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대한민국 휩쓴 '욜로', 미국에선 대략 이런 뜻으로 쓰인다

조회수 2020. 9. 24. 01:4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상식ssul] 한국에선 '후회 없는 인생 살기'지만..
한국에선 '후회 없는 인생 살기'지만
영미권에선 '오늘만 사는 사람'으로 통하기도

우리나라에선 긍정적인 의미로 즐겨 쓰는데, 정작 외국에선 사용을 꺼리는 기묘한 영어 단어가 있다. 바로 2017년 한반도 최고 유행어 중 하나인 ‘욜로(YOLO)’다.


YOLO란 무엇인가


YOLO는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한번뿐’을 뜻한다. 흔히 신조어라 말하지만, 사실 저 문장 자체는 영미권에서 아주 오랫동안 써왔다. 실제로 지난 1964년 3월 출간된 이언 플레밍 소설 ‘007 두 번 산다’의 원제목 ‘You Only Live Twice’가 이 문장을 살짝 비튼 거다.

출처: 제임스 본드 위키
007 시리즈 영화 '두 번 산다' 포스터.

다만 이를 앞 글자만 따 YOLO로 줄인 건 최근 일이다. 대체로 캐나다 래퍼 드레이크(Drake)가 2011년에 내놓은 노래 ‘The Motto’ 가사에 등장한 걸 시초로 친다. 그리고 2015년 2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가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정책 ‘오바마케어’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욜로 맨(YOLO, man)”이라 외친 걸 계기로, 이 줄임말이 세계적 유행을 탔다.

미묘한 차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영상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는 선택해라” 정도 의미로 YOLO를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YOLO가 대개 이 뜻으로 통한다. 최근 국내 미디어와 마케팅 업계에서도 YOLO를 이 의미로 밀어주는 탓도 있다.


하지만 사실 영미권에서 쓰던 You Only Live Once, 즉 YOLO는 우리 쪽에서 쓰는 것과 뜻이 좀 미묘하게 달라서, 무모한 도전이나 과소비 등을 일삼는 무리를 “오늘만 사는 놈”이라 비웃는 뉘앙스가 강하다. 실제로 서구권 SNS에선 겉멋만 차리는 찌질한 인간을 조롱하는 태그 중 하나가 ‘#YOLOSWAG’이다. 우리가 쓰는 YOLO에 가까운 실제 영미권 표현은 Carpe diem(카르페 디엠)이나 Seize the day(오늘을 즐겨라) 쪽이다. 대책없이 논다거나 물질적 소비에 집착한다는 이미지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출처: blingee.com
YOLOSWAG에 대한 서구권의 일반적 인식.

그나마 오바마케어 홍보영상 출시 이후엔 그쪽 동네에서도 YOLO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제법 늘었지만, 아무튼 꽤 최근인 2011~2015년 즈음까지만 해도 YOLO가 생각 없이 사는 놈들이 허세와 객기로 뱉는 말 정도로 여겨졌던 건 사실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2012년 4월 6일 기사에서 YOLO가 멍청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벌이는 구실로 쓰인다 했고(YOLO is used as an excuse for bad or risky behavior), 허핑턴포스트 또한 2012년 7월 17일 칼럼에서 YOLO를 바보짓이라 평했다(YOLO is dumb). 물론 YOLO에 대한 이런 인식은 지금까지도 꽤 남아 있다.

출처: 어반 딕셔너리
미국 속어·비속어 사전 사이트 '어반 딕셔너리' 중 YOLO 설명. ("야 너 여자친구 임신시켰다며" "어 하지만 YOLO" "야 파티하다 발코니에서 떨어져서 다리 부러졌다며" "응 그래도 YOLO") 미국에서 YOLO는 대략 이런 이미지다.

상관이야 없다지만


사실 근본이 같은 단어라도, 문화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쓰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가령 영어와 독일어의 ‘gift’는 모두 고대 게르만어 ‘Giftiz(주다)’에서 유래한 단어다. 하지만 영어에선 좋은 걸 주는 의미가 남아 ‘선물’이 됐고, 독일어에선 그 반대로 ‘독극물’을 뜻하게 됐다. 레몬 계통 과일을 의미하던 프랑스어 ‘Citron’은 영어에 흡수돼 ‘유자’로 의미가 변했다. 그러니 YOLO 또한 한국에서 본토와 다소 다른 의미로 쓰인다 해서 꼭 고칠 필요는 없다.


다만 요즘 해외 배낭여행 중 외국인을 마주할 때 ‘Hello’나 ‘Good luck’ 대신 ‘YOLO’라 인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데, 그런 건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 아직도 영어권 쪽에선 YOLO를 내일이 없는 놈팡이들의 신조 정도로 치는 분위기가 짙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출처: 애슐리 매디슨

가령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이 파동을 일으킨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안녕하세요” 대신 “인생 짧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생각해 보자. 나쁜 의도는 아닐 듯하니, 이게 그 문화적 다양성인가 뭔가 하는 거냐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 것이다. 그러니 우리끼리야 상관없지만, 외국인이나 해외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 앞에서 YOLO를 언급할 땐 조금은 신중해지도록 하자.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