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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욕 잔뜩 들었던 한국시리즈 7시간 알바..받은 돈은?

조회수 2020. 9. 24. 0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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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알바 극한체험

#꿈의 ‘한국시리즈’ 알바 현장으로!

‘5초만에 매진된다’는 한국시리즈 서울 잠실 경기. 2만5000명이 몰리는 7일간의 경기를 위해서 잠실구장 직원들은 평소보다 바짝 긴장한다. 수만명의 관객을 원활히 통제하려면 아르바이트생도 평소의 2배가 필요하다.


10월 초쯤 잠실구장 부근의 대학 홈페이지에는 한국시리즈 단기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돈 벌면서 야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한국시리즈 알바를 신청했다. 규정대로 청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한 후 10월 29일 오전 11시 기아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한국시리즈 4차 경기가 열린 지난 29일, 아르바이트를 위해 100여 명의 알바생들이 모였다.

집합 장소에는 100여명의 알바생이 모여있었다. 직원 전용 두산베어스 후드티로 갈아입은 후 잠시 대기했다. 담당자가 알바생 참석을 확인한 후 담당 구역을 배정했다. 주차장, 레드석, 블루석, 외야, 기자실, 출입구 등 여러 구역이 있다. 나는 1루내야 출입구를 맡았다. 같은 구역을 맡은 6명과 함께 1루내야 출입구로 이동했다.


#모바일티켓 확인 담당

오전 11시 20분, 벌써 입장을 기다리는 20명 정도의 관람객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모바일티켓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바일티켓 바코드에 기기를 갖다 댈 때 두 번의 기계음이 나면 입장이 가능하다. 손에 든 비닐봉투나 쇼핑백 안에 캔, 병이 있으면 입구에 있는 플라스틱 통으로 옮겨 담아야 한다. 흥분한 관람객이 구장 안으로 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돗자리나 대형 아이스박스는 혼잡한 구장 안에서 통행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반입이 금지된다. 소주나 막걸리도 반입 금지다.

모바일 티켓을 확인하는 모습.

오후 12시 5분, 드디어 입장이 시작됐다.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3루 출입구보다는 한산한 편이었으나, 오후 1시부터는 줄이 밀리기 시작했다. 모바일티켓을 가져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는 예매가 치열해 컴퓨터 예매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진상 입장객에 눈쌀 찌푸려

‘꼼수’를 써서 구장에 들어오려는 관객들도 많다. 4명이 입장할 때 3명의 티켓은 내야석인데 마지막장에 외야석 티켓을 끼워 넣어 들어오려는 사람들, 초등학생은 돼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미취학아동이라며 티켓 없이 들어가겠다는 사람들, 안에 일행이 있다며 무조건 들어가겠다는 사람들, 잠시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 심지어는 그냥 밀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야구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선 관객들.

반입이 불가능한 캔, 병을 버젓이 들고서는 “나는 그런 거 없다”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 있지 않느냐며 직접 꺼내서 보여주면 그제서야 “이게 있었구나”하며 웃어넘긴다. 소주나 막걸리를 압수하면 “네가 뭔데 못 가져가게 막느냐”며 화내고 따지는 아저씨도 있다. 나는 계속 지침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덩치 큰 경호원이 와서 제지해야만 말 없이 소주나 막걸리를 놓고 들어간다. 옆 알바생이 “괜히 만만한 알바한테만 화내고 경호원은 무서우니까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위로해줬다.


#'돈 벌면서 야구 볼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오후 4시 이후에는 입장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이 때부터 티켓 없이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한다. 밖에서 티켓을 주워 재입장이라며 들여보내 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장에 들어왔다가 잠시 나가는 사람들은 재입장 도장을 손바닥에 찍어준다. 재입장 도장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면 “도장이 있어야 해요?”하면서 돌아간다.


야구 경기가 7회를 넘겨 후반부로 가면 당당하게 “왜 안 들여보내줘!”라며 소리치는 사람도 있다. 출입구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경기 거의 끝났으니 그냥 들어가게 해 달라며 우리에게 말을 건다. “지침상 불가능하다”고 하면 “XX, 너네 같은 X 때문에 두산이 못 이기는 거야! XX 들어가서 응원을 해야지!”라고 욕설을 해서 끌려가는 사람도 있다. 

알바 틈틈이 경기를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먼 발치에서 경기 분위기만 느낄 수 있었다

‘야구 보면서 알바를 할 수 있지 않을까’했던 나의 기대는 헛된 바람이었다. 경기장 안의 함성을 들으면서 분위기만 느낄 수 있었다. 밖에서 20m정도 떨어진 작은 화면으로 TV중계만 봤을 뿐, 경기장 내부를 본 건 화장실 다녀올 때 통로를 통해서 구경한 정도다. 안에서 근무하는 알바생들은 경기를 보면서 일할 수 있으니 정말 부러웠다. 그나마 경기가 ‘투수전’이어서 알바가 빨리 끝난 것이 다행이었다.


#알바생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이날 경기는 5:1로 기아가 이겼다. 두산 홈경기인데 두산이 졌으니 경기장 밖을 나가는 이들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재입장객을 위해서 나가는 사람들에게 “재입장하시냐”고 물어보는데, “XX, 너 같으면 보겠냐”는 대답을 여러 번 들었다. 반면 “날도 추운데 후드 티 하나 입고 너무 추우시겠다”며 핫팩을 챙겨주신 분도 있었다.


총 7시간을 일해 번 돈은 5만원. 추운 날씨에 7시간이나 서있었는데도 5만원밖에 벌지 못했으니, 돈 벌기 참 어렵다고 느꼈다. 한국시리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욱신거리는 다리를 주무르며 욕설을 뱉고 짜증냈던 일부 극성 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울했다. 즐겁게 보러 간 경기인데, 알바생을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훨씬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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