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슴에 모두 심는다..세상에 단 하나뿐인 '발모요정'

조회수 2020. 9. 24. 0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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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머리 심기 봉사자'
권태정 대구보자르의원 원장
올해 초 국내 1호 '머리 심기 봉사자'로 나서
대구 지역 내 저소득층 젊은이가 우선 시술

그라운드를 지배한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도 머리카락은 지배하지 못했다. 나치의 야욕을 막아낸 윈스턴 처칠마저도 탈모는 막지 못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마저도 이토록 무력했을진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이 스러지는 머리칼을 붙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안타까이 여겨 특별한 자원봉사에 발을 들인 이가 있다. 대가 없이 머리카락과 희망을 심어주는 의사, 국내 1호 ‘머리 심기 봉사자’ 권태정(48) 대구보자르의원 원장이다.  

권태정 원장

왜 시작했나


모발이식 수술 비용은 대략 350만~500만원 정도다. 풍성함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억만금도 아깝잖다는 사람도 있기야 하지만, 일단 살려면 머리숱에 앞서 배부터 채워야 하는 흙숟가락들 입장에선 꿈같은 소리일 뿐이다.


권 원장이 무료 시술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머리수가 부족하면 자신감도 따라 부족해집니다. 사람이 위축되면 면접에 불리해지고, 자연히 취업이 어려워집니다. 애초에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이 굴레를 끊어내기가 참 힘듭니다. 일단 돈을 벌어야 탈모 치료에 손이라도 댈 수 있으니 말이지요.”


그는 지난 8년간 모발이식 전문병원을 운영하며 이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젊은이를 숱하게 봐왔다 한다. “시술비를 묻고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적잖아요. 탈모 때문에 우울증까지 왔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청년도 있었죠.”


권 원장은 2017년 1월부터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봉사 수혜자를 찾기 시작했다. 개업 직후부터 의료봉사를 하지 않았던 건, 경험을 충분히 쌓기 위해서였다. “저는 모발이식술을 뒤늦게 배웠어요. 제가 학생일 땐 없던 기술이니까요. 숙련이 덜된 채로 무료시술을 하겠다 나서는 건, 결국 봉사를 빌미로 인체실험을 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감히 ‘재능기부’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쌓다 보니, 시작이 늦어졌습니다.” 

출처: 대구보자르의원 제공
모발이식 수술을 집도 중인 권 원장.

상처 입은 청춘을 위해


그는 10~40대 저소득층을 주요 봉사 대상으로 삼았다. 첫 시술 대상자는 24세 오 모씨였다. 정수리 앞쪽으론 머리 뿌리가 없어, 뒷머리를 길러 앞으로 넘겨덮고 다니는 청년이었다. “직장 구하는 건 둘째치고, 아예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이도 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합니다.” 오씨는 약 5000모를 뒷머리에서 떼내 앞쪽으로 옮겨심었고, 현재까진 경과가 좋아 머리카락 대부분이 잘 정착해 있다 한다. “수술 후 두 번 정도 검진을 했는데, 이식이 잘 돼 90% 이상 남아있더라고요. 머리숱 덕에 외모가 변한 건 물론, 표정이 매우 밝아지고 성격도 환해지셨어요.”


둘째 수혜자는 학교폭력 피해로 머리를 다쳐 탈모가 온 고등학생이었다. “밀대 같은 거로 머리를 맞아 가로 3~4cm, 세로 7~8cm 정도로 큰 상처가 난 아이였어요. 괴롭힘을 당해 마음이 상처 입었던 건 물론, 외모까지 그렇게 되니 견디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더군요.” 흉터제거 수술 후 머리카락을 옮겨심었고, 지금은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라 한다. “모발이식 수술은 모낭이 피부에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8개월에서 1년 정도는 기다려야 수술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어요. 물론 잘 될 거라 믿고 있지만요.” 

출처: 대구보자르의원 제공
모발이식 수술 후 변화. 순서대로 수술 전→수술 직후→4개월 후→1년 후. 무료봉사 시술대상 아닌 일반 환자 사진임.

머리엔 털, 가슴엔 희망


권 원장은 앞으로도 분기마다 1명씩, 한 해에 4번 정도 머리 심기 봉사를 할 계획이라 한다. “제 손을 거치신 모든 분들, 머리엔 털이, 가슴엔 희망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제 의술(醫術)이 상처 입은 이에게 새 희망을 주는 인술(仁術)이길 바랍니다.”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는 현재 무료 모발이식 시술을 받을 저소득층 탈모환자를 모집 중이다. 대구보자르의원에선 신청자를 직접 받지 않는다. 이메일 dgcsw@hanmail.net에서 접수하며, 모집 기간은 오는 31일 오후 6시까지다. 신청서 양식은 대구시사회복지협의회 홈페이지(twin.or.kr)에서 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대구광역시 지역 내 저소득층 한정이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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