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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리' 형사 연기, 너무 자연스러웠던 이유있었다

조회수 2020. 9. 24. 01: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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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사람은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이웃 영화 〈범죄도시〉 배우 마동석

같은 연예인인데도, 같은 행성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배우가 있는가 하면 늘 곁에 있었던 듯 친근한 이웃이 있다. 마동석은 후자다. 그는 〈부산행〉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승객들을 구하던 아저씨였고, 〈베테랑〉에서 한마디로 난봉꾼 재벌 3세를 제압한 ‘아트박스 사장’이었다. 이제 그가 전면에 나서 이웃을 구한다. 추석 극장가를 휩쓴 〈범죄도시〉는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의 영화다 

힘을 갖기도 어렵지만, 가진 힘을 잘 쓰는 건 더 어렵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락부락한 마동석이 ‘마블리’라는 애칭을 갖게 된 건 그가 그 어려운 걸 해내기 때문이다. 키 180cm에 100kg의 몸무게,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온통 딱딱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그는, 유독 말랑말랑한 심장을 갖고 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이나, 잔혹 범죄가 일어나는 걸 보면 어쩐지 참을 수가 없었다”는 그의 어릴 적 꿈은 경찰이었다. 직업으로서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꿈꾸던 바는 이루었다.


‘세상의 악을 몰아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의 방향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개인 웨이트 트레이너였다가, 한국에서 배우로 데뷔한 그에게 처음 맡겨진 역할은 행인 아니면 조폭이었다. ‘언제쯤이면 나도 시나리오를 골라보려나’ 싶었는데 2017년에만 그가 출연한 영화가 4편 개봉한다. 〈범죄도시〉, 〈부라더〉, 〈신과 함께〉, 〈곰탱이〉 등이다.


그중 〈범죄도시〉는 그가 오랜 기간 준비한 작품이다. 범죄로부터 내 이웃을 구해내는 한 인물의 이야기다. 사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게 경찰과 형사들인데, 영화에서는 곧잘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로 비하되는 게 그는 못내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친한 형사들이 많다. 형사 역을 맡으면 자문하는 동지들이다. 그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형사영화’를 만들어 보고픈 소망을 키워왔다. 그 소망의 결실이 〈범죄도시〉다.


“강윤성 감독과는 오랜 친구 사이예요. 상업영화를 만들어 보진 않았지만, 작품을 보는 눈이나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런 친구라면 〈범죄도시〉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요.”


영화의 뼈대를 만든 건 마동석이지만, 여기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강윤성 감독이다. 처음 강윤성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를 봤을 때 속도감과 리얼함에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마음에 걸린 건 하나였다. 주인공 마석도 형사의 이름이었다.


“마석도는 너무 저랑 비슷하잖아요.(웃음) 근데 강 감독이 꼭 그 이름으로 가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러자고 했죠.”


그의 우려(?)대로, 극 중에서 마석도 형사는 마동석과 거의 동일 인물로 보인다. 그는 강력반 형사들에게나 거리에서 만두를 파는 소년에게나 심지어 조선족 폭력배들에게도 ‘사람 좋은 형’으로 보인다. 극 중 인물들은 그가 형사여서가 아니라, 그의 사람됨 때문에 마음을 연다. 그건 관객도 마찬가지다. 그가 가리봉동의 어느 시장 골목에 은갈치 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순간부터, 영화는 팽팽한 탄력을 갖는다. 그건 마동석이 가진 아이러니 때문이다. 그는 한 손으로 칼 든 조폭을 제압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칼 장수에게 칼값을 지불한다. 거리에서 행패 부리는 조폭에게는 엄한 형님이지만, 한편에서 칼을 파는 노점상에게는 다정한 이웃이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만큼, 잔혹한 범죄영화가 아닐까 싶었던 우려는 마동석이 등장한 순간 안심으로 바뀐다. 그가 지키는 거리라면, 범죄가 그렇게 맘 놓고 기승을 부리지는 못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마동석이 지켜주는 뒷골목 

〈범죄도시〉는 2004년 있었던 조선족 조폭 간의 세력 싸움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조선족의 근거지였던 가리봉동은 시장 상인들이 방탄복을 입고 일할 정도로 살벌했다. 해당 구역 관할 경찰들은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이들을 소탕하는 데 성공한다. 그 때문에 〈범죄도시〉에는 ‘실화’ 영화가 갖는 힘이 있다.


“실제가 더 영화 같아서,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아요. 어떤 면에서 영화는 더 철저하게 ‘리얼’해야 하거든요. 영화에서 보면 마석도가 싸울 때 상대방의 손을 꺾어요. 이건 한 방에 제압해야 하기 때문에 쓰는 기술이에요. 다음 동작을 하지 못하게 해야 초반에 기세를 제압할 수 있거든요.”


마동석은 인터뷰의 ‘리얼’함을 위해 실제로 기자의 손을 꺾어보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손가락 마디가 아니라,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분을 으스러뜨리면 손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였다.


“액션영화가 재미있으려면, 액션이 멋있기만 해서는 안 돼요. 사실감이 있어야죠. 저때 저런 액션을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요. 마석도가 룸살롱에서 덩치 큰 조폭의 뺨을 치는데, 그건 순식간에 기절시키기 위해서예요. 그때 그 친구의 태도가, ‘경찰인데 어쩌라고’ 거든요. 그렇게 막 나갈 때 초반에 제압하지 않으면 기에서 밀려요. 사람의 턱 아래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면 정신을 잃습니다. 그래서 마 형사가 뺨을 친 거죠.” 

그건 애드리브에서도 마찬가지다. 〈범죄도시〉의 많은 장면은 마동석과 상대 배우 윤계상의 애드리브로 완성됐다. 강윤성 감독은 풀리지 않는 몇 신을 빈칸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부분은 감독인 자신보다, 그 인물이 된 배우들이 더 잘 알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믿음 덕분에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애드리브는 순발력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몰입으로 하는 거죠. 그 인물에 깊이 몰입되면, 그 인물이 할 법한 말이 튀어나와요. 여기서 한번 웃겨보겠다는 욕심으로 대사를 치면, 도리어 웃음이 나오질 않아요. 사람이 웃게 되는 순간은, 기가 막히게 진짜 같을 때거든요. 그 진짜는 몰입에서 나오고요.”


그 때문에 마동석은 순간순간의 현장에 집중한다. 그 순간 인물이 느꼈을 감정에 깊이 침잠한다. 마지막 만두 소년이 조폭 두목인 장첸(윤계상)에게 기습당했을 때의 느낌과 이미지를 끝까지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 느낌을 갖고 장첸을 만나러 갔다. 덕분에 마지막 액션을 울부짖듯이 해낼 수 있었다.


“사람이 정말 화가 나면 도리어 차분해져요. 상대방이 도발한다고 해서 바로 넘어가거나 윽박지르지 않죠. 그러면 덜 무서워요. 정말 긴장이 팽팽해지는 건, 그 순간을 유머로 넘기거나 여유롭게 받는 거죠.”


진짜 강인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액션도 결국 감정의 교류다. 감정이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리얼’한 액션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마동석이 자신의 몸을 그토록 강하게 단련한 이유도 감정 때문이다. ‘약한 사람은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아서다.

“어릴 적에 집이 가난했어요. 미국에 갔는데 사는 게 쉽지 않았죠.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운동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그게 습관이 되었더라고요. 스스로를 더 단련하고, 단련하는 게 삶이 된 것 같아요.”


그는 힘을 갖기 전에 ‘힘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약한 사람을 지켜주려면, 먼저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힘을 가진 뒤에도 이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가 가진 힘은 비단 육체적인 능력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영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된 뒤에도, 전 국민에게 ‘마블리’, ‘마요미’라고 불리는 요즘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분투한다.


“〈범죄도시〉에 나오는 조연분들은 다 오디션을 거쳐서 출연한 배우들이에요. 영화를 보면 조역, 단역 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세요. 다 진짜 같죠. 저도 그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그의 일정을 보면 ‘나태해질 틈’이 없어 보인다. 〈범죄도시〉는 추석연휴, 쟁쟁한 대작들을 물리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그가 주연한 〈부라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로 세상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그는 그래서 사랑스러운 ‘우리들의 이웃’이다.


글 jobsN 유슬기 조선pub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사진제공 메가박스 플러스엠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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