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짙은 화장을 믿지 마세요

조회수 2020. 9. 21.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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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벗어나니 탄생한 착시 예술
윤다인 착시 메이크업 아티스트
'창의성 없다' 좌절했던 재능
도화지 벗어나니 탄생한 착시 예술

2017년 10월, 미국 낮 시간대 시청률 1위 토크쇼 진행자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 이마와 뺨에 눈과 입술을 그려 넣은 윤다인(24)은 엘렌 드 제너러스 쇼(Ellen de generous show)에 출연 중이었다. 엘렌은 그녀의 얼굴 위 6개의 눈 중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려 했다.

출처: 'Theellenshow' 캡처
'엘렌쇼'에 출연한 윤다인 아티스트의 모습

그의 직업은 착시(Illusion)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디페인팅과 미술을 접목한 ‘착시 예술’을 선보인다. 신체 위 그림으로 착시 효과를 만드는 작업이다. "포토샵 아니냐"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몸에 그려 넣은 한옥 일부는 한옥 배경과 하나처럼 보인다. 투명한 붕대를 온몸에 휘감은 듯 검정 배경이 몸에 비친다.


어릴 때는 수줍음이 많아 학교 발표도 제대로 못했다. 5학년 때 추상화 작가인 어머니 권유로 미술을 시작했다. 내성적인 그녀의 성격에 잘 맞았다. 예원학교·서울예고 모두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교 다닐 땐 현실과 똑같이 그릴수록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정물화를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잘 그려 등수가 높았습니다.”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창의적 재능’이 없다는 열등감이었다. 똑같이 잘 베꼈지만 그뿐이라 생각했다.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를 꿈꿨다.


“성적이 좋을지 몰라도 예술적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적 그림 말고 새로운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현하고 싶은 욕망은 큰데 방법이 없어 답답했어요.”

출처: dainyoon.com
포토샵 없이 실제 작업으로만 이루어진 'The Untouchable'

서울예고 수석 졸업자였지만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면접에서 겸손하지 못한 태도, 낮은 수능 성적이 문제였다. 재수생활을 하며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


1년 재수를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에 진학한다. 순수미술 화가인 어머니와 달리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혼자 작업해왔는데 학교에선 조명과나 건축학과 등 다양한 학과와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함께 합작물을 만들며 제 틀을 깰 수 있었습니다.”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에 뛰어들었다. 대학교 2·3학년 때는 스타일리스트, 공연 그래픽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영화 메이크업 어시스턴트 등으로 일했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5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관심 분야는 모두 경험해본 것 같아요. 해보면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죠.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들다, 돈을 조금 준다의 문제가 아니라 ‘마흔 살까지 하고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그만뒀어요.”

출처: dainyoon.com
2015년 5·6월 화제였던 초기 작품

2016년 5월. 그림을 몸에 그려 넣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 ‘캔버스가 몸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얼굴에 포갠 손 위에 이목구비를 그려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다음날 데일리 아트 (Daily Art ·인스타그램 팔로워 380만명의 예술품 전시 계정)에서 그녀의 작업을 소개했다.


“흉내 내는 그리기만 잘하지 창의적 재능이 없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저였죠. 도화지를 벗어나니 똑같이 그리는 재능이 예술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 언론에서 앞다퉈 그녀를 찾았다. 2017년 10월 회당 시청자 수 평균 300만 명인 미국 유명 프로그램, 엘렌 드 제너러스 쇼에 출연했다.


“메이크업 작업만 다섯 시간 이상 걸렸어요. 제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갤럭시 오브 립스’(이마와 뺨 등에 여러 개의 눈과 입술을 그린 분장)와 ‘머리털 난 손톱’(손톱에 머리카락을 붙이고 이목구비를 그린 작품)이라는 작업을 한채 출연했습니다. 동대문에서 20만원대 원피스를 구입해 갔어요. 청심환을 가져갔는데 아빠와 언니가 먹어버려 그냥 입장했죠. 내성적인 탓에 학교 다닐 때 발표도 못했던 저였습니다. 정신을 잃지 않은 게 기적이라 생각해요.”

출처: 출처 @designdain
'엘렌 드 제너러스 쇼' 백스테이지에서

엘렌쇼는 그녀에게 왕복 항공권, 일주일 호텔 숙박권을 제공했다. 가족들이 동반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그날 함께 출연한 스타는 케이트 블란쳇. 2012년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 때 싸이도 출연했다. 그녀가 출연한 엘렌쇼 유튜브 조회수는 2017년 11월 기준 410만회 이상이다.


“제 작품의 매력은 ‘재미’에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어릴 적부터 제게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예술에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라구요. 몸과 표정, 동작 등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유머러스한 자유로움에 있다 생각합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작업한다. 아이디어 기획부터 그림 작업, 조명 설정, 촬영까지 범위는 무한하다. 화장품과 물감을 섞어 색을 낸다. 작업 중간중간 거울을 보며 구조를 조정한다. 조명 색에 따라 입체감도 천차만별이다. 카메라 리모컨을 눌러 원격으로 촬영한다.

직접 제작한 자신만의 홈페이지 dainyoon.com

“현대 예술가들은 미디어, 사진,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요. 제 홈페이지(dainyoon.com)도 직접 코딩 기술을 익혀 만들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윤다인 아티스트. 그녀는 앞으로도 ‘착시 메이크업’ 작업을 계속하며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세상에는 합리적인 고정관념도 있고 맞서야 하는 편견도 있어요.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시각 차이를 알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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