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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무관 유망직업 ‘날씨경영컨설턴트’

놀이동산부터 골판지 공장까지, ‘날씨’를 알아야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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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날씨경영 컨설턴트, 와이즈모바일 박흥록 대표
인터넷 발달로 ‘맞춤형’ 날씨 정보 제공 쉬워진 덕분
기상학 전공하지 않아도 돼…상경계열 전공자도 많아

날씨를 가지고 ‘돈’을 버는 직업이 있다. 바로 ‘날씨경영 컨설턴트’다.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고민하는 경영·마케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날씨 정보를 가공해서 제공한다. 건축, 유통, 테마파크, 골판지 제조업까지 날씨 정보가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17년 차 날씨경영 컨설턴트이자, 와이즈모바일 대표인 박흥록(46)씨를 만나 우리 생활에 밀접한 날씨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17년 차 날씨경영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박흥록 와이즈 모바일 대표.

출처jobsN

-날씨경영 컨설턴트가 하는 일이 뭔가


“우리나라 산업의 약 80%가 날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날씨’는 기업 경영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변수로 작용한다.


각각의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이 고민하던 문제를 컨설턴트에게 직접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컨설턴트가 ‘~한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마케팅 전략 제안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청에서 공급하는 획일화된 날씨 정보가 아닌 ‘맞춤형 데이터’를 준다는 것이다.


날씨경영 컨설턴트가 전문 직업군으로 성장한 시점은 2000년부터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날씨 정보 커스터마이징(맞춤화)이 쉬워졌고, 전달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PC 통신 기반이던 시절에는 각 기업이 날씨 정보를 팩스를 통해서 전달받아야 했다.”


-‘날씨경영 컨설팅’ 이야기를 할 때 편의점 사례가 항상 언급되던데


“그만큼 유통 업계에서 날씨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품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놓고 비교해 봐도 맑은 날, 구름이 조금 낀 날, 비가 오는 날에 서로 다른 판매량을 보인다. 날씨와 판매량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날씨경영 컨설턴트들은 ‘데이터 마이닝(데이터 가운데 숨겨져 있는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작업)’을 한다.


편의점 점원은 판매대에 설치돼 있는 포스(Point-Of-Sale·판매 시점 정보 관리) 장비에 소비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입력하도록 돼 있다. 개별 판매 정보와 그날의 날씨 정보를 데이터 마이닝 해서 마케팅 전략을 뽑아내는 게 날씨경영 컨실턴트의 역할이다. 

맑은날 매출을 100으로 한 판매 지수. 100보다 높으면 매출이 증가하고 100보다 낮으면 매출이 줄어든다.

출처박흥록 대표 제공

실제 사례로는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에 ‘튜브형 아이스크림’이나 ‘이온음료’의 재고를 2배로 늘리도록 해서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에 CU 편의점의 전신인 보광패밀리마트 컨설팅을 맡아 총매출을 20% 높였다.”


-다른 업계에서는 날씨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나


“테마파크 산업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0년도 초반 우리나라 대표 테마파크 중 하나인 에버랜드가 컨설팅 의뢰를 해왔다.


기본적으로 에버랜드 측은 회사 차원에서 날씨경영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스터디를 진행한 상태였다. 에버랜드는 입장객 수에 따라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르바이트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원했다. 입장객 수를 좌우하는 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날씨’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에버랜드는 중간에 산을 끼고 있다. 정확한 기상 예보가 이뤄지려면 자동기상관측 장비인 AWS(Automatic Weather System)를 설치해야 한다. 대부분의 날씨경영 컨설팅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컨설팅 비용 지불은 월 단위로 이뤄진다. 에버랜드의 경우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도 추가됐다.


매달 전월 달의 기상 예보 정확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일정 기준의 정확도에 미치지 못하면 의뢰 기업이 매달 내는 운영비의 20% 정도를 삭감해서 지급하도록 한다.


테마파크의 경우 놀이공원이 위치한 지역의 날씨뿐만 아니라 그곳으로 놀러 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날씨도 신경 써야만 한다. 대전에 살고 있는 가족이 에버랜드를 놀러 가려고 했는데, 이른 아침 대전에 비가 온다고 치자. 지금이야 기술이 발달해서 위치 기반 날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에버랜드 날씨가 어떻든지 간에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비가 오면 놀러 갈 마음을 싹 접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컨설팅 당시 에버랜드가 위치한 용인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대전’ ‘경남 일부 지역’ 등을 거점 지역으로 잡고 다양한 위치의 날씨 정보를 제공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컨설팅은 무엇인가


“한국지역난방공사 케이스였다. 고객만족센터 쪽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입주민들이 매해 여름마다 ‘장마철에 왜 난방을 공급하지 않느냐’면서 자신들에게 클레임 전화를 걸어온다는 거였다.


지역난방공사는 각 아파트에 1년 365일 난방을 공급한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난방 배관 공급을 막아 놔서 여름에는 난방기가 돌아가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거나 어르신들이 있는 집에서는 난방기를 돌리고 싶다고 아우성이지만, ‘왜 한 여름에 난방비를 지불해야 하냐’고 반발하는 입주민도 많다. 이런 갈등을 피하고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아예 난방을 차단시킨 거다.


이 상황을 모르는 입주민들이 지역난방공사에 직접적으로 항의를 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난방 지수’라는 걸 개발하는 방향으로 컨설팅 해줬다. 날씨나 기온, 습도에 따라 난방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계산할 수 있는 함숫값을 만들었다. 이 함숫값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수화’시켰고 캡션도 달아줬다. 예를 들어 난방 지수가 10이면 ‘난방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난방 지수가 40이면 ‘난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등의 설명을 달아준 것이다.


난방 지수를 지역난방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고, 아파트 관리소 사무소장들이 이를 근거로 난방을 공급할지 말지를 결정토록 했다. 여름철에도 난방 수요가 발생하자, 지역난방공사는 해당 연도에 22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

작은 규모의 사업체나 소상공인들도 간단한 엑셀 활용을 통해서 데이터 마이닝을 할 수 있다.

출처박흥록 대표 제공

-작은 규모의 사업체나 소상공인에게도 날씨경영은 중요한가


“당연하다. 한 번은 골판지 상자 제조업을 하시는 분이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왜 연락이 온 건지 가늠이 잘 안됐다. 알고 보니 골판지는 습도가 높은 날 수축을 한단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 골판지 상자를 만들면 맑은 날 상자를 만드는 것보다 원재료 값이 2배 더 든다는 거였다.


대표는 비가 오는 날 최소한의 직원들만 출근시키고자 했다. 그렇다고 당일에 갑자기 출근 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확한 기상 정보를 사흘 전에 제공해준다면 탄력적인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컨설팅 결론이었다.”


-날씨경영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 무슨 준비가 필요한가


“꼭 기상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날씨경영 컨설턴트는 오히려 영업을 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일을 더 많이 한다. 경영이나 경제와 같은 ‘상경계열’ 출신들도 많이 있다.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도 중요한데, 엑셀 공부를 조금만 하면 충분히 데이터 마이닝 작업을 해낼 수 있다.


의뢰 업체의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기상 정보라는 게 한 분야에서만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게 아니지 않나. 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업계, 업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세상에 전반적인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니즈 파악이 빠르고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날씨경영 컨설턴트는 기본적으로 민간기상사업체에 소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기술력과 인프라가 필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국내 등록된 민간기상사업체 수는 총 425개인데, 이중 예보 업종으로 등록된 경우는 25개이다. 신입사원의 초봉은 2800만원 정도다.”   


-날씨경영 컨설팅이 어려움은 무엇인가


“기상 예보라는 게 항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과거 100년간의 기록을 보고 오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정확한 예보가 어려울 때가 많아졌다.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이럴 때 가장 난감하다.”

날씨 데이터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됨에 따라 '날씨경영 컨설턴트'는 유망직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출처박흥록 대표 제공

-날씨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특히 관심 있게 보는 분야가 있나


“위치에 따른 날씨 데이터 적용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경험하는 날씨가 다 다르다.


서울만 해도 25개 자치구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강수량을 보일 때가 많다. 분명 기상 캐스터는 서울 전 지역에 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강남구나 양천구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날도 있었다.


서울 지역의 날씨를 관측하는 장비는 예전 기상청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즉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교육청 옆자리가 과거 기상청이 위치했던 곳이다. 따라서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서울 지역 예보는 사실상 종로구, 특히 광화문 일대만을 포함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서울 지역에서도 각 ‘구’ 단위로 나눠서 예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는 ‘파킹박’이란 앱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위치를 기반으로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추후 날씨 정보를 접목시켜서 데이터 제공을 다각화를 하려고 한다.


맑은 날, 비가 오는 날 등에 따라서 거리에 나와 있는 차량 총 수가 다르고, 주차 사업을 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수익 증대를 위해 가격 차별화를 고려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날씨경영 컨설턴트 인증을 받기 위한 전문적인 자격증 제도는 없다. 대신 한국기상기술원에서 기상전문인력 양성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날씨경영 컨설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날씨 정보는 다방면에서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상 컨설턴트를 꿈꿀 수 있도록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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