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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 자취생 4명이 머리를 맞댔더니.. 한 달 매출만 5000만원

조회수 2020. 9. 21. 17: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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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
페북 인기 페이지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팔로워 60만의 1인가구 최대 커뮤니티로
마케팅 회사 아닌 '소셜벤쳐'

2016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약 540만. 전체 가구 수(1937만)의 30%다. 비혼(非婚)족이 많아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혼자 살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곤란할 때가 있다. 또 외롭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과의 교감이 적은 데서 오는 정서적 결핍을 다 메울 수는 없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이하 자생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자취하던 네 명의 대학생이 2014년 9월 만들었다. 이 페이지는 3년 여만에 팔로워 60만명 규모의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자생살을 운영하는 ‘노잉커뮤니케이션’ 소현민·허지웅 공동대표를 만나 페이지 개설 계기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두 사람은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올해 스물 다섯 살이다.    

노잉커뮤니케이션 소현민·허지웅 공동대표. 안경 쓴 사람이 허 대표.

‘잉여가 아닌’ 네 명의 친구들이 만든 자생살


군대를 다녀온 네 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노잉’(잉여가 아니라는 뜻)이라는 모임을 결성해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었다. 마침 모두 자취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자취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보기로 했다. 자신들과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모아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물고기나 민물가재를 기르는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현민이와 운영한 적도 있어요. 회원수가 24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제법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공통 관심사에 대해 온라인에서 정보를 나누며 교감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허지웅)


2014년 9월부터 두 달간 자취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하루 1개씩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4000명 정도를 모았지만 성장은 멈춰있었다. 각자 생활이 바빠지면서 페이지 운영은 흐지부지됐다. 페이지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던 소 대표가 2주에 한 번 정도 콘텐츠를 올렸다. 

자생살의 콘텐츠 제작 현장

두 달 만에 팔로워 2배 늘리며 급성장


자생살의 도약이 시작된 건 2015년 12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다니는 허 대표가 그 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후였다. “실망을 많이 했어요. 한동안 좌절기를 겪었습니다. 실패를 잊고 뭔가에 집중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자생살 팔로워 수는 6000명이었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페이지 관리에 힘을 쏟아보기로 했다. 하루 2~3개씩 콘텐츠를 올렸다. 영상이나 카드뉴스였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만나서 아이템 회의를 하고, 각자의 집에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콘텐츠 1개를 만드는데 1~2시간이 걸렸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 안 나게 보관하는 법, 간편 음식 제조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인기를 끌었다. 2016년 2월 팔로워가 1만2500명까지 늘었다. 두 달 만에 2배가 된 것. 하루 만에 3000명이 늘어난 날도 있었다. “콘텐츠 만드는데 집중했고, 그러다 보니 질이 좋아졌어요. 콘텐츠를 만들 때 ‘이런 정보를 제공하면 좋아하겠지’가 아니라, 팔로워들이 무엇이 필요할지를 먼저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운영 방식의 장점도 잘 활용했다. 운영자 공급 중심의 ‘페이지’로 팔로워를 늘리고,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후에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그룹’을 개설해 참여도를 높였다. 그룹은 가입 신청을 받아 회원제로 운영한다. 회원들은 자유롭게 사진이나 글을 올린다. “기존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페이스북 페이지는 항상 사용자들에게 노출돼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확인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기 때문에 금세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었어요.”

자생살의 인기 콘텐츠와 이벤트

월 매출 4000만~5000만원


자생살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2016년 6월 팔로워 10만명을 넘겼다. 그 해 9월에는 27만명이 됐다. 자생살 직원 수는 공동 대표 2명을 포함해 총 4명. 팔로워가 60만명 넘는 거대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 한 달 60~70개에 달하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단기 서포터즈나 에디터 역할을 할 사람을 뽑아서 만든다.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서 80명 가까운 서포터즈가 선발돼 콘텐츠 생산을 해왔다. “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뽑습니다. 대부분 전혀 제작 기술이 없는 친구들이에요. 두 달 정도 활동하는데 저희가 콘텐츠 제작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동영상 편집과 촬영기법, 조명 다루는 법 등을 자세히 알려줘요.”


자생살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1인가구에게 필요한 제품을 싼 값에 제공하는 공동구매, 기업 협찬 콘텐츠 제작, 기업과 함께하는 캠페인·이벤트를 통해 돈을 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하루에만 서너 차례 제휴 문의가 온다. 편의점, 간편식 제조사, 도시락 업체, 이삿짐 관련 업체 등 다양하다. 올해 들어 한 달 평균 월 매출은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자생살의 오프라인 모임

1인가구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


자생살의 지향점은 인터넷 마케팅 회사가 아니다. 쉽게 말해 사람을 모아서 광고하고 물건 팔아서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 자생살은 ‘소셜벤쳐’로 나아가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 먹는 행사(혼밥말고 여러밥)를 열거나 토크 콘서트, 미니 공연 등을 개최하며 정서적 결핍이 생길 수 있는 1인가구를 보듬는 역할에 주력한다. 순익의 3분의 1 정도를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는데 쓰고 있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언젠가는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혼자 사는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 뭉치게 해줄 수 있고, 일종의 ‘대안공동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인가구를 위한 온·오프라인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서 저희가 1인가구의 트렌드를 연구하고 그걸 반영한 상품이나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1인가구 문화를 주도하고 그 시장의 중심에 서고 싶어요. 혼자 사는 사람이 자생살을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끔요. 지금은 청년 이용자가 많지만, 언젠가는 혼자 사는 노년층에도 다가가는 자생살이 되고 싶어요.”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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