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데 비와이 얼굴을 가렸다, 그런데 이게 먹혔다

조회수 2020. 9. 21.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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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짜리 인터뷰로 아시아를 사로잡은 'sellev' 문법
평범했던 사람들의 특별해진 이야기
1인전담 시스템 콘텐츠 생산 구조
‘셀레브 Japan’ ‘셀레브 China’ 꿈꿔

‘셀레브(sellev)’는 2016년 4월부터 시작한 영상 콘텐츠 제작사다. 셀레브는 인터뷰 콘텐츠를 전문으로 한다. 각 콘텐츠의 재생 시간은 단 3분. 분명 한 사람이 나오는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있는데 마치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셀레브 콘텐츠의 가장 큰 차별화는 영상의 절반을 덮는 ‘자막’이다. 영상미를 중시해 자막을 최소화하려는 업계 풍토와는 전혀 다르다.


‘셀레브’는 자신들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았다. 치밀한 분석과 검증을 통해 확인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단 1.5초 안에 해당 영상을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 큼지막한 자막으로 영상 초반에 핵심 내용을 팍팍 배치하니까 조회 수가 4배까지 차이가 났다. 론칭 1년 만에 22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아시아를 사로잡은 셀레브의 임상훈(32) 대표를 잡스엔이 만났다. 

출처: 셀레브
'셀레브(sellev)'는 임상훈(32) 대표가 2016년 4월 창업한 영상 콘텐츠 제작사다.

-‘셀레브(sellev)’에 담긴 의미는 뭔가

“‘유명인(celeb)+모든 것(everything)’ ‘팔다(sell)+모든 것(everything)’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 셀럽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들이 지닌 무형의 능력을 유형화한 상품으로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예전에는 ‘유명인’이라고 하면 연예인만 떠올렸다. ‘셀레브’는 그 유명인들의 범위를 더 확장시켜서 ‘셰프’ ‘파워블로거’ ‘창업가’ 등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셀레브 문법’이란 말이 나올 만큼 다른 인터뷰 영상과 차별점이 많다던데

“일단 영상이 짧다. 대부분 3분 남짓이다. 처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 3분보다 짧으면 메시지 전달이 충분치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셀레브 영상은 자막이 화면 절반을 가린다. 기존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인터뷰 영상을 누가, 언제, 어디서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실눈을 떠도 확실하게 인식 가능한 폰트 크기를 선택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영상 시작부터 큼지막한 자막을 팍팍 배치하니까 조회 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영상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대표가 직접 살핀다고 하던데

“대표 혼자 해내는 사업이 어디 있겠나. 18명의 직원 모두가 함께 고심한다. 우리 직원들 중 영상 전공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제 전공은 의료경영이다. 디자인 총괄은 물리치료학과 출신이고, 치프 피디(chief PD)는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제 영상 콘텐츠는 조회 수뿐만 아니라 이탈률을 줄이는 게 중요해졌다. 인터뷰 영상 하단에 해시태그로 분류된 간략한 목차를 만들고 구독자가 어느 부분까지 영상을 보고 있는지 바(bar)를 통해 알려준다. 중화권 콘텐츠 제작을 위해 중국인에게 ‘어떤 폰트가 가장 예쁜지’를 묻는 시장조사를 했다. 각 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양’을 분석해서 화면 우측 상단에 그려 넣기도 했다.


유통되는 플랫폼에 따라 편집에 차이를 뒀다. 유튜브는 구독자를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구독 버튼’을 누르라는 장면부터 나오도록 영상을 편집한다. 페이스북은 영상 말미에 질문을 던져서 SNS 친구들과 해당 질문을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원래 자막은 흰색인데 카카오에 내보낼 때는 상징색인 노란색을 덧입혔다. 각각의 ‘한 끗 차이’가 셀레브 인터뷰와 다른 영상을 구분 짓는다.” 

출처: 셀레브
큼지막한 자막으로 화면을 덮는 건 영상 업계에서 지양하는 일이다. 셀레브는 이걸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했다. 카피캣이 등장하자 아예 원본 디자인 소스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경쟁 업체에서 셀레브 문법을 따라 한다고

“1년 정도 지나고 나니까 카피캣이 등장했다. 그래서 아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본 디자인 소스(PSD)와 글꼴 등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해 버렸다. 지금 우리가 가진 전략 하나만 꽉 붙잡고 매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따라 잡히기 마련이지 않나. 노하우 공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셀레브’가 도약해야 할 필요와 의지를 다졌다. 이제는 ‘기버(Giver)’가 살아남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요즘 영상 콘텐츠 트렌드는 뭔가

“영상 콘텐츠 트렌드는 계속 바뀐다. 요즘 트렌드는 극과 극인데 3분보다도 더 짧은 걸 원하는 부류와 아예 풀 영상을 원하는 부류로 나뉜다. 인터뷰 촬영을 하는데 보통 4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걸 압축해서 3분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데, 일주일에 꼬박꼬박 2개씩 콘텐츠 공급이 가능한 이유는 ‘애자일 프로세스’ 덕분이다. 우리는 1인 전담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명이 기획부터 촬영, CG(자막 및 디자인), 편집 전 과정을 혼자 책임진다.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기술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요즘은 셀레브 인터뷰 풀 영상을 제공받고 싶다는 요청이 많다. 그래서 해시태그를 활용해서 인터뷰 영상을 세분화하고 그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도 최근 대학생을 모아 예전 방송 자료 전체에 해시태그를 다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예전 콘텐츠를 재가공해서 다시 세일즈 하겠다는 의중이 깔린 거다. 업계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재가공하고 그걸로 수익을 내는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라이브 앞두고 있다던데

“셀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피디 친구가 직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셀레브'는 이 다큐멘터리의 배급을 맡았다. ‘퍼센티지’라는 이름으로 12월 초에 공개하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인데, 대한민국 패션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3분짜리 인터뷰 영상만 만들다가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는 이유는 셀레브가 다루는 영상 스펙트럼이 커져서 각각의 구성원이 점조직으로 떨어져 나가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쉽게 말해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도제 문화’ 아래 자행되는 불합리성을 버리고 ‘셀레브’를 통해서 영상 제작자들이 고루고루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이다음 목표는 뭔가

“목표는 항상 바뀐다. 지금 떠오르는 건 콘텐츠 현지화를 통해서 셀레브의 영향력을 더 넓히는 거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는 가수 트와이스와 선미의 안무를 만든 ‘리아킴’ 인터뷰다. 대중문화 전면에 서 있는 연예인보다 뒤에서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걸 보고, 각 분야의 셀럽을 인터뷰하는 우리 방식이 해외에서도 먹힐 거라고 봤다. 앞으로 ‘셀레브 Japan’ ‘셀레브 China’ ‘셀레브 Englnad’가 생기도록 노력할 거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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