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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속인다'는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두 청년

조회수 2020. 9. 23.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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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IT 기업 다니던 두 청년이 '부모도 속인다'는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까닭은?
'정보 비대칭' 풀면 중고차 시장도 맑아져
자동차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알려주는
자동차 문화 회사 목표

“십 년도 더 전에 중고차를 샀어요. 직장 생활하면서 틈틈이 모은 돈으로요. 3만Km밖에 안 뛴 차라 제법 돈을 많이 주고 샀습니다. 카오디오 들어가는 곳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첫차’를 가졌다는 기쁨에 당시엔 그게 뭔지 몰랐어요. 그런데 차가 조금씩 문제가 생기더군요. 정비소에 가져갔더니, 택시로 쓰던 차량을 속여서 판 것이라고 하더군요. 뚫려 있던 구멍이 바로 택시 미터기가 달려있던 곳이라는 거죠.”


중고차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첫차’를 운영하는 미스터픽 송우디(42) 공동대표의 첫 중고차 거래 경험은 끔찍했다. 반면 첫차의 최철훈(43) 공동대표는 조금 달랐다. “차를 정말 좋아해서 자주 바꿨어요. 새 차를 사는 건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으니 중고차를 노렸죠. 여러 번 차를 바꿨지만, 속은 적은 없어요.” 

출처: 미스터픽 제공
미스터픽 송우디(좌) 최철훈 공동대표

사람에 따라 경험이 천차만별인 지금의 중고차 시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중고차 딜러는 부모도 속인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두 사람은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2015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첫차는 현재까지 누적 거래대수 3만대, 누적 거래액은 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내 거래대수와 거래대금이 5만대, 5000억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국내 굴지의 IT 기업 출신들의 중고차 시장 도전기

송 대표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전문가로 네이버에서 일했다. 최 대표는 네오위즈, 넥슨에서 비슷한 일을 했다. 두 사람은 창업하기 전까지 십여 년을 ‘일’ 때문에 알던 사이였다.


“회사 간 협업 프로젝트 때문에 만난 사이였어요. 일종의 게임 포털사이트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저희가 담당자였습니다. 일로 만났지만, 각종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이건 문제야’ ‘이렇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데’ 등의 얘기를 많이 했죠. 자연스레 일을 넘어서 개인적으로 술자리, 밥자리를 이어가며 친분을 쌓았죠.”(송우디 대표, 이하 송)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들면서 ‘내 사업’에 대한 욕구가 커져갔다. 십 년 넘게 ‘합’을 맞추다 보니, 일을 저지른다면, 서로와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고 했다.


“저희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IT기업엔 ‘도전 정신’이 있었습니다. IT 기업에서 성공 경험을 쌓고, 거기서 얻은 즐거움이나 성공의 가치를 바탕으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선순환’ 구조 말이죠. 요즘은 젊은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들지만, 저희는 그 도전 정신을 이어받은 마지막 세대쯤 아닐까요.”(최철훈 대표, 이하 최)


2013년 두 사람은 직장을 정리하고 미스터픽을 설립했다. 이미 대기업 계열사들이 진출해 있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시장에 그들은 왜 뛰어들려고 했을까. 

출처: jobsN
미스터픽 사무실 정문에 '즐거운 자동차 경험을 만들자'는 문구가 붙어있다.

“수익 창출을 넘어 무언가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포커스를 맞춘 사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 차를 살 때도, 지금도 중고차 시장은 변하지 않고 있었죠. ‘IT쟁이’들이 깔끔한 거 좋아하잖아요. 코딩을 하더라고 딱 떨어지는 것 좋아하고요. 저희가 IT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뛰어들면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송)

중고차 딜러 만나러 갔다가 쌍욕 듣고, 쫓겨나기도…

회사를 만들고, 중고차 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중고차 딜러를 찾아가 무작정 만나고,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도 물었다. 결국 두 사람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고가 있거나, 운행을 많이 했어도 그 차를 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단, 그런 사실을 알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한다는 조건이 붙죠. 그런데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는 딜러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속아서 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송)


“중고차 딜러를 만나보면, 정직한 분들이 많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중고차 거래를 업으로 삼아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다고 자랑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정직하지 못한 딜러들 때문에 정직한 딜러가 피해를 보는 구조였습니다. 막 중고차 매매 단지에 들어온 새내기 딜러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어떻게 차를 사는지, 어떻게 파는지 간략한 교육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 교육받은 방식으론 차를 못 팔죠. 누군가는 ‘미끼매물’을 올려놓고 사람을 끌어들인 뒤 다른 물건을 팝니다. 좋은 차 사진에 싼 가격을 달아 올리고 사려는 사람이 오면 이미 팔렸다며 다른 차를 사라고 하는 겁니다. 정직한 딜러는 손님을 끌지 못하죠. 저희가 만난 딜러들 중 상당수가 이런 방식이 문제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최)

첫차 앱

간단한 해결책을 내놨다. 정직한 중고차 딜러가 정직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자. 우선 두 사람은 중고차 딜러들을 찾아다니며, 첫차와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회사를 설립하고도 서비스 시작까지 1년이나 걸린 이유도 딜러를 설득하는 과정 때문이다.


“처음엔 무작정 찾아갔어요. 정직하고 투명하게 중고차 거래를 해보자고요. 문전박대는 예삿일이고, '쌍욕'을 듣는 일도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직한 딜러가 많았고, 저희의 취지에 공감해 함께 하자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송)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만난 딜러 수만 3000명쯤이다. 처음엔 만났을 땐 첫차와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적었다. 하지만 ‘첫차에서 팔면 뒷말도 안 나오고 깔끔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정직한 딜러가 모였다. 서류심사, 개별 인터뷰, 매매 단지 방문 및 실사 점검을 거쳐 선발된 딜러 2500명이 첫차 인증 딜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매물에 대한 장단점을 여과 없이 공개한다.

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

두 사람이 시작한 미스터픽은 설립한 지 3년만에 대표 두 사람을 포함해 25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스타트업답게 모든 직원들이 함께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미스터픽 사람들은 말한다.  

출처: 미스터픽 제공
미스터픽 직원 전체가 모여 회의하는 모습

“첫차의 주 타깃층은 모바일에 능숙한 20대, 30대들입니다. 이들이 생애 첫차를 고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에 서비스 명도 첫차로 지은 것이죠. 2030세대는 생활필수품부터 부동산 전월세까지 소비활동을 모바일에서 해결하는 세대입니다.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기업 문화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게 미스터픽의 생각입니다."(송)


첫차 앱을 켜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차급별 분류다. 기존의 다른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의 경우 제조사→차종 순서로 검색해야 했지만, 첫차는 경차·소형·준중형·중형·대형· SUV/RV 등 소비자의 선택지에 포함되는 차종을 함께 보여준다. 

차종 검색 화면. 차급 별로 분류돼 있어 원하는 차를 찾기 편하다

차량을 선택하면, 차량 정보는 물론이고, 사고 이력도 나온다. 사고가 있다면, 보험처리 때 수리비가 얼마나 든 사고인지도 볼 수 있다. 심지어 보험 이력에서 ‘전손차량’이라는 표시가 돼 있는 것도 보였다. 일반적으로 전손 차량이란 사고나 침수 등의 피해로 차량 수리비가 그 차의 가격을 초과하는 것을 말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손차량을 찾아 보기 힘들다. 없어서가 아니라,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손차량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첫차가 알려주는 다양한 중고차에 대한 정보

IT 전문가가 만든 서비스답게 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화면에 녹여냈다.


"이미 중고차 정보들은 많습니다. 기존 중고차 시장에선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뿐이죠. 저희는 이미 있는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정부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중고차 정보 중 미공개 정보는 업무 협조를 요청해서라도 받아옵니다. 모든 정보를 모아 소비자에게 보여줍니다. 또 저희가 자체 개발한 '클린 엔진'을 거쳐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최)


각 딜러별 후기도 상세하게 공개된다. 미스터픽은 "해당 딜러로부터 차를 구매했다는 인증을 받아야 후기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

미스터픽은 어디서 수익을 창출할까.


"아직까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30억원을 투자 받아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죠. 하지만 기존의 중고차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딜러들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매출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얻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첫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첫차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차에 관심 있어 하고, 어떤 걸 원하는지 잘 분석해 이를 신차 제작 과정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죠."(최) 

출처: 미스터픽 제공
미스터픽 직원들

두 사람은 미스터픽의 최종 목표가 '자동차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라고 한다면, 완성차 업체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로 인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첫차를 통해 첫차를 구입한 20~30대들에게 자동차가 생기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더 많이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첫차를 소비자에게 보다 더 많이 알리는 게 우선입니다만,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겠습니다."(송)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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