상생과 선의의 경쟁으로 평가받겠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자가용의 유상 운송 행위를 금지한 이유는 기존의 대중교통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 특히 택시 등의 권익을 일정부분 보호해주지 않으면, 관련 사업이 무너지고, 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의 대중교통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교통체계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곳을 보완하자는 것이죠. 원래 이번에 24시간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교통 약자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1·2등급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보행이 불편한 3등급, 4등급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죠. 이런 분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로 미뤄졌지만요.


저희는 기존의 대중교통 주체들과 상생을 위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습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해야겠죠. 꽃을 채 피워보기도 전에 싹을 자르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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