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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시험 계속 '광탈' 하자 아예 방송사 만든 사장님

방송국이 안 뽑자 직접 방송국 차린 아나운서 지망생, 미디어 자몽 김건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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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자몽 김건우 대표
아나운서 꿈꾸던 마케터 전문가
1인 미디어 성장하면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2년 동안 노력했다. 여러 방송사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뤄지지 않는 꿈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지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나를 뽑아주는 방송사가 없어? 그럼 내가 방송사를 차리지 뭐.”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는 2014년 1월 도곡동에 30평 크기의 스튜디오를 열었다. 고등학생 때 밴드활동을 했기 때문에 음향장비에 대해 잘 알았다. 3000만원을 투자해 방음 시설을 갖추고 음향 장비를 들여 놨다. 방송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았다. 덕분에 그는 8개월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1인 미디어 전문 스타트업 ‘미디어 자몽(www.zamong.co.kr)’ 김건우(33) 대표의 이야기다.

김건우 대표

출처미디어자몽 제공

‘미디어 자몽’은 1인 방송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곳이다. 방송 스튜디오를 대여해주고 콘텐츠를 기획·제작·유통·홍보한다. 스스로 '자(自)'와 꿈'몽(夢)'자를 합친 이름이다. 그가 창업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이다. 미디어자몽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한달 예약이 꽉 차있다. 400곳이 넘는 대기업·공공기관에서 의뢰받아 팟캐스트나 라이브 방송도 만든다. 최근엔 연예인들도 미디어자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9년 단국대 교육대학원 일반사회교육학 석사를 땄다. 지금은 한양대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해 논문을 쓰고 있다. 아나운서 이전에 선생님을 꿈꾸며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친 적도 있다. 


‘방송’과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학부 때는 행정학과 언론학을 복수전공 했고, 대학원 시절에는 언론영상학부에서 조교로 일했다. 2006년 디시인사이드에서 마케팅을 했고 2011년 외국계 마케팅회사 샤우트웨거너애드스트럼에서 광고기획자로 일하기도 했다. 잡스엔(jobsN)이 김 대표를 만나 미디어자몽의 경쟁력과 1인 창작자를 위한 조언을 물었다.

 

(위) 논현 스튜디오와 CGV용산 안에 있는 오픈 스튜디오.

출처미디어자몽 제공

’MCN 방송국’을 꿈꾸며  

미디어자몽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미디어자몽센터’라 부른다. 도곡동 센터는 2016년 논현동으로 옮겨 70평 규모가 됐다. 상암에는 120평짜리 미디어센터와 체험관이 있다. 1인 미디어 창작자가 어떻게 영상을 만드는지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용산 CGV안에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스튜디오에서 방송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어 '오픈'이란 단어를 붙였다. 누구나 빌려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공간이란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미디어자몽이 지향하는 건 ‘1인 미디어 방송국’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촬영 장비나 편집 기술이 없어도 미디어자몽에 오면 다 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전문 채널 ‘몽팟’과 유튜브 채널 ‘자몽TV’도 운영 중이다. 미디어자몽센터에서 영상을 만들고, 몽팟이나 자몽TV에 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몽팟에서는 600개 방송채널에서 10만개 넘는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다.


“‘1인 방송’하면 떠오르는 게임, 뷰티, 먹방 말고도 주제가 다양합니다. ‘뇌과학’, ‘여행’, ‘책 리뷰’ 등 1인 창작자가 원하면 무엇이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8월에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시작했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전 ‘제작비’ 때문에 고민하는 1인 방송 창작자들을 위해서다.

(왼쪽부터) MCN 업계 기사를 쓰는 '자몽'과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

출처미디어자몽 제공

미디어자몽의 미래 

1인 미디어는 유망산업이다. 업계에서는 2016년 시장 규모를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한다. 많은 돈을 버는 1인 미디어 창작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튜버 또는 BJ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많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는 뜻이다. 1인 창작자는 이제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게다가 다수 1인 창작자를 거느린 소속사라 볼 수 있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들이 업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예를 들어 CJ E&M 같은 대기업도 MCN 서비스에 뛰어 들었다. 한다. YG나 SM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스타급 PD들을 영입하며 1인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디어자몽은 단순히 스튜디오와 방송장비를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미디어자몽의 경쟁력은 ‘기획력’이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직원 8명이 1인 방송 제작자가 만들고 싶어하는 방송의 콘셉트를 제안하고 내용을 기획한다. 미디어자몽이 직·간접적으로 기획하는 데 도움을 준 팟캐스트 방송만 400개가 넘는다.


이런 기획력은 다른 기업과의 협업에서 빛을 발한다. 김 대표는 기업에서 의뢰를 받아 방송을 기획·제작하는 사업 분야를 ‘브랜드캐스트’라 부른다. 최근에는 롯데주류와 함께 ‘핏츠’ 라이브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했다. 롯데주류에서는 이 영상 일부를 광고로 사용하기도 했다. 8월 말에는 CJ CGV와 함께 영화 ‘브이아이피’ 시사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동시 방송됐다.

미디어자몽이 기획·진행한 롯데주류 '핏츠' 라이브 방송 캡처.

출처미디어자몽 제공

기업이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1인 방송 채널’을 택했고, 미디어자몽은 1인 미디어 전문 회사의 역량을 살려 새로운 사업분야를 만들었다. 미디어자몽이 기획·제작한 영상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거나 출간을 앞둔 책 내용을 연재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1인 미디어 업계 전문 기사를 쓰는 '자몽'도 운영하고 있다.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관련 박람회가 열리거나 특정 이슈가 있을 때 김 대표가 직접 취재한다. '미디어 자몽 칼럼니스트'로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수익은 스튜디오 대여와 브랜드캐스트 사업에서 나온다. 올해 예상 매출은 3억원이다. 스튜디오 대여, 1인 방송 기획·제작·유통, 전문 언론사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큰 수익은 아니다.


“무작정 사업을 확장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사업이 결국 ‘1인 미디어 비즈니스’로 모여요. 저희가 뜬금없이 화장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화장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기획할 수는 있겠죠.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수익화가 어려워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편입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한꺼번에 효과가 납니다. 지금 저희는 그런 잠재력을 모으는 중이고, 내년부터는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왼쪽) 2008년 교생실습할 때와 2010년 지역 방송국에서 MC로 활동하던 모습. 그는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밴드에서 기타를 쳤던 경험을 살려 스튜디오를 열 수 있었습니다. 마케터로 일하지 않았거나 아나운서를 꿈꾸지 않았다면 창업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 덕분에 1인 창작자 어떻게 교육해야 좋을지도 고민할 수 있어요."

출처김건우 대표 제공

1인 창작자를 위한 조언

김 대표는 원래 ‘마케터’였다. 2008년 디시인사이드를 퇴사했을 때 지인에게 ‘마케팅을 맡아줄 수 있겠냐’는 의뢰를 받았다. 그렇게 프리랜서로 일하다 사업자로 등록했고 ‘위니스컴퍼니’라는 1인 마케팅 회사를 창업했다. 작년까지 김 대표는 미디어자몽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마케팅 회사에서 번 돈을 미디어자몽에 투자했습니다. 미디어자몽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이유였어요. 올해부터 마케팅 사업은 접었습니다. 이제 기반을 닦았으니 미디어자몽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1인 미디어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다. 김 대표는 2016년부터 정부가 운영하는 콘텐츠진흥원이나 대학에서 1인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수강생 200명에게 1인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 장비를 다루는 법부터 어떻게 하면 영상 구독자수를 늘릴지를 교육한다. 김 대표에게 교육을 받고 책을 리뷰하는 ‘북튜버(Book+Youtuber)’로 활동하고 있는 경력단절주부도 있다. 

(왼쪽부터) 상암에 있는 1인 미디어 체험관과 비드콘에 참석한 모습. “국내 미디어 업계에는 변곡점이 네번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카페·클럽 같은 커뮤니티가 성장했습니다. 2004년 고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독립 언론사가 등장했어요. 2008년에는 광우병 파동 때 아고라 페이지가 커졌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그리고 2016년 촛불집회를 겪으며 1인 미디어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어떤 의견이라도 말할 수 있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집회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줬습니다. 점점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작아지고 있어요. 1인 미디어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출처김건우 대표 제공

“많은 분들이 ‘돈을 어떻게 버는가’를 물어보세요. 그런데 미디어 콘텐츠는 수익화가 어렵습니다.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대표적인 수익 모델은 ‘영상 시작 전·중간·후에 광고를 넣거나, 영상에서 제품을 광고하는 ‘V커머스’ 정도입니다. 1인 방송을 발판 삼아 강연을 하거나 책을 낼 수 있어요. 핵심은 사람들이 즐겨 찾게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콘텐츠를 꾸준히 쌓아야 해요. 일종의 ‘팬덤’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1인 창작자는 구독자가 별로 늘지 않으면 실망하고 그만둡니다.”


‘1인 방송으로 떼돈을 벌겠다’ 또는 ‘1인 방송에 모든 걸 걸겠다’는 생각도 금물이다.


“전업 1인 창작자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본래 직업과 1인 방송이 합쳐졌을 때 좋은 효과가 납니다. 1인 방송을 통해 내 전문 영역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하면서 내 직업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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