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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도 보고 돈도 버는 18세 소녀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3.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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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부 대신 취미 택한 '만 17세' 여고생..졸업 6개월 남았는데 취업한 비결은?
드라마 제작 과정에 끌려
"대학보다 원하는 걸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민채(18)씨는 2017년 7월 아프리카TV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이곳에서 ‘먹방(먹는방송)’ BJ(Broadcasting Jockey)들을 모니터링한다. 먹방계에서 제왕으로도 불리는 '엠브로'를 비롯해 수십명의 BJ가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한다. “한 모니터로 4개 방송을 동시에 보면서 최근 트렌드는 어떤지 살핍니다. 앞으로 어떤 기획을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도 내고요.”


앳된 얼굴로 차분히 말하는 그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99년생 입니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만으로 17살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매일 아침 학교 대신 판교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 졸업까지 6개월이 남았다. 그러나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응시해 당당히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가 다닌 학교는 성남테크노과학고다. 영상제작과, 자동화기계과, 건축디자인과가 있는 특성화고다. 1998년 성남공업고등학교로 인가를 받았고 2009년 성남방송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2016년에 다시 성남테크노과학고로 간판이 바뀌었다.  

출처: 아프리카TV 제공
올해 아프리카TV에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입사한 김민채씨.

주연배우보다 드라마 만드는 제작 과정에 더 끌려

-어린 나이에 취업한 비결이 있나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방송 제작 관련일을 꾸준히 했는데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고등학교 입학 후 2년 동안 매년 방송 4편씩 제작했다. "성남방송국으로 보내 고정 노출했습니다. 짧은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상황극이나 콩트도 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팀을 짜 토론하는 프로그램으로 경기라디오 방송에도 나갔습니다. OBS가 금연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도 옆에서 거들었고요.”


-언제부터 방송에 관심이 생겼습니까


"중학생 때부터요. 가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가수나 배우들을 눈여겨보잖아요. 저는 무대 뒤에 가려진 사람들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프로를 만들까. 또 무슨 일을 할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왕이면 고등학생때부터 방송 실무를 배우기로 했다. "찾아보니 영상제작학과가 있는 가장 가까운 학교가 성남테크노과학고였어요.”


안양에 있는 김씨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걸린다. 집을 나서 학교까지 걷는 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 20분을 잡아야 한다. 통학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 나오는 '먹방'을 즐겨봤다고 말했다.


-성적은 어땠나요


“중학교 때까지 좋지는 않았어요. 공부가 싫었거든요. 수학, 영어, 과학 점수가 30~40점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점수로는 고등학교 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 3때 코피 쏟으며 공부했습니다. 평균 80~90점까지 겨우 끌어올렸어요. 덕분에 고등학교에는 전교 1등으로 입학했습니다.”

출처: 아프리카TV 제공, 유튜브캡처
먹방 모니터링하는 김민채씨 모습(왼쪽), 먹방 제왕으로 불리는 BJ 엠브로.

"대학보다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 방송을 전공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대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모님도 저를 지지해 주셨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다면 해봐라,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다.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게 어떤 공부든 네가 할 거라고 믿는다' 라고 딸을 응원했다.


김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버지와 버스를 타고 입학하게 될 고등학교에 두 번 다녀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네가 3년 동안 다녀야 할 길인데 힘들지는 않을지, 선택에 후회가 생기지는 않을지 함께 가보자’고 하셨어요, 아마 그게 힘들면 빨리 포기하라는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입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쉽진 않았다. 짧은 영상 한 편을 만드는 것에도 진땀을 흘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든 90초짜리 영상은 완성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기획, 대사, 연출,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직접 했습니다."


넣고 싶은 내용을 다 담으면 90초가 모자랐다. 그렇다고 내용을 빼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었다. 제작 과정에서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면서 결과물을 하나씩 만들었다. 거의 매일 밤 10시가 돼서야 교문을 나섰다. 주말에도 각종 1인 미디어 방송을 보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영상을 만들고 보는 게 그저 좋았습니다. 취업은 생각도 못했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사람 되고파

고등학교 3학년이 된 2017년 4월, 아프리카TV 채용공고를 봤다. 기획과 모니터링할 사람을 뽑았다. 해보고 싶었지만, 고3이 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자신이 지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회사에 문의했고 ‘졸업 예정자’ 신분이기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채용은 어떤 과정을 거쳤습니까


“서류 전형과 면접을 봤습니다. 학교에서 만들었던 영상 내용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영상 제작 경험이 많은데, 제작 분야가 아니라 기획 분야에 지원한 이유를 묻기도 하셨어요. '제작은 방송일을 경험해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고,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기획'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면접에서 받았던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나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뱀 같은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코끼리를 삼켜서 배가 불룩한 뱀인데 마치 겉에서 보기엔 모자처럼 생긴 뱀 있잖아요. 저는 그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달걀을 삼킨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도전했고 결국엔 성공한 거죠. 그런 숱한 시행착오와 도전을 거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출처: 아프리카TV 제공
학생인 김씨가 학교 대신 회사로 출근하면서 매일 작성해야 하는 현장 실습 일지 일부.

-학교에 안 가도 됩니까


“취업을 장려하기 때문에 일찍 취업하면 회사로 출근하는 걸 인정해줍니다. 대신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일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매일 부서장님께 확인 도장도 받고요. 이걸 모았다가 졸업 때 학교에 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퇴근 후 종종 학교에 간다고 했다. “선생님들 찾아뵙는 것도 좋고, 밤늦게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간식거리를 들고 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이젠 제가 돈을 벌잖아요."


국민연금 납부실적을 바탕으로 연봉을 계산하는 크레딧잡을 보면 아프리카TV 고졸 사원의 예상 연봉은 2480만원이다. 월급으로 약 200만원을 받는셈이다. 

출처: 김민채씨 제공
김민채씨가 학창시절 교실에서 찍은 사진.

-앞으로 꿈이 있다면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배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도 열심히 하고요. 먹방이라고 해서 많이 먹기, 빨리 먹기 같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요리해가며 먹기, 더 맛있는 표정으로 먹기 같은 것도 있죠.


아무거나 먹는 것도 아닙니다. 지역 특산물 많이 먹기, 과일이나 꽃게, 전어 같은 제철 음식 먹기 같은 기획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단편 영화 한편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학교 다닐 때 만들다가 완성을 못한 작품이 있거든요. 회사에 각종 장비도 갖춰져 있고 제약도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방송을 만들어 보라고 권장하고 있어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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