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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되려다 1년에 매출 5억원 올린 30대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3.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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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위해 목회자 길 포기하고 프로 DJ 선택한 'Stomp!' 한진호 대표
10년 준비한 목회자 길 포기하고 프로 DJ로
DJ 장비 가득한 30평 사무실서 연 매출 5억
근로 환경 열악 전업 DJ 갈수록 설 자리 잃어
출처: jobsN
합정동에 위치한 'Stomp!' 사무실에서 한진호(31) 대표를 만났다. 3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한 대표는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파티·이벤트 대행사 ‘Stomp!(스톰프)’의 대표이자 프로 DJ인 한진호(31)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10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며 전도사 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 돌연 교회를 떠났다. 이듬해 그는 자신이 사용하던 3000만원어치의 DJ 장비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디제잉과 장비 렌털 사업을 벌여 ‘덕업일치(자신의 관심사를 직업으로 삼은 것을 일컫는 신조어)’의 삶을 시작한 거다. ‘주님의 길로 돌아오라’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업계 불황 가운데서도 사업 첫해 매출 2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두 배 이상 성장해 연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투명한 가격 공시가 사업 성공의 근간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한 대표는 DJ 근로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비정규직을 넘어 ‘일용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근로 환경 때문에 전업 DJ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목회자 길을 걷다 DJ를 시작한 한 대표를 만나 업계 이야기를 들어봤다.

10년 동안 ‘주(Lord)의 길’만 따르던 청년이 선택한 ‘덕업일치’의 삶

-학부와 대학원까지 신학을 전공했던데 ‘클럽’을 다니는 걸 이상하게 봤을 듯하다


“당연하다. 원래 악기를 잘 다룬다. 피아노 반주는 기본이고 찬양대에서 일렉 기타를 잡았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다 보니 디제잉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클럽에 가 보는 건 쉽사리 용기 내지 못했다. 신학대생으로서도 전도사 신분으로서도 이해받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꼬드긴 친구가 있었던 건 아니다. 현장에서 관객들이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가 너무 궁금해서 혼자 마음먹고 가봤다. 그 환상적인 분위기에 한 번 빠지니 헤어 나오기가 어려웠다. 당시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없는 돈을 겨우 모아 DJ 장비를 사들이고 자취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독학했다. 수요 예배를 마치면 어김없이 홍대에 있는 클럽으로 향했다. 새벽 예배 전에만 돌아오자는 심정으로 마음껏 즐겼다.


소속된 교회 담임 목사님을 찾아가 먼저 이실직고한 적도 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죄송하다고 회개했다. 하지만 도저히 디제잉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시 클럽을 다니다가 교회 청년에게 들킨 적도 있다.”       

출처: 한진호 대표 제공
한 대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신학을 전공하고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다. 하지만 디제잉이 좋아 2015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교회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데 반대가 심하지는 않았나


“2010년 ‘신학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잠시 디제잉을 접었다. 하지만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2013년 공부를 위해 팔았던 DJ 장비들을 다시 사들였다.


2014년 12월 전도사를 그만두자마자 사업 구상이나 시장 조사 과정도 없이 이듬해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쳤냐’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도 정말 많이 반대를 했다. 흔히 부모님 세대는 DJ가 라디오나 나이트클럽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딴따라’로 본다. 그런 일을 취미로나 할 줄 알았지 교회를 떠날 만큼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줄 몰랐던 거다. 반대가 거듭되자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마저 들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까지 안 말린 사람이 없었다. 주위 친구들과 신학대학원 선배들도 ‘다시 생각해서 빨리 주님께로 돌아오라’고 만날 때마다 회유를 했다.


왜 그토록 DJ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A4용지 5장 분량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서 3시간 동안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디제잉 장르를 가지고 ‘워십’을 하고 싶단 점을 말씀드렸다. 업종이 달라질 뿐이지 목사나 전도사 같은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약속도 드렸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훨씬 밝아진 제 얼굴 표정을 보면서 이 길을 선택한 걸 인정해주시기 시작했다. 클럽이나 브랜드 론칭 파티에서도 디제잉을 하지만, 교회 청년부 행사 때에도 많이들 불러 주신다.” 

출처: Stomp! 홈페이지 캡처
한진호 대표는 사업 분야의 모든 서비스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것이 단 기간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첫해에만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비결이 있나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됐다. 직접 디제잉을 하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DJ 섭외를 하기도 한다. 파티나 브랜드 론칭 파티 기획 대행을 맡는다. DJ 장비 렌털 업계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위치가 됐다.


첫해에만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일궜고 그다음 해에는 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DJ 섭외부터 장비 렌털까지 모두 가격 정찰제를 실시했다. 고객들은 그 점이 신뢰감 있게 다가왔다고들 말씀하시더라.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디제잉 업계에서 가격 정찰제를 시행한 회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장단점이 있다. 아예 가격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은 연락조차 없다. 하지만 일단 연락이 오면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격 정찰제의 장점이다.


디제잉이나 파티·브랜드 론칭 기획은 그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작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우리가 어떤 기획을 했고,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장비 대여는 어디에 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게 주요했던 것 같다.”   

‘일용직’과 다름없는 전업 DJ들의 근로 여건

-프로 DJ와 아마추어 DJ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단 한 가지 기준으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늠할 순 없다. 하지만 가장 크게 생각하는 차이점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융통성 있게 ‘세트 리스트’를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보통 DJ들은 한 행사에서 60분 정도를 커버한다. 처음 계약을 할 때 행사 주최 측에서 선호하는 곡이나 장르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간다. CD 플레이어나 LP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게 USB다. 거기에 디지털 음원 100곡 이상을 담아서 현장에 간다. DJ들은 ‘세트 리스트’라는 걸 준비한다. 선곡 순서도 미리 잡아 놓고, 어떤 음악을 어디까지 틀고 그다음 곡을 또 어디서부터 이어갈지를 미리 정해 놓는 거다.


업계에서 ‘분위기를 망쳤다’는 뜻으로 ‘분위기가 박살 났다’고들 표현한다. 아마추어 DJ들의 경우 뻔히 눈앞에서 분위기가 박살 나고 있는데도, 혹여 세트 리스트를 바꾸면 더 헷갈릴 것 같아서 짜 온대로만 디제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한진호 대표 제공
직접 디제잉을 하고 있는 한진호 대표.

-2010년 후반부터 디제잉 산업이 커졌는데도 전업 DJ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EDM(Electronic dance music·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관련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기고 각 기업들에서도 브랜드 마케팅이나 론칭 파티를 위해서 디제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DJ들이 설 자리가 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열악하다. 특히 디제잉을 통해서만 돈을 벌고 생활을 이어가는 전업 DJ들의 근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DJ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다. 2-3개월만 배워서 ‘저 DJ OO입니다~’ 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버튼 푸셔’라는 말들을 한다. ‘DJ 장비 플레이 버튼만 누를 줄 알면 누구나 DJ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DJ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이 실제로 클럽에 가서 플레이를 하고 페이를 받는 일들이 많아졌다.


업장이나 클럽에서 상주하는 DJ들을 ‘레지던트 DJ’라고 부른다. ‘레지던트 DJ’들은 그래도 근로 여건이 좀 낫다. 매달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프로 DJ 세계에서는 ‘레지던트 DJ 경력이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어느 업장에서 얼마 동안 레지던트 DJ를 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커리어가 된다.


그들 중 ‘메인 DJ’ 또는 ‘음악 감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각 DJ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전체 디제잉 타임 스케줄을 짤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메인 DJ들은 되도록 자기보다 어리고 경력이 짧은 DJ를 세우는 걸 선호한다. 회사에서 인사이동할 때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 나이와 연차를 고려하는 것과 비슷한 거다. DJ 세계에 갓 입문했다 하더라도 더 싼값에 젊은 DJ를 데려오는 게 업계에선 당연해졌다.”

출처: 한진호 대표 제공
'Stomp!'가 기획 대행을 진행한 행사 현장. 왼쪽 사진은 Body DRY X Octagon 파티 현장, 오른쪽 사진은 네이버 프로젝트 꽃 'Creator Day' 현장.

-임금을 떼이는 일도 다반사라고 하던데


“앞서 설명한 ‘레지던트 DJ’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타임 DJ’가 있다. 흔히 클럽들은 금요일과 토요일 영업을 한다. 규모가 더 크고 잘 되는 클럽들은 목요일과 일요일에 추가로 문을 열기도 한다. 가장 잘 되는 업장의 경우는 매일 문을 연다. 어느 부류의 업장이든 ‘타임 DJ’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 디제잉을 해주고 시급을 받는다. 괜찮은 업장에서는 시간당 15~20만원 정도 받는다. 그때그때 할당받은 시간에만 활동을 하니까 비정규직을 넘어서 일용직 형태로 근무를 하는 거다. 근로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계약서도 안 쓰는 판에 4대 보험 보장받는 DJ는 손에 꼽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임금체불이다. 클럽이 생겼다가 오래 못 가고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클럽 경영자들은 DJ들의 임금을 나중에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 체불을 겪지 않은 DJ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보통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서 절차를 밟아 끝까지 받아 내려고 노력하지만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클럽은 투자 구조가 아주 복잡하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아서 하나의 클럽을 차리는 형식이기 때문에 클럽 대표가 열 명 이상인 경우도 있다. 대표가 한 명이라면 그 사람이 오롯이 책임을 지겠지만, 여러 명이 대표로 있는 경우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당연히 임금 체불 문제가 더디게 해결된다.


업장이 망하면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고, 또 그렇게 구한 타임 DJ 자리도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일상의 연속이다. ‘불안한 고용’, 이게 전업 DJ들이 갖는 가장 큰 스트레스다. 20대부터 시작해서 평생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에 시달리는 거다. 그래서인지 서른 언저리가 되면 남자든 여자든 고민을 하다가 디제잉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처: jobsN·한진호 대표 제공
한진호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첫해 매출 2억을 달성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두 배 이상 성장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실력 있는 프로 DJ들이 온당한 보상받는 날 꿈꿔

-연예인들도 DJ로 많이들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실력 있는 분들이 높은 페이를 받고 디제잉을 하는 것에 대해서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다만 디제잉 실력과 상관없이 소위 말하는 ‘이름값’으로 디제잉 할 무대도 얻고 돈도 받는 걸 보면 씁쓸할 때가 많다. 우리 회사는 브랜드 론칭 파티 기획을 대행하는 일도 하는데, 기업에서는 대체로 유명한 연예인을 DJ로 세우기 원한다.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한 시간 기준으로 보통 400-500만원을 받고 800-1000만원 받는 연예인도 있다.


전업 DJ 중에서 월 200만원 수입을 내는 DJ는 전체 DJ 중 절반이 채 안 된다. 월 300-400만원의 페이를 받는 건 10명 중 한 명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력 있는 프로 DJ들이 싼값에도 쉽게 계약을 한다. 서로 기본임금을 깎아내리는 가격 경쟁을 벌이는 거다.


우리 회사는 홈페이지에 아예 섭외 비용을 공지해놨다. 막내급 DJ 섭외비가 시간당 50만원이다. 그 친구보다 훨씬 경력이 긴 DJ들이 30만원에도 무대에 선다고 하더라. 가격 정찰제로 운영하다 보니 예산이 안 맞으면 아예 연락이 안 온다. 하지만 오히려 가격 딜을 하지 않고 정찰제 운영하니까 더 신뢰가 간다며 연락 오는 경우가 많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겠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실력 있는 프로 DJ들이 온당한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한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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