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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평생직업 대신 삼중생활 선택한 'N잡러'입니다

조회수 2020. 9. 21.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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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 '하나의 일터'를 거부하는 사람들..'N잡러가 온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 N잡러
다양한 영역에서 자아 성취 가능
N잡러 보장해줄 법 체제 미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반순미(27)씨는 9개월째 은평구의 한 협동조합에서 조합원 관리 직무를 맡고 있다. 근무 시간은 ‘9 to 6’를 지키지만 일반 직장인과 달리 일주일에 딱 3일만 출근한다. 반씨는 ‘N잡러(여러 개의 일을 가진 사람)’를 꿈꾸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주 3일 근무하는 건 반씨가 유일하다. 그만큼 주 3일 근무는 이례적인 일이지만, 'N잡러'를 지향하는 그의 뜻을 이해하고 협동조합이 먼저 주 3일 근무 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평생직장’ ‘평생직업’ 시대는 지나갔다는 교육을 받았다. 좋아하는 분야, 관심 가는 영역이 많으니까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다.” 

출처: 반순미씨
은평구의 한 현동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는 반순미(27)씨는 'N잡러'를 꿈꾸고 있다.

일주일 중 나머지 나흘은 동네 주민이나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성 모임을 갖는다. 독서 나눔을 할 때도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퇴근 있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취미 관련 워크숍을 진행한다. “주 3일 근무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걱정이 많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주 5일 일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주 3일 일하는 것은 굉장히 불안정한 삶이라고 생각하시더라. 주 3일 근무를 선택하면서 수입이 반 정도 줄어든 건 맞지만, 일을 할 때 능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근무환경을 택했다고 자부한다.” 반씨는 현재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성 모임을 발전시켜 하나의 ‘업(業)’으로 삼을 생각도 있다.


‘N잡러’는 여러 수를 의미하는 알파벳 ‘N’과, 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JOB’ 그리고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 ‘-er’을 합성한 신조어다. 한 개의 직업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가 힘들어서 부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투잡족’과는 구별된다. ‘N잡러’들은 생계유지 목적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비전을 성취’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출처: 홍진아씨
홍진아(34)씨는 두 개의 직장을 다니는 'N잡러'다.

홍진아(34)씨도 ‘N잡러’ 중 한 명이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진저티 프로젝트’로 출근한다. 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는 조직 내 민주적인 소통 촉진을 돕는 웹서비스를 기획해서 제공하는 ‘빠띠’에서 근무한다. 어느 직장에서건 ‘콘텐츠 기획’이 홍씨의 주된 업무이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다뤄보고 싶어서 두 개의 직장을 선택한 지 9개월이 지났다.


‘N잡러’라는 새로운 근로자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 체제는 아직 미비한 상태라고 홍씨는 말했다. “‘N잡러’를 생각할 때 아르바이트하거나 ‘4대 보험’이 안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근무 형태가 유연한 스타트업이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이 생기면서 N잡러 대열에 뛰어들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한 법 체제는 미비한 상태다. N잡러는 소속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개의 소속을 가진 사람들이다. 저 같은 경우 ‘빠띠’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노동법상 두 개의 직장에 소속될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 ‘진저티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사업자로 적용돼 3.3% 세금을 떼는 방식으로 근로 계약을 맺었다.”


홍씨는 현재 자신이 ‘N잡러’ 인생을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게 왜 안 될까?’라는 생각에서 이런 실험을 시작했다는 거다. 하지만 모두가 ‘N잡러’가 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분명히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두 직장이 한꺼번에 바쁜 시기도 있는데 그럴 때면 육체적·정신적 힘듦이 2배가 된다. ‘빠띠’에서 일할 때는 ‘진저티 프로젝트’ 일 진행상황이 궁금하고, 거꾸로 ‘진저티 프로젝트’에서는 ‘빠띠’ 상황이 궁금해서 머릿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엉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일정 시간 적응기가 필요한데 이런 업무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능률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저처럼 여러 개의 직장에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자아 성취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 건 분명하다. 앞으로 N잡러를 고용하고 싶어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더 유연한 노동 환경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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