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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없는' 파격 아이돌 만든, ‘의외의 여성’

석사 논문 준비하던 대학원생이 돌연 아이돌 기획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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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어비비 김보라 대표
논문 준비하다 아이돌 그룹 기획
'실험'에서 시작해 '사업'으로

2017년 4월 26일 음악 방송 '쇼챔피언'에 한국인이 한명도 없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 전원 ‘뉴요커’ 출신으로 이루어진 이엑스피에디션(EXP edition). 다른 골격과 눈동자 색 때문에 '외국 가수인가' 싶었지만 이들은 정확하게 한국어를 발음했다. 격렬한 안무에도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케이팝 그룹’이었다. 2015년 뉴욕에서 데뷔해 2017년 한국에 왔다.


보통 엔터 사업은 전직 가수나 매니저 등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일한 사람이 한다. 하지만 이엑스피에디션은 연예계 종사 경험이 하나도 없는 김보라(34) 아임어비비 대표가 기획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현대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2011년 미국으로 갔다. 2013년 뉴욕 컬럼비아대 현대미술 석사 논문을 준비하다 ‘전원 외국인 케이팝 그룹’을 기획했다. 팀명인 ‘이엑스피에디션(EXP edition)도 ‘실험’을 뜻하는 experiment를 변용한 것이다.

(왼쪽부터) 헌터, 프랭키, 카린 쿠로다(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보라 대표, 코키, 헌터. /'아임어비비(I'm a BB)'는 '나는 보이밴드를 만든다(I'm Making A Boy Band)'를 뜻한다.

출처윤기덕·아임어비비 엔터테인먼트 제공

“멤버들이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입니다. 시메는 겉모습이 터프하지만 요리·청소를 좋아하고 마트를 둘러보는 게 취미에요. 반전 매력이 있죠. 프랭키는 카메라 앞에서 떠는 법이 없고, 알면 알수록 사람을 끌어 당깁니다. 헌터는 멤버들 중 가장 웃겨요. 다른 사람을 웃게 하면서 자신도 행복을 느껴요. 코키는 처음 본 순간부터 외모와 목소리가 아이돌 같다 생각했어요.


소속가수를 칭찬하는 모습이 대표보다는 아이돌 그룹 '맘' 같아 보였다. 한국인 없는 한국 아이돌 그룹은 대표 케이팝 그룹이 될 수 있을까. 김 대표를 만났다.

김보라 대표.

출처Jhe Ming Hsu·아임어비비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회학·현대미술적으로 흥미로운 주제 '한류'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이 전세계 붐을 일으켰어요. 사회학·현대미술 학생에게 ‘한류’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케이팝이 미국과 일본 팝 영향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발전된 뒤 역수출됐어요. 한류의 인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2014년 여름 김 대표와 평소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친구 2명이 모였다. 2NE1의 광팬인 일본계 미국인 카린 쿠로다와 한국 대중문화에 친숙한 대만인 사만다 샤오였다. 이들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 기획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했다. 케이팝이라고 한국에 한계를 두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오디션 공고를 냈다. 조건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가수 지망생부터 현역 모델·배우까지 20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노래와 춤 실력은 물론, 매력과 개성을 평가해 멤버를 뽑았다.

컬럼비아대학원 미술학과는 학생에게 작업 공간을 충분히 준다. 촬영 스튜디오나 녹음실도 학생 누구나 쓸 수 있다. 곡은 컬럼비아대 동문이자 현직 작곡가인 벤 호스테틀러(Ben Hostetler)에게 받았다. 이외 사진 촬영·앨범 디자인·뮤비 촬영·코디와 헤어까지 동문의 도움을 얻었다.


이엑스피에디션은 2015년 5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데뷔하자마자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이엑스피에디션과 김 대표를 취재했다. ‘전원 외국인 케이팝 그룹의 탄생’은 미술계에서도 일대 사건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커져버린 거죠. 7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내내 인터뷰만 했습니다.”


이엑스피에디션이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개인 투자자도 나타났다. 킥스타터에서는 한달만에 3500만원 크라우드펀딩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뉴욕에서 싱글(Luv wrong)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 공연과 페스티벌, 각종 예술 무대에 올랐다.

이엑스피에디션은 처음 6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계속 활동할 멤버 4명만 남았다.

출처이엑스피에디션 공식 페이스북

’맨땅에 헤딩’하며 준비


한국 데뷔는 멤버들이 김 대표에게 먼저 제안했다. ‘K-pop’의 본고장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2016년 3월 한국에 온 김 대표는 사업을 전혀 몰랐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사업자등록증 신청법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어요.”


김 대표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크레용팝으로 대박을 터트린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찬 대표다. “무작정 메일을 보냈는데 감사하게 답장을 주셨어요. 해외 출장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만나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타협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크레용팝도 실험적이어서 ‘실패할 거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저희도 첫 시도이니 덜 정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습니다.”

음악 방송 리허설 모습. 방송 스태프들이 멤버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표를 붙이고 리허설 한다. 이런 모습 또한 한국 아이돌 그룹의 특징이다.

출처이엑스피에디션 공식 페이스북

멤버들은 2016년 8월 영등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여느 아이돌 연습생처럼 보컬·랩·안무 연습·한국어 공부, 음원 녹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데뷔 후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각종 방송에서 섭외를 받았다. ‘대중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반응이 좋았다. 대표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는 14위를 한 적도 있다. 지금 멤버들은 개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시메는 팬텀싱어2에 출연 중이다. 프랭키와 헌터는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 오해영' 더빙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한 이엑스피에디션. (두번째) 너목보 출연 후 검색어 1등에 올랐다. (세번째) 팬텀싱어2에 출연하고 있는 시메.

출처이엑스피에디션 공식 페이스북

’실험’과 ‘재미’를 넘어 진짜 ‘직업’이자 ‘사업’으로


김 대표가 내린 케이팝의 정의는 무엇일까. “한국인 멤버가 아니고, 뉴욕에서 시작했으니 지역도 한국이 아니죠. 하지만 ‘케이팝’을 해요. 어느 것을 ‘한국적’이라 짚어 말하기 힘들어요. 여러 세계 주류 음악이 한국에 들어와서 소화됩니다. 음악장르보다는 문화 흐름에 가까워요. 뮤비도 그냥 만들어선 안되고, 멤버 구성도 중요해요. 노래·춤 실력은 기본이고 다재다능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가령 남자 아이돌 그룹에는 ‘애교 담당’이 있어요. 위협적이지 않고 보호해주고 싶죠. 미국에는 없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겸손’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는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요. 반면 한국에서는 자신의 성취를 주변의 덕으로 돌립니다. 이런 면에서 ‘애교’가 한국적 특징이 묻어 나죠.”


‘다큐’는 현재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이엑스피에디션 일정을 따라다니며 캠코더·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들을 담는다. “끝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저희도 다큐멘터리가 언제 나올지 궁금해요.”


더이상 ‘실험’이 아니다. 이제 엄연한 ‘직업’이자 ‘사업’ 이다. 수많은 팬이 생겼다. 아티스트로서 좋은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감도 있다. ‘“음원 1위’처럼 수치로 증명할 만한 결과를 만들진 못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케이팝 세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게 되겠냐’는 소리 많이 들었지만 벌써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급하지 않게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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