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중' 복사기로 SNS 화제..개그맨보다 웃긴 청년들

조회수 2020. 9. 23. 1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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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란데 말입니다"..공채 개그맨보다 더 웃긴 유머 크리에이터 3인방 '보물섬'
공채 개그맨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SNS 주축 활동 ‘유머 크리에이터’
배우 김상중 아들 아이디어로
‘그것이 알고싶다’ 콜래보레이션
‘찾아가는 개그’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개그’

‘그것이 알고싶다’의 배우 김상중과 래퍼 스윙스, 문재인 대통령 등을 성대모사해 SNS에서 인기몰이 하고 있는 개그 3인조가 있다. 이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주 1~2회 개그 영상을 올린다. 2일 현재까지 유튜브에 이들이 업로드한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2135만이 넘는다. 페이스북 보물섬 페이지는 23만명이 팔로우 중이다.

출처: jobsN
'보물섬'은 인덕대 방송연예학과 출신 3인조 남성 '유머 크리에이터'다.

이전에는 유재석 같은 진행자가 되거나 박명수 같은 인기 개그맨이 되기 위해선 지상파 3사 개그맨 공채 시험을 통과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SNS를 기반으로 신선하고 자유로운 개그를 선보이면서 인기를 얻는 ‘유머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한 것이다.


‘보물섬’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앞으로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지 않기로 서로 약속까지 했다. SNS 활동으로도 충분히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들을 알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물섬’의 강민석(24)·김동현(24)·이현석(25)씨를 만나 신종 직업 ‘유머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 동아리서 만나 동반 입대까지… “혼자가 아니기에 가능했다”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좀 낯설다. 설명을 해달라


이현석: 일반적으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창작자들을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말한다. 단순히 동영상 제작만 하는 게 아니라 해당 동영상을 매개로 자신의 팬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


이점이 기존 VJ 개념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VJ는 콘텐츠 1인 제작에 머물렀지만 크리에이터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동영상 콘텐츠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광고 등의 수익도 발생했다. 아마추어 창작자로서 시작했던 일이 이제 하나의 ‘직업’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게임·먹방·뷰티·개그 등 크리에이터들이 다루는 콘텐츠 주제는 다양하다. 그중 ‘보물섬’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뭉친 ‘유머 크리에이터’다.     

출처: 보물섬 제공
강민석·김동현·이현석씨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군대를 제대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왼쪽은 동아리 공연 후 찍은 사진. 오른쪽은 '보물섬'의 유튜브 채널 메인 사진이다.

-세 명이 뭉치게 된 계기는 뭔가


강민석: 인덕대 방송연예과 선·후배로 동아리에서 만났다. ‘스토커’라는 동아리인데 ‘웃음을 좇는 사람들’이란 의미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은 선배들을 많이 배출한 동아리다. 개그맨 김원효, 이수지 등의 선배들이 우리 동아리 출신이다.


매년 대형 강의실을 빌려 동문들과 교수님, 가족, 친구들을 초대해 개그 공연을 선보이는 행사를 한다. 한 번 공연에 관객 200명이 모인다. 그때부터 개그 합이 잘 맞는 멤버로서 세 명이 뭉쳐 다녔다.


저와 동현이는 2014년 6월 동반 입대했다. 연천에 있는 ‘5사단 열쇠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부대 행사를 도맡았다. 크리스마스 행사나 사단 야구 대회 해설자 자리는 우리 독차지였다. 함께 한 시간이 긴 만큼 개그를 사랑하는 동료로서 또 인간으로서 서로를 더 잘 알고 믿는다.


현석 형은 부대는 달랐지만 우리와 똑같은 날 입대해서 같은 날 제대했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니었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부대 안에 있을 때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했다. 개그 콘티를 짜서 서로 교환하며 평가해줬다.


휴가도 같은 날로 맞춰서 SNS 상으로는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활발히 나눴다. 모든 게 ‘남을 웃기는 일’에 꽂혀 있던 시절이었다. 혼자였다면 그렇게까지 열정을 쏟지 못했을 거다. 세 명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SNS에 동영상을 올려보자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김동현: 작년에 동아리에서 가평으로 MT를 갔다. 저희 세 명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친구들은 방에서 술게임을 하고 있을 때 셋이 따로 나와 개그 이야기를 오래 했다. 요즘은 SNS를 통해 개그 콘텐츠가 더 잘 유통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개그맨 공채 시험 준비를 했던 시기였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tvN 코미디빅리그에서도 개그맨을 뽑는다. 각자 이미 7~8번의 낙방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개그맨 공채 시험은 1년에 한 번 있거나 아예 없는 해도 있다. ‘공채 시험이 없는 기간에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흐르다가 현석 형이 SNS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려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2016년 7월부터 ‘보물섬’이라는 타이틀로 세 명이 ‘유머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했다.  

출처: 보물섬 유튜브 영상 캡처
배우 김상중씨의 아들이 '보물섬'의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 '그것이 알고싶다' 콜래보레이션을 제안했다.

김상중 아들이 먼저 아이디어 내 ‘그것이 알고싶다’ 콜래보레이션 하기도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현석: 기껏 열심히 만들어서 올렸는데 소리 소문 없이 내릴 수밖에 없었던 동영상 콘텐츠가 꽤 많다. 조회 수가 30회 정도밖에 안돼서 도저히 그대로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조회 수 좀 올려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의리로 봐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콘텐츠가 진짜 재미있을 때에만 ‘좋아요’를 눌러 주더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냉정한 평가자로 변했다.


학업과 SNS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두 동생에게 슬럼프가 찾아온 때가 있었다. 같은 팀 동료로서 또 형으로서 뭔가 힘을 북돋고 싶었다. 당시에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었는데 힙합 하는 분들 특유의 허세를 웃음 포인트로 삼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윙스와 양홍원을 성대모사했는데 그게 유튜브에서만 조회 수가 120만을 넘었다.

-배우 김상중씨의 아들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그것이 알고싶다’ 패러디 콜래보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강민석: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 캐릭터는 개그맨 공채 시험을 위해서 갈고닦았던 개인기다. 김상중 선생님 특유의 ‘그런데 말입니다’를 ‘구란데 말입니다’로 변형시켜서 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히트를 쳤다. SNS에서 해당 영상을 본 김상중 선생님 아들이 지인을 통해 저희 쪽에 연락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스튜디오에서 김상중 선생님과 함께 콜래보레이션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였다.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예인과 함께 촬영을 하려니까 정말 긴장됐다. 침도 바짝 말랐다. 오전 8시에 김상중 선생님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스튜디오에서 만나 미리 짜 간 대본을 드렸다. 프로는 프로였다. 리허설을 딱 한 번 했는데 흐름을 꿰뚫고 실수 없이 하시더라. NG 한 번 없이 두 시간 여의 촬영을 잘 마쳤다. 촬영 내내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편의점에서 1일 아르바이트를 한 문재인 대통령을 패러디한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성대모사를 잘 할 수 있는 팁이 따로 있나


김동현: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서 봤다. 어떤 인물을 성대모사 할 때는 캐릭터의 특징을 잘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 영상만 봤을 때는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분을 따라 하는 사람들은 웃음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시간을 아끼려면 패러디 하고자 하는 실제 인물을 분석하기 보다, 그를 따라 하는 사람들을 연구·분석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찾아가는 개그’ ‘직접 소통하는 개그’ 계속 이어 나가고파

-SNS에서 ‘대박’ 나는 개그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강민석: ‘체험형 개그’를 선호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1년 이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동영상을 찍어보니까 SNS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주로 대중과 ‘직접 소통’한 것들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개그콘서트를 본방사수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대중들은 길거리에서 직접 만나 눈앞에서 개그를 선보이고, 대화하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 설사 동영상에 찍힌 일반 시민이 본인이 아니더라도 ‘아 저기 내가 있었다면 저런 즐거운 경험을 했겠구나’하는 마음과 태도로 우리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보물섬 제공
'보물섬'은 SNS를 통해 대중들이 요청하는 개그를 직접 선보인다. 홍대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패러디를 하며 시민들의 번호를 얻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현석: ‘찾아가는 개그’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개그’가 ‘보물섬’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매력이라고 자부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대중들이 원하는 개그 신청을 받는다. 댓글로 여러 가지 요청이 달리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걸 최우선으로 뽑는다.


SNS에서 저희들에게 개그 신청을 하는 대중들은 특징이 있다. 미리 각본을 짠 대로 선보이는 개그보다는 날것 그대로 신선한 개그를 선호한다. 홍대 앞 길거리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김상중 버전으로 개그를 한 적이 있다. 팬들은 ‘내가 신청한 개그를 정말 보여주네’ 하면서 기쁨을 얻고, 저희는 틀에 박히지 않은 개그를 선보일 수 있어서 좋다. 이런 방식의 콘텐츠 제작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유머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김동현: 주변에서는 여전히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라고 추천한다. 하지만 ‘보물섬’은 초심을 잃지 않고 SNS 텃밭을 계속 지켜나갈 거다. 방송보다는 SNS가 훨씬 생생하고 신선한 개그를 선보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SNS에서 잘 되면 방송이나 라디오 등에서도 우릴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해서 인기를 얻는 것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유머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생기고,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알려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보물섬’ 영상은 기존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 퀄리티가 확실히 낮다. 모든 촬영은 아이폰으로 하고 있고, 편집도 서로 돌아가면서 직접 한다. 처음에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 각자 돌잡이 행사 진행자, 편의점·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돈을 벌어 소품비를 댔다. 지금은 콘텐츠가 잘 알려져서 기업 광고 의뢰도 들어와 수익이 생겼다. 이런 날이 오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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