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보면 척' 수입차 운전자들 사이서 "필수"라고 소문난 앱

조회수 2020. 9. 21. 17: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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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오너'들 사이에서 '필수'라고 소문난 앱은?

자신 혹은 타인의 실수로 ‘분신’과도 같은 자동차가 찌그러진 모습을 보면 가슴이 쓰리다. 새 차처럼 말끔히 수리하고 싶지만, 정작 어디서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이다. 가격은 합리적인지, 감쪽같이 고쳐줄지 확신이 안 선다.


‘카닥’은 운전자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앱(응용프로그램)이다. 2013년 태어났다. 차량의 손상된 부분을 사진 찍어서 카닥에 올리면, 다수의 정비업체가 견적을 보내온다.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의 후기, 가격을 참조해 정비업체를 고르면 된다. 

출처: jobsN
이준노 카닥 대표

카닥은 최근 가장 ‘핫’한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을 이용해 오프라인 상점에 고객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스타트업 중 하나다. 카닥 앱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에 달한다. 매달 평균 1만3000~1만5000건의 수리 의뢰가 들어온다. 특히 수리비가 많이 나가는 외제차 운전자에게 인기가 높다. 이준노(43) 카닥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성공 비결을 물었다.


‘인터넷 강국 코리아’ 만드는 데 일조한 ‘벤치비’ 창업가

이 대표는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나왔다. 대학 시절 PC통신 동호회 활동에 열을 올렸다. 그가 활동하던 동호회는 하이텔의 ‘OSC동호회’. DC인사이드 김유식 대표, 컴퓨터 전문 사이트인 ‘케이벤치’의 김일기 대표, 90년대 당대 최고의 ‘컴퓨터 도사’로 불리던 송세엽씨 등 유명 IT 인력이 배출된 유서 깊은 동호회다.


“그때만 해도 PC는 지금으로 말하면 ‘얼리 어댑터’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고, OSC의 시솝(운영자)으로 활동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했었죠. 동호회 회원 700명을 모아서 전화선을 이용해 통신하는 장비인 ‘모뎀’을 제조사로부터 직접 공동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아마 ‘공동구매’라는 걸 처음으로 했던 사람이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1997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 IT회사에서 일하다가 1999년 IT기기 리뷰 및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씨비’를 창업했다. “닷컴 버블이 절정이었던 시기입니다. 커넥션(Connection), 콘텐츠(Contents), 커뮤니티(Community), 커머스(Commerce), 이른바 ‘4C’를 갖춘 회사라면 사업계획서 몇 장으로 몇억원씩 투자받을 수 있었던 시기였죠.”


하지만 2000년 말,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이 대표도 몇 가지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다만, 인터넷 회선의 속도를 측정하는 서비스 ‘벤치비’만은 살렸다. 벤치비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회선 속도 측정 서비스로 인터넷 회선의 속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업계에서는 벤치비가 ‘초고속 인터넷 강국 코리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벤치비 PC(좌)와 모바일 앱(오른쪽)

10년간 벤치비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2011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다음이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의 음성통화 기능을 구현해준 것이 인연이 됐다. 다음의 전략팀, 경영기획팀 등에서 일하던 그는 사내벤처 사업 공모에서 카닥 서비스를 제안해 선발됐다. 국내 대표 폴크스바겐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들어온 회원들의 고민이 계기가 됐다.


“공식 AS 센터는 항상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비쌉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외장 수리 전문업체에 맡기자니 실력은 있는지, 가격은 적정한지 몰라 선뜻 업체를 고르기가 어렵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카닥 서비스를 제안했고, 2014년 1월 분사했습니다.”


”딱 봐서 견적이 나오는 것에 집중하라”


카닥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3년 2월. 온라인으로 사람을 모아 오프라인 매장에 연결해주는 이른바 O2O서비스가 주목받기 전 발을 담궜다. 현재 시장에는 카닥과 비슷한 자동차 정비 관련 O2O 서비스들이 있다. 카닥이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동네 카센터에서는 간단한 소모품 교환부터 각종 수리까지 전부 다합니다. 어떤 수리는 한참을 뜯어봐야 문제를 찾을 수 있죠. 하지만, 몇 시간을 투자했다고 해도 시간에 비례해 공임을 받지는 못합니다. 수익성이 나쁜 서비스가 섞여 있다는 뜻이죠. 저희는 사진만 봐도 정비비용, 수리방법과 소요시간이 딱 나오는 외장 복원 서비스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서비스를 표준화할 수 있고, 정비업체는 스케쥴을 잘 짤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죠.” 

출처: 카닥 캡처
카닥 서비스를 사용한 소비자의 후기. 사고 사진과 작업 사진, 그리고 완성 사진까지 보면서 업체를 고를 수 있다.

카닥은 외장수리에 이어 세차 서비스 ‘카닥 워시’와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교체해주는 ‘카닥 테크샵’ 등의 서비스도 시작했다. 카닥이 선보인 두 서비스 역시 시간과 비용을 사전에 책정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카닥은 소비자가 수리 요청을 하면서 내건 조건에 맞는 수리 업체를 연결해주고, 업체로부터 일정 비용을 받는 식으로 돈을 번다. 서비스 시작 4년차에 접어든 카닥은 현재 한 달에 1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긴다. 투자도 이어졌다. 2014년 1월 분사 당시 다음은 카닥의 지분을 30%가량 갖고 있었다. 현재는 카카오의 지분이 60% 정도까지 늘었다. 분사시킨 스타트업을 '본사'가 사실상 다시 인수한 셈이다. 정유회사 GS칼텍스도 2016년 말 카닥의 지분 9%를 인수했다.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좋은 서비스 나온다


카닥 전 직원은 입사와 동시에 연간 22일의 연차 휴가가 생긴다. 연차 휴가 사용에 제한은 없다. 사내 휴가 캘린더에 입력하고 휴가를 떠나면 된다. 22일을 한 번에 써서 아예 한달짜리 휴가를 갈 수도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여기에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탄력근무제를 하고 있고, 상황에 맞게 재택근무도 한다. 

출처: jobsN·카닥
이준노 대표(좌), 카닥 직원들(우)

“회사가 번창하려면 결국은 사람이 중요합니다. 카닥을 정말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급여뿐만 아니라 사내 문화와 직원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자유도 업무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이를 보충해야 하는 게 스타트업 창업자의 기본 아닐까요.”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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