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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원짜리 기차…1년에 1억 버는 장인의 ‘맨손’ 보니

한대에 2500만원 짜리 기차 만들고 연 1억원 버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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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모형 달인, 이현만
기차 한 대에 2500만원도
모형제작 "시장 좁고 힘든 일.."

수도꼭지, 칸막이, 석탄을 넣는 보일러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차 내부다. 하지만 이 기차에는 사람이 탈 수 없다. 길이 60cm의 모형 기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와 똑같은 모형을 만드는 주인공은 이현만(59)씨. 30년 동안 모형 기차를 만든 장인이다. 작업실엔 250여 개의 기차 모형이 있다. 오래전 발명된 목탄 증기 기관차부터 현재 운행 중인 기차까지 다양하다. 그가 한평생 기차 모형을 만들어 온 이유가 무엇일까.

기차 장인 이현만씨와 그가 만든 기차 모형

출처jobsN

손재주가 좋은 아이, 기차 회사에 취직


어렸을 때부터 워낙 손재주가 좋았다. 중학생 때, 부모님이 중고 자전거 한 대를 사줬다. 브레이크부터 기어까지 모두 분해했다. 부품 하나하나 기름칠해서 다시 조립해 새것처럼 탔다. 누구한테 배운 적이 없었지만, 한 번 보고 뜯어내면 다시 원래대로 조립할 수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는 사람한테 추천받은 기차회사에 들어갔다. 기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회사에 들어가고 보니 모형기차를 만드는 곳이었다. "무슨 장난감 회사였어요. 나는 기차 만드는 곳인 줄 알았죠. 다음날 그만두려고 했는데, 한번 다녀보라고 설득하길래 그냥 나갔죠. 그렇게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허드렛일은 모두 이 씨의 몫이었다. 10년이 지나고도 모형 기차를 만들기는커녕 부품만 만들었다. 32살이 되던 해, 회사에서 나가 자신만의 기차를 만들고 싶었다.


첫 주문 받고 4억 5000만원 빚쟁이로


지금까지 일하면서 번 돈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어 부천에 작은 공장을 하나 마련했다. 그즈음 기차 모형을 주문하러 미국 바이어가 한국을 찾았다. 전에 일하던 공장 동료에게 수소문해서 바이어가 있는 호텔로 찾아갔다.


"무턱대고 찾아가 기차 모형을 만들 수 있으니 일을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기차 도면을 주더군요. 샘플을 만들어서 다시 찾아갔습니다. 샘플을 보고 바로 계약했습니다." 기차모형 1000대를 주문 받았다. 혼자 만들다가 일손이 부족에 나중에는 지인들과 함께 했다.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오전 7시에 다시 공장에 나갔다. 그럼에도 마감일자를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바이어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계속되는 압박으로 이씨는 더 이상 못 만들겠다고 계약을 취소하자고 했다. 물어줘야 할 위약금만 한화로 4억5000만원이었다. 그 돈을 다 갚을 자신이 없었다. 죽을 생각까지 했다. 얼마 후, 바이어한테 시간을 더 줄 테니 잘 끝내 보자고 연락이 왔다. 결국 1000대 제작을 마무리했다. 위약금은 물지 않아도 됐지만 부품 제작비, 공장 운영비, 인건비 등을 빼고 나니 이씨 손에 남는 돈은 0원이었다.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기차 모형


주문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온다. 각국에 있는 기차 모형 회사가 기차 모델을 선정하고 공동구매자를 모집한다. 이후 모형 제작자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보통 한번에 100~200대를 주문한다고 한다. 제작 의뢰를 받으면 이씨는 실물 기차 사진과 설계도를 받는다. 회사에서 원하는 스케일에 맞게 도면을 다시 그린다. 지금은 컴퓨터로 작업하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대부분 87:1, 45:1, 35:1 크기로 요청한다. 그 후 샘플을 만들어 외국으로 보내고, 피드백이 오면 수정 후에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한다.

30년 세월이 담겨있는 이현만 장인의 손. 장갑을 끼고 작업하던 중 장비에 손이 딸려 들어가 다친 이후 맨손으로 작업을 한다.

출처jobsN

부품은 황동으로 제작한다. 기차 외부와 내부에 있는 부품 원형을 직접 만든다. 기차 한 대에 필요한 부품은 1500~3000개. 그것을 본떠 금형 작업을 한다. 모든 부품이 준비되면 납땜을 시작한다. 기차 내부부터 조립해 나간다. 제작까지는 7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씨가 만든 기차모형은 모두 움직인다. 철길 모형 위에 전선을 연결하면 기차 안에 있는 모터가 작동한다.


이렇게 완성한 기차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것은 한 대에 200만원. 비싼 것은 값이 2500만원까지 나간다. 이씨의 연 수입은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한 대에 5000유로(약 650만원)짜리 모형 100대를 만들면, 1년에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번다고 한다. 제작 전 계약금의 30%를 먼저 받고 샘플 제작 후 30%, 납품까지 마무리하면 나머지 금액을 모두 받는다. 마감 시간과 모형 완성도에 따라 받는 금액에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명한 미스터 리(Mr. Lee)


해외의 기차 모형 매니아 사이에서 이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해외 기차 모형 전시회나 축제에 참여하면 사람들이 먼저 와서 사진과 사인을 요청한다고 한다. 모두 그가 만든 기차 모형을 구입한 고객들이다.


이씨는 7년에 걸쳐 미국의 기차 모델 '빅보이'를 만들었다. 무게 200kg, 길이 225cm에 달한다. 이를 본 실제 빅보이 제작자가 직접 사인을 해 책을 보냈고, 독일 bild지는 그를 빅보이 모형 제작자로 소개했다. 2억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팔지 않았다. 한 번은 미국의 중장비 회사 캐터필러(Caterpillar, Inc.)에서 불도저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모형을 본 캐터필러 회장이 정교함에 놀라 이씨를 현지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씨가 7년에 걸쳐 만든 16:1 크기의 빅보이 기차 모형.

출처jobsN

3년 전, 지금의 인천 기차 모형 공장에 자리 잡았다. 1층은 제작실, 2층은 기차 모형 박물관 겸 레스토랑을 계획했다. 공사를 마쳤는데, 주방일을 맡기로 한 아내가 몸이 안 좋아졌다. 커피숍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로 했다. "지금 내부 공사 중입니다. 한쪽엔 커피숍, 한쪽엔 기차 박물관으로 리모델링 중입니다. 11월 말에 오픈 예정이에요."


한 분야에서 장인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대부분 후배를 양성한다. 하지만 이씨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30여년 일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연락도 꽤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배워,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워낙 시장도 좁고 힘들기 때문이죠.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 큰돈을 벌거나, 후배를 키워서 기술을 전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냥 제가 몸이 따라주는 날까지 기차 모형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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