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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졸업자 '프리패스' 없다
스펙보다는 성의있는 태도가 중요
여성 사원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자랑거리

A씨는 글로벌 톱 20위권 내에 드는 해외 명문대를 나온 ‘수재’였지만, 코오롱그룹 입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무’를 ‘입무’로, ‘역량’을 ‘역냥’으로 쓴 자기소개서가 문제였다. 띄어쓰기나 문장 주술 관계가 틀린 곳도 많았다. 코오롱 인사실 관계자는 “해외 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고칠 수 있는 잘못”이라며 “간단한 단어나 표현에서 맞춤법이 틀리거나,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가능한 비문적 표현이 많으면 복붙(복사+붙여 넣기)해서 그냥 한번 제출해본 지원서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A씨처럼 해외에서 오래 지낸 지원자가 성의있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높은 점수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하 글이 그 지원자가 실제로 써낸 자기소개서 중 일부다.

저는 서양 문화권에서 자라 ‘매너’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매너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건물에 들어갈 때 뒤에 상대방이 오고 있다는 것이 보이면 문을 살짝 잡아줘서 상대방에게 부딪히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 에티켓입니다. 이런 배려를 가벼이 여기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피해까지 발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소한 배려로 인해 서로 기분 나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자체로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배려가 쌓여 호감이 형성되고, 나아가 그 사람 주위 환경을 늘 긍정적으로 만들며, 그 점이 지금까지의 제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코오롱 인사실 관계자는 “단순히 글로벌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로 점수를 주지 않는다”며 “지원자가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건, 그 경험을 발판삼아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스펙, 간판이 아니라 열정, 정성 태도라는 이야기다. 

채용 계획과 절차

코오롱그룹은 오는 18일 오후 5시까지 2017년 하반기 대졸 공채 원서를 접수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FNC부문을 비롯해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패션머티리얼,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에코원(환경서비스), 코오롱베니트, 코오롱제약, 코오롱엘에스아이 등 10개 계열사에서 모두 150~200명을 뽑는다.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인·적성검사(LSIT), 실무심층면접, 임원면접을 거쳐 합격자를 발표한다.

모든 전형은 개별 평가다. 각 단계 점수는 누적되지 않는다. ㈜코오롱 양경진 과장은 “1차 직무면접 대상자는 5배수, 2차 인성면접 대상자는 3배수를 선발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입사원의 출신 대학 지역 분포는 수도권대 60%, 지방대 30%, 해외대 10%다. 전공은 이공계(52%)가 절반을 웃돌고, 상경계(26%)와 인문계(22%) 비중이 비슷하다. 성별로는 남자(55%)가 여자(45%)보다 다소 많다. 2002년 이후 대졸자 공채에서 여성 비중은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봉은 계열사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대졸 초임 기준으로 4000만원 초반대 정도다.

자기소개서

이번 2017년도 하반기 코오롱 공채 자기소개서 항목은 이하 다섯가지다.

1. 당신의 성장과정에 대해 기술하시오

2. 코오롱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지원한 분야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기술하시오.

3. 아래의 단어를 기준으로 당신의 성격을 점수로 표현하고,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간략히 기술하시오. (외향성/호기심/배려심/정서적안정성/성실성)(합계 100)

4.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분야의 사람과 협력하여 성과를 낸 경험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시오.

5. 당신의 전공 분야와 융합했을 때, 가장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 이유와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기술하시오.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 자기소개서와 내용이 거의 유사하지만, 질문 두 개가 삭제돼 비교적 간소화됐다. 아무튼 묻는 내용의 골자 자체는 거의 같으니, 코오롱은 대체로 ‘협력’과 ‘시너지’를 강조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아래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 당시 자기소개서 문항이다. 올해는 이 문항 중 4번과 7번이 삭제됐다.

1. 당신의 성장과정에 대해 기술하시오.

2. 코오롱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지원한 분야를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기술하시오.

3. 아래의 단어를 기준으로 당신의 성격을 점수로 표현하고,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 간략히 기술하시오.(외향성/호기심/배려심/정서적안정성/성실성)

4. KOLON이 왜 당신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음 네 가지 보기 중 한가지를 선택하시오.(4지선다) 1.나는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3.나는 높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4.나는 될 때까지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5.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분야의 사람과 협력하여 성과를 낸 경험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시오.

6. 당신의 전공 분야와 융합했을 때, 가장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 이유와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기술하시오.

7. 위의 항목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당신의 숨겨진 강점이 있다면,받고 싶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아래 자유양식을 활용하여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항목은 선택항목이므로 이미 당신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주셨다면 작성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서류 전형과 필기 전형

코오롱에 지원하려면 영어 말하기(오픽 또는 토익스피킹) 점수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해외 영업·R&D(연구개발)와 같은 직무는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거나 유창하면 유리하다. 채용공고를 보면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국내/해외영업은 영어는 필수, 일본어와 중국어 가능자는 우대한다. 코오롱글로벌 상사영업은 영어와 중국어 능통자를 우대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직무는 필수 요건만 갖추면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자소서는 각 계열사 채용담당자가 검토한다. 양경진 과장은 “자소서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사업에 관해 자신의 의견까지 넣은 지원자가 있었다”며 “우리 회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줬고, 면접에서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 최종 합격했다”고 말했다. 물론 보도자료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표현을 그대로 붙여 넣기 하거나 단순히 ‘열심히 했습니다.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라고 써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스펙 중에선 전공과 직무 사이 연관성, 직무와 관련한 학습·교육 경험 등을 주로 본다. 지원자의 나이나 졸업 시기도 선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코오롱 관계자는 “다만 졸업 후 다소 공백이 있으면 그 기간에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서류 전형 합격자는 그룹 인·적성검사(LSIT)를 치게 된다. 합격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높은 점수까진 필요 없더라도 기준 이하 성적을 내면 탈락한다. 양경진 과장은 “LSIT는 상위그룹 선별이 아닌 하위그룹을 선별하는 도구다”며 “적성 검사는 기출 문제를 몇 번 풀어보고 유형을 파악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인성 검사는 기업문화, 지원직무가 본인과 얼마나 맞는지를 평가하는 목적이니 솔직하고 꼼꼼하게 풀어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면접 전형

면접은 자율 복장으로 진행한다. 양경진 과장은 “면접자들로부터 ‘자율복장이 더 어렵다’ ‘정말 정장을 입고 가면 안 되는 거냐’ ‘코오롱 브랜드 옷이면 가점이 있느냐’라는 문의가 많아, ‘청바지에 모자 쓰고 오셔도 되고, 타 브랜드 의류를 입고 오셔도 전혀 관계없다’는 공지를 냈다”며 “본인의 진짜 모습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한 패션, 면접관들을 움찔하게 할 화려한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만 아니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2015년부터 1차 면접에서 PT와 상황별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PT는 결과를 무리하게 내기보다 문제를 꼼꼼히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게 좋다. 화려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답안이라도 근거가 충분한 가운데 확신을 갖고 주장을 펼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 상황별 심층면접은 지원자의 업무 적합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경험과 입사 후 겪게 될 다양한 상황에 대해 면접관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질문을 받았을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한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1차 면접은 팀장급, 2차 면접은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이 참석한다. 주로 1차 면접은 면접관 2~3명이 지원자 한 명을 상대로 질문한다. 2015년엔 40~50장 자료를 30~40분 안에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영업 부문 한 합격자는 “해당 제품을 선정한 근거를 묻고, 근거가 부실하면 더 파고들어 오더라”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차 면접은 보통 면접관 6명을 앞에 두고 지원자 4명이 한 조로 진행한다. 노무 직군의 경우 ‘복수노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나왔다. ‘별명이 무엇인가’, ‘친구들과 관계는 어떤가’, ‘팀에 트러블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최근에 읽은 책은 뭔가’ 등을 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많아서 어렵다는 평이 많다.

코오롱은 올해 지원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화두로 Huddling & Hurdling을 꼽았다. 양경진 과장은 “똘똘 뭉친 하나됨(Huddle)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자(Hurdle)는 의미다”며 “코오롱그룹은 매년 경영지침을 새로 설정하는데, 이를 모르고 온 지원자에게선 성의없다는 인상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연봉과 복지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으로 ㈜코오롱이 9301만원이다. 계열사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자녀 두 명까지 회사에서 학자금을 지원해 준다.

여성 사원을 대상으로 한 제도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직무와 회사 무관하게 적어도 30% 이상은 여성을 뽑는 ‘대졸 신입 여성인력 할당제’가 있으며, 아예 대졸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W 인턴십’ 제도도 시행 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신입 여성 직원들을 위한 여성 멘토링 제도, 여성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과정, 임산부 건강검진 목적 휴가 부여, 임신 초기~말기 단축 근로 시행, 육아를 위한 사내 어린이집 운영, 난임 시술비 지원, 남성직원 배우자 검진을 위한 휴가 부여 등 여러 제도를 운용 중이다”고 했다.

사무직은 오전 9시 출근해,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근무하고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게 원칙이다. 매월 최소 2회 이상의 가정의 날 운영해 5시 조기퇴근을 권고한다. 코오롱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정시근무를 준수하고 있다”며 “그룹 전반적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이 매우 잘 지켜지고 있어, 다수 계열사가 노동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코오롱 인사실 양경진 과장이 이 글 작성을 도와주셨습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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