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 서울대 합격 후 잠수복 사러 갈뻔한 황당 사연

조회수 2020. 9. 21.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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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실제가 다른 학과들
이미지와 실제가 다른 학과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을 치르고 나면 대학과 전공을 골라야 하는데, 이때 별생각 없이 선택을 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사람이 적잖다.


특히 학과 이름만 보고 가르치는 내용을 지레짐작하면 이런 참사가 벌어지기 쉽다. 비즈니스 회화를 배우러 영어영문학과에 갔다가 셰익스피어를 전공하게 된 글쓴이 친구처럼 말이다. 이처럼 학과명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실제 배우는 내용이 다른 전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단히 훑어보도록 하자.


언어학과


여러 나라 말을 골고루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언어학이란 언어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구조를 갖추며, 변하고 쓰이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모르는 언어가 보이면 무작정 언어학과 학생에게 묻고 보는 만행은 저지르지 말도록 하자. 그들 또한 여러분처럼 한국어와 영어 배우기만도 벅찬 가엾은 인간들이다.


반대로 언어학과에서 가르치는데, 사람들은 통 물어보질 않는 언어도 있다. 바로 ‘컴퓨터 언어’다. 실제로 java나 파이썬(python) 등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며, 프로그래밍과 코딩도 교육한다. 심지어 서울대 언어학과에선 컴퓨터언어학이 전공 필수 과목이다.

출처: jobsN
서울대(왼쪽)와 고려대 언어학과 커리큘럼. 컴퓨터 언어 전공과목이 여럿 개설돼 있다. 서울대 언어학과는 컴퓨터언어학이 전공 필수 과목이다.

이 때문에 언어학과 학생들은 프로그래머로 진로를 잡을 수 있다. 수학이 두려워 문과로 왔지만 프로그래머가 되고픈 학생은 이쪽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도 좋겠다. 물론 이과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따로 노력을 더 들일 필요가 있지만, 아무튼 여타 문과 계통 학과들보다야 길이 열려있는 편인건 사실이다.


다만 국내에 언어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충남대, 한국외대(글로벌캠퍼스) 다섯 군데뿐이라는 건 함정이다. 유학 가지 않는 이상, 수학을 조금 못하는 대신 다른 과목을 매우 잘해야 언어학과에 비벼볼 만할 것이다.

출처: jobsN
고려대 언어학과 진로 소개 페이지.

여담으로, 이 사실을 몰랐던 모 국회의원이 2016년 국감 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대학 전공별 진로 가이드’에서 언어학과 진로로 프로그래머를 추천한 걸 ‘황당 사례’라 꼽은 적이 있다. 다른 사례는 정말 황당한 면이 있지만, 언어학과만큼은 살짝 미스 캐스팅이었던 듯하다.

출처: jobsN
당시 모 국회의원이 꼽은 '황당 사례' 중 일부.

경영학과


창업해 사장님 되려고 가는 학과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경영하러 가는 게 아니라 경영당하러 가는 곳이다.


실제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경영대가 아니라 공대다. 지난 2015년 3월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1985년 이후 기업을 창업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시킨 창업자 548명을 조사한 결과, 전공이 확인된 창업자 445명 중 250명(56.2%)이 전자·기계·컴퓨터 분야 공학도 출신이었다. 경영·경제학 전공자는 64명으로 14.4%에 그쳤다.


하지만 문과 중 경제학과와 더불어 가장 취업이 잘 되는 편인 곳이기 때문에, 택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지난 8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566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 하반기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 중 12%가 가장 선호하는 전공으로 상경계(경영·경제학과)를 꼽았다. 문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물론 공학계가 45%, 자연과학계가 17%인 건 비밀이다.


신문방송학과·언론정보학과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학과다.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소통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Communication(s) (Studies) 학과라 부른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커뮤니케이션학이 언론 쪽에 치중돼 발전해온 탓에 ‘신문학과’, ‘신문방송학과’, ‘언론정보학과’ 등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이 학과에선 언론고시 준비를 따로 시켜 주는 경우가 드물다. 학교 차원에서 언론고시반을 운영하는 경우는 꽤 있지만, 거긴 전공 상관없이 언론 쪽 지망자라면 누구나 받아주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로 기자나 PD 중 언론 전공자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전공이 언론계 진출에 방해될 건 전혀 없지만, 딱히 크게 득이 되지도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지리학과


간혹 오지 탐험가나 여행가를 꿈꾸며 진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학과에선 그런 데에 필요한 지식은 하나도 가르치지 않는다. 지리학을 전공해 탐험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15세기 무렵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다시 태어나야 한다.

출처: jobsN
어린 왕자 中 지리학자(왼쪽)와 술 취한 아저씨.

하다못해 책상머리 지리학자 노릇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싶지만, 대부분은 그냥 술 취한 아저씨가 된다. 현대 지리학은 인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린 왕자에게 고향별 생김새 물어서 지도 만들던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그러니 글쓴이처럼 대항해시대나 하다가 애매한 로망을 품고 지리학과로 온 학생들은 결국 전공과 무관한 취업전선으로 나가떨어지게 된다.

출처: jobsN
여러 학생 인생을 말아먹은 코에이 게임 '대항해시대 2'.

그리고 대부분 지리학과에선 풍수지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지리학과는 사회과학대학이나 이과대학 소속인데, 풍수지리는 이 단과대들의 연구 방식인 ‘과학적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울대 지리학과에서 80년대 후반 잠시 이 과목을 개설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정 탐험가나 풍수사가 되고 싶으면 차라리 일단 의대나 공대에 진학해 돈을 많이 벌어두는 게 낫다. 솔직히 이들은 지리학 지식보단 재산이 많아야 도전에 유리한 직업이다. 모험가가 되겠다며 곧장 지리학과로 가는 건, 뽑아먹을 부모님 등골이 예비로 넉넉하지 않은 이상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기타 등등 

출처: 조선DB
가수 김창완.

가수 김창완씨는 담임이 원서 넣어주는 대로 대학을 갔다가 서울대 잠사학과에 붙었는데, ‘잠수학과’로 잘못 알아듣고 남대문 시장에 잠수복을 사러 갈 뻔했었다 한다. 무기물을 다루는 학과인 ‘무기재료공학과’를 전쟁에 쓰는 무기 만드는 곳으로 알고 온 학생이 종종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출처: jobsN
영화 '은교' 중 한 장면. 이 장면에서 이적요 교수(박해일 분)는 서지우(김무열 분)가 재학 중인 학과 '무기재료공학과'를 무기 만드는 곳으로 오해한다.

아무튼 학과를 잘못 알고 왔다가 뒤늦게 후회해봤자 구제받을 길도 별로 없다. 전과나 편입 제도가 있긴 하지만, 워낙 바늘구멍이라 도전이 쉽지 않다. 그러니 선택 한 번에 대학 생활과 인생이 달린다는 마음으로, 진정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신중히 찾도록 하자.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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