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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가려고 300만원 모으다 직업 찾은 사연은?

조회수 2020. 9. 24. 0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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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카네이션 만드는 여자..'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 김소영씨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 김소영氏
소셜미디어 팔로워만 6만명 넘어
돈보다는 꿈을 위해 선택한 삶

김소영(30)씨는 인기 ‘세라믹(ceramics) 주얼리 아티스트’다. ‘도자기 꽃’이라는 뜻의 ‘도화(陶花)’를 호로 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자기로 만든 다양한 장신구를 7년째 팔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에서 김씨를 팔로잉(following)하는 사람은 총 6만4000여명.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도자기 카네이션’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만 수백 개씩 팔린다.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 도화 김소영씨

재료비가 많이 드는 도자기 공예의 특성상 매출은 크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장사가 잘 되는 해는 웬만한 대기업 사원 연봉만큼 번다. 개인전을 열고, 2~3개월씩 여행을 가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잡스엔(jobsN)이 서울 봉천동 작업실에서 김씨를 만나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로 살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었다. 

작업중인 김소영씨

-도자기로 장신구를 만들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요

“성신여대 공예과를 나왔어요. 대학 때부터 도예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죠. 하지만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2010년 졸업 후,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에 들어갔어요. 포토샵 보정, 고객 상담, 배송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시키는 것만 해야하는 회사 생활에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었어요. 몇 달 뒤, 퇴사했습니다. 쉬면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문득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 시절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여러 권 감명 깊게 읽으면서 쭉 생각한 목표였어요. 그 때가 아니면 떠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요.”


무작정 있는 돈을 털어서 스페인행 비행기 표를 샀다. 하지만 가서 쓸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출국까지 한 달 반이 남은 시점이었다. 도자기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2주 뒤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었다. 카네이션을 도자기로 만들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선물의 의미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트위터를 통해 ‘도자기 카네이션 브로치’ 판매 홍보를 하고, 선(先)주문을 받아 재료비 살 돈을 구했다. 대학 시절부터 트위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많은 팔로워들을 확보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60개를 만들어 다 팔았다. 이후에는 반려견용 인식표 목걸이를 도자기로 60여개 만들어 팔았다. 3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2011년 6월 스페인으로 향했다. 산티아고의 상징인 조개껍데기 문양의 도자기 목걸이도 만들어 가서 순례자들에게 5유로를 받고 팔았다. 하루 밥 값 정도는 벌 수 있었다. 30여일간 800㎞를 걷고, 20일간의 자유 여행을 한 뒤 돌아왔다. 

김소영씨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자기 카네이션

 -여행을 다녀온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죠.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는데도, 생계를 위해 행복하지도 않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너무 겁을 먹고 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돌아와서 취업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내가 제일 잘하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자고 생각했죠.”


김씨는 여행 후 전업(專業) 도예가가 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인의 공방에 월세를 내고 들어갔다가 6개월 뒤에는 번 돈으로 봉천동에 따로 5평(약 16.5㎡)짜리 작은 작업실을 구했다.


지난 6년여간 100종류 넘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 등 다양하다. 도자기 카네이션과 함께 ‘우주별’이라는 컨셉의 장신구가 대표 작품이다. 두 번의 개인전(展)과 수십 번의 단체전을 열었다.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는 창업 강연도 다수 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김소영씨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판매를 잘하는 비결이 있나요

“매출의 80~90%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납니다. 주요 소셜미디어마다 팔로워나 친구가 1만명씩 있어요. 대학 때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미대나온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조직을 구성해 오프라인 만남도 자주 가졌고요. 인적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알리는 활동도 자주했고요. 구매자의 40% 가량이 두 번 이상 제 작품을 사보신 분들일 정도로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작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다면 소용없습니다.”


-작품들 가격대는 어떻습니까

“2만~3만원대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4만원대 이상입니다. 대표 작품인 ‘도자기 카네이션’의 경우 3만·5만·8만원대, 10만~20만원대 등 다양한데 메인 디자인을 8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씨의 작품들

-수익은 얼마나 되나요

“매출만 보면 많이 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도예라는 것이 재료비도 많이 나가고, 품도 워낙 많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작업실을 만들어오기 위해 투자했던 비용들과 월세, 각종 공과금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 회사 다니는 친구들보다도 많이 모으지 못했죠. 버는 것은 친구들보다 2~3배를 버는데도 말이죠.


저는 예술적인 작가 성향이 강해서 일반 쇼핑몰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작업적인 부분에서 슬럼프가 올 때는 일을 손에서 놓을 때도 많구요. 월별 매출은 들쑥날쑥 한데, 적을 때는 200만원 정도고 많을 때는 1000만원 정도까지도 버는 것 같아요. 창업하려는 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출이 나도 나가는 돈이 많아서 초반에는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많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자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김소영씨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011년, 2015년, 2017년 총 세 번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50일, 두 번째는 두 달 반, 세 번째는 3개월 가량 있었어요. 각각 800㎞, 930㎞, 1230㎞씩 걸어서 총 3000㎞ 정도 걸었습니다. 중독인 것 같아요. 그 곳의 문화가 좋고, 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시간이기도 해요.


15㎏짜리 배낭을 매고 하루 25~40㎞씩 걷는데, 너무 힘들어서 걷다가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버리기도 해요. 수건이나 책, 옷 들을 막 버리는 거예요. 멀쩡한 무언가를 버림으로써 생각할 것들이 생깁니다. 힘든 길과 쉬운 길이 나중에는 다 똑같아지고,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작품 활동을 하는데도 많은 영감을 주고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김소영씨

김씨는 자유롭게 일하지만 결코 여유롭지는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세 번 다녀왔지만, 그 외에는 마음 놓고 쉬어본 적이 없다. 2015년 두 번째 산티아고 여행을 갈 때까지는 4년간 일만 했다. “제 소셜미디어상으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도예가의 삶에 결코 환상을 품지 않았으면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산티아고 여행을 떠날 때도 매번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다. “여행경비 10만원을 펀딩하면 다녀와서 15만원 어치 작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선주문 방식으로 투자금액을 메운다. 이벤트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떠나면 지출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펀딩을 하지 않으면 여행을 가기 힘들다. 여행으로 몇 달씩 한국을 떠나도 작업실과 자취방 월세, 각종 공과금 등은 그대로 내야 한다.  

출처: 김씨 제공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도화 김소영씨. 오른쪽 사진은 2012년 4000개에 달하는 도자기 카네이션을 버렸을 때다. 버린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쉽게 벌고, 편하게 여행가고’ 하는 것이 전혀 아녜요. 회사 다니는 분들이 저의 자유로움이 부럽다고 하면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요. 회사를 다닌다고해서 저처럼 생활하지 못하는게 아녜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거죠. 저도 몇개월간 일에서 손을 떼고 여행을 간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녜요. 재정적으로 저보다 훨씬 더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을거예요. 다만 전 떠날 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김소영씨

저는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작업실을 ‘놀이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창업이나 전업 작가를 꿈꾸는 분들은 꼭 환상에 젖지 않으셨으면 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꼭 이 일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분들이어야 ‘퇴사’를 해도 버티실 수 있을 거예요. ‘인생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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