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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전기자동차 팔던 30대 직장인 벨트에 꽂힌 이유

조회수 2020. 9. 23. 10: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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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 행복할 수 있을까?"..LG·BMW 간판 포기하고 스타트업 택한 30대 청년
나는 40대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손기정(34)씨는 30대 초반, 회사를 두 번 옮겼다. 처음 입사했던 LG이노텍에서 BMW코리아로, 다시 문을 연지 1년 갓 넘은 스타트업 ‘웰트’로 옮겼다. 많은 취준생이 선망하는 대기업, 유명 해외 자동차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2016년 7월 문을 연 웰트는 직원수 8명인 작은 회사다. 웰트는 지난해 매출 2억원, 2017년 예상 매출액은 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각종 센서가 달린 허리띠 '스마트 벨트'를 만든다. 센서가 사용자의 과식 여부, 칼로리 소모 정도, 걸음수 등을 파악해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삼성전자 C랩에서 분사한 웰트는 빈폴과 합작품을 내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랩은 삼성전자가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 중 사업성 있는 것을 선발해 벤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손씨는 이곳에서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다. 그가 대기업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jobsN
손기정 웰트 마케팅 팀장.

대기업 연봉, 복지, 시스템은 장점…반복되는 삶에 지쳐 

손씨는 2010년 LG이노텍에 입사해 2016년 퇴사하기까지 해외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LG이노텍은 전자, 차량 부품을 만든다. 2016년 매출액이 5조 7545억원.


-LG이노텍에서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새로운 해외 거래처를 발굴하고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어떻게 수출할지,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지 외국 업체와 조율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일종의 상사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회사가 한 번도 진출하지 않았던 중남미 지역을 혼자 뚫었을 때는 짜릿했습니다. 바이어들과 만나고, 회사 제품을 소개했죠. 어떻게 판매할지 설득하면서 계약을 따냈을 때는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프로젝트는 100억원대 규모도 많았습니다. 제품에 클레임이 들어오면 해외 공장까지 나가 외국인들과 한 달씩 함께 먹고 자기도 했습니다.”


그는 연봉이 LG이노텍 평균 정도였다고 했다. 연봉 정보 서비스인 ‘크레딧잡’ 자료를 보면 LG이노텍의 평균 연봉은 5857만원이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회사를 나온 이유가 있습니까


“대기업은 분명 장점이 많습니다. 복지, 연봉, 체계화된 시스템, 잘 짜인 인프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은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아침마다 쓰는 보고서. 주간·월간·연간별로 내야 하는 계획서, 회의, 미팅까지. 시스템이 너무 잘 짜여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 속한 직원이 부품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삶이 계속되면 40이 넘어서도 행복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손기정씨가 LG이노텍에 근무할 당시 동료들과 찍은 사진.

연봉 높여 BMW코리아로 이직…회사와 함께 크고 싶다는 고민

입사 6년차에 헤드헌팅 업체에서 제안을 받았다. "BMW코리아에서 일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자동차는 제조업의 끝판왕 아닙니까. 차를 직접 모는 것도 좋아했지만 자동차 회사에서 일해볼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BMW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도 한몫했다. 연봉도 올랐다. 직함은 비즈니스 카운슬러(Business Counselor).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는 세일즈 에리어 매니저(sales area manager)로도 불립니다. 주로 딜러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입니다.”


친환경차 판매 전략을 세우는 일을 맡았다. 영업사원처럼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딜러사가 차를 더 많이 팔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아무리 보조금이 나온다고 하지만 7000만원 가까이하는 전기·하이브리드차를 파는 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프로모션 등을 기획해 2016년 10~12월까지 월 100대를 팔았다고 했다. 그가 입사하기 전까지 BMW코리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월 5~10대 수준이었다. "제주도가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펴는 것을 알고 판매 전략을 새로 짰습니다. 제주도에 전기차 영업을 집중시킨 게 맞아떨어졌습니다."


-BMW코리아도 그만두셨네요


“앞서 다녔던 두 회사는 제가 키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저도 같이 크고, 제가 발전하면 회사도 함께 클 수 있는 그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계기가 있습니까


“동갑내기 사촌이 카카오톡 초창기 멤버였습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그곳으로 간 거죠. 초기에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걸 견뎌내고 나니 무섭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더군요.”

출처: 본인 제공
손기정씨가 BMW에 근무할 당시 회사 차 앞에서 사진 촬영한 모습.

스타트업 택하자 '제정신이냐' 소리도, 이직 전 장단점 파악 필수 

그렇게 찾은 회사가 웰트였다. 스타트업이지만, 삼성이 기술력을 인정한 곳이었다. 벨트는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사업 확장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헬스케어와 벨트를 결합한 사업은 경쟁력 있다고 봤습니다.” 연봉은 줄었다. 그래도 자신이 회사의 ‘부품’이 아니라 회사를 키워가는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 반응은 어땠습니까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간다고 하자 대부분 말렸습니다. ‘제정신이냐’, ‘보장된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뭐냐’,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했죠.”


그래도 옮기기로 했다. 아내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해보라고 하더군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즐거운일 한다면 응원 한다고 했습니다." 영업·마케팅 팀장으로 웰트에 입사했다. 대기업에서 팀장 직함을 달려면 평균 15년은 근무해야 한다. “직함만 그렇지 팀원은 저까지 두명입니다. 전체 직원이 8명 뿐인데 직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재밌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장점을 꼽는다면


“기획부터 실행까지 절차가 간소합니다. 대기업에선 물건 하나를 팔려고 해도 숱한 보고 체계를 거칩니다. 이곳에선 제가 거의 모든걸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대표님께 보고하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질테니 팀장님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 하세요'라고 해주시죠.


근무시간도 자율적입니다. 오전 10시까지 출근만 하면 이후부터 근무 장소나 퇴근 시간은 제가 결정합니다. 그렇다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퇴근후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밖에 나와서도 바이어들과 수시로 통화합니다. 회사가 작다고 업무량까지 적은 것은 아닙니다.”

출처: 웰트 제공
웰트에서 만드는 스마트 벨트 제품 사진.

-단점도 있을 텐데요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대기업에 있을 땐 그 배경만으로도 많은 게 해결이 됩니다. LG나 BMW는 브랜드 그 자체만으로도 신뢰감을 줍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없어지니 고객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더군요. 연봉도 줄었습니다.”


그는 대기업에 남아있는 것도, 대기업을 나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같다고 했다. “어떤 결정이 더 나을 지 모릅니다. 제 판단이 옳았는지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다만 새로운 도전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더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 합니다. 그 전에 회사의 비전이나 장기 로드맵이 있는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봐야죠. 모험심을 발휘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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