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150만명이 본 '울산대교 프로포즈' 영상 만든 주인공

조회수 2020. 9. 22.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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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케팅 히트 제조기, 어니스트펀드 이수호 이사 "프로면 프로답게"
KT·대우증권서 이름 날린 마케팅 전문가 이수호氏
유명 P2P업체 '어니스트펀드'로 새둥지
"최대한 오래 필드에서 뛰고 싶다
출처: 어니스트펀드 제공
P2P업체 어니스트펀드 이수호 이사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업체 ‘어니스트펀드’는 올해 6월 거물급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했다. KT·미래에셋대우(구 KDB대우증권) 출신의 이수호(41) 이사가 그 주인공.


그는 KT에서 인터넷 브랜드 쿡(QOOK)과 올레(Olleh) 마케팅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KDB대우증권에서는 어려운 금융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P2P는 믿을만한 중(中)신용자를 선별해,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연 10% 안팎의 합리적인 금리로 빌려주는 산업이다.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수의 고(高)신용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대부업체 등에서 연 2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다. P2P는 기존의 불합리한 여신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한다. IT업체와 금융회사에서 일했던 이 이사에게 P2P는 그 동안의 노하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야다.


“처음 다뤄보는 분야지만,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서울 여의도 어니스펀드 사무실에서 이수호 이사

마케팅 인생 20년

이 이사는 20년 가량을 마케터로 살았다. 연세대 불문과 95학번인 그는 1999년 친구 4명과 웹에이전시 회사를 차리며 온라인 마케팅에 처음 발을 들였다. 회사 홈페이지 운영·관리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대행해주는 일이었다. 고객사 중 대기업도 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회사를 운영했다. 직원이 13명까지 늘었지만, 회사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들이는 품에 비해 벌이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마케팅 업무 외에 회사를 운영하는 부분에 한계를 느꼈다.


“마케팅에 어떻게 빠져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대학 때 MT 기획을 도맡는 등 특이한 일을 실행하는데 관심이 많았던 것 같긴 합니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것들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 급속도로 확산된 인터넷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제가 고안한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짜릿했어요.” 

출처: 이 이사 제공
KT 시절의 이수호 이사

졸업 후 소규모 웹에이전시를 거쳐 2003년 KTF(현 KT) 커뮤니케이션팀에 입사했다. ‘온라인 마케팅’ 담당이었다. TV 광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패러디 되어 확산되게끔 유도하는 일이었다. 쇼(SHOW), 쿡(QOOK), 올레(Olleh) 등 화제가 된 KT 인터넷 브랜드의 마케팅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이 이사는 ‘쿡’의 TV 광고가 나가기 며칠 전, 네이버·다음 위성지도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내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막 시작된 서비스였던 네이버·다음 위성지도의 ‘KT 본사’ 옥상에 ‘QOOK’이라고 쓰인 빨간색 현수막을 합성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 현수막이 진짜인지, 합성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당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결승전이 열린 날이었는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가 ‘QOOK’이었고, 2위가 이치로(일본의 유명 야구선수)였다.


“관련 게시글과 사진 노출 횟수들을 모두 취합해보니 위성지도 마케팅 하나로 600만명 이상의 관심을 끈 것으로 집계됐어요. 쿡의 TV 광고가 나가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쿡’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게 만든거죠.”

이수호 이사가 KT 시절 아이디어를 낸 위성지도 현수막 마케팅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

KT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2010년 KDB대우증권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그가 받은 미션은 금융상품을 어려워하는 20~30대에게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다.


2014년 트로트 가수 현철과 개그맨 그룹 ‘나몰라패밀리’를 출연시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 CF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은 대히트를 쳤다. 그 해 대우증권의 유튜브 광고물 클릭 수는 전년대비 800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서울 강남역 6번 출구 앞에 ‘구정물 자판기’를 설치한 것도 화제가 됐다. 자판기에 1000원을 넣으면 구정물이 나온다. 자판기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이런 물을 마시면서 살아갑니다. 1000원을 기부하시면, 대우증권이 9000원을 보태서 1만원으로 아프리카 어린이 1명이 1년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이수호 이사가 만든 대우증권 광고. 당시 딱딱한 금융 광고 이미지를 깬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우증권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2015년 회사를 나왔다. 온라인 마케팅 대행업체 ‘에릭스 팩토리’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에릭스 팩토리는 ‘대학내일’의 자회사다. KT 퇴사 때처럼 모두가 “‘잘 나가는’ 사람이 왜 사표를 내느냐”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대기업 팀장은 팀원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관리자 역할보다는 언제나 필드(field)에서 뛰고 싶은 욕구가 강했습니다. 제가 마음껏 마케팅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곳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이 들어와서 퇴사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직장’을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직업’만 생각했죠. 간판은 중요하지 않아요.”


에릭스팩토리에서 진행한 마케팅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울산대교 프로포즈’ 동영상이다. 개통 전 울산대교에서 울산 출신의 30대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청혼 프로포즈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마케팅 작업의 일환으로 이 이사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3일만에 15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처: 이수호 이사 제공
이수호 이사가 기획한 대우증권 '구정물' 캠페인

“급여, 칼퇴 중요”  

이 이사는 올해 7월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했다. 이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전 직장에 불만이 없었다.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관리자 역할은 거의 신경 안 쓰고 마케팅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보수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어니스트펀드 서상훈 대표는 3개월간 거의 매주 그를 만나며 합류를 설득했다.


“KT와 대우증권에서 IT 와 금융 마케팅, 디지털 대행사 운영을 통한 세부 실행 경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아요. 무엇보다 P2P금융 이라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좋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여러 번 이직하고,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합류한 그에 대해 주변에서는 “돈과 안정성보다는 ‘꿈’을 좇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이사의 대답은 “전혀 아닙니다”였다.


“마케팅을 사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를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보수는 저에 대한 시장의 가치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가진 재능으로 좋은 일을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옮기는데 그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는 이직하면서 늘 연봉이 뛰었다. 30대 중반에 이미 억대를 받았다. 어니스트펀드로 옮길 때도 스톡옵션을 포함해 이전 직장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이 이사가 ‘칼퇴’하는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그의 화려한 이력을 보면 으레 일에만 빠져 있는 ‘워커 홀릭’일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그의 대답도 “전혀 아니다”였다.


“저 퇴근 시간은 7시 넘기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일과 여가의 균형 잡힌 삶을 중시합니다. 마케터는 크리에이티브가 아무래도 제일 중요하죠. 제가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느라 재충전 못하는 순간 저는 제가 쌓아둔 것들을 소비만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바닥’이 드러나겠죠. 그건 저뿐 아니라 회사에도 안 좋은 일입니다.


쉴 때는 쉬고, 업무시간에는 대신 미친듯이 일합니다. 7시에 퇴근해야 하니까요. 일이 너무 많으면 차라리 출근 시간을 앞으로 당기지, 퇴근 시간을 늦추는 것은 피합니다. 주말에도 정말 특별한 상황 아니면 사무실 나와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의 크리에이티브 원천은 어디서 올까. “어마어마한 독서량에서 온다”와 같은 답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틀렸다.

“책 거의 안 봐요. 대신 예능프로그램 12개 정도 챙겨봅니다. 의무감으로 봅니다. MBC 무한도전부터 JTBC 아는형님, M·NET 쇼미더머니 등을 요일 별로 봅니다. 최신곡도 다 찾아서 들어요. 가사, 멜로디, 안무 다 유심히 봅니다.


온라인 마케팅을 하려면 실시간 트렌드를 언제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기서 사람들이 웃는구나, 이 감성이 현재의 감성이구나’ 생각하죠.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목적 없는 웹 서핑을 하는 것도 뇌를 말랑말랑하게 유지하는 노하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이사는 현역 생활을 최대한 길게 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60세, 70세까지 뛸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어니스트펀드 이수호 이사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처럼 자기 관리 열심히 해서 나이 들어서도 시장에서 계속 찾는 프로다운 프로가 되고 싶어요.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난 운동선수라도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선수 생명이 짧잖아요? 반면 비시즌에도 열심히 몸 관리한 선수들은 40세 넘어서도 현역으로 뜁니다.


저는 재능을 타고 났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평범한 마케팅 전문가'일 뿐입니다. 단지 계속 노력해서 지금의 감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고 싶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것은 압니다. 앞으로 길어야 5~6년 정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까지 마케팅 하나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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