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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매트리스가 69만원, 써본 사람이 입소문 내는 대박 아이템

조회수 2020. 9. 22. 11: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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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69만원짜리 매트리스를 인터넷으로 파는 무모한 도전 왜?
폼매트리스 만드는 '삼분의 일'
매일 재료 바꿔가며 1년간 샘플 10개 만들어
베개·커버 등 수면 관련 아이템 계획

"창업은 당신 스스로 절벽에 뛰어내리고 나서 (떨어지는) 비행기가 땅에 닿기 전에 부품을 조립해 다시 올라가는 것이다…하드웨어를 만들 때 (제품을) 망치면 당신은 끝이다. 그래서 정확성이 정말 중요하다."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트인의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만의 말입니다.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힘들지만 제조업은 더욱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제조업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실패 확률도 높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는 어렵다(Hardware is hard)'라는 말이 진리처럼 통합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으로서 제조업에 도전한 사람을 만나봅니다. 두 번째는 폼매트리스를 만드는 '삼분의일' 입니다. 회사 이름은 '하루 8시간,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데 쓴다'라는 의미다.

출처: 삼분의일 제공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매트리스는 압축 포장해 택배로 배달된다. 압축팩만 제거하면 쉽게 설치할 수 있어 배송과 설치 비용이 안 든다.

① 무슨 일이 있었나?

"택배로 받은 매트리스를 혼자 쉽게 설치했다. 너무 편해서 자고 일어나니 생기던 짜증도 사라졌다"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좋습니다" "매트리스가 나를 감싸는 느낌" "침대를 주로 잠잘 때만 이용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고백'이다. 스타트업 삼분의일이 만든 매트리스 사용 후기. 모두 직접 구입해본 후 자발적으로 올린 내용이다. 주로 '숙면을 하기 좋다' '(설치가) 간편하다'라는 평가가 많다. 가격은 사이즈에 따라 69만~94만원.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구입하기엔 높은 가격이다.


삼분의일은 '폼매트리스'를 만든다. 스프링이나 라텍스가 아닌 폴리우레탄이 주소재다. 전주훈(34) 삼분의일 대표는 "미국·유럽 등에서 선호하는 재료로, 캐스퍼·탬퍼 등 해외 유명 회사 제품 가격은 100만~300만원 정도다"고 말했다.


삼분의일 매트리스는 돌돌 말려 압축된 채 배달된다. 설치 비용이 안 들고, 오프라인 매장도 없다. 생산·유통 비용을 줄인 것이다. 덕분에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물건을 구입한 후 100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게 해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 올렸다.


2017년 7월 7일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3월 베타테스트 이후 입소문이 나 정식 런칭 전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베타테스트에 응했던 100명 중 50명이 재구매했다. 이후 하루 1~2개가 꾸준히 팔려, 두 달여 만에 100개가 나갔다. 정식 판매 한 달도 안돼 캡스톤파트너스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5억원을 투자했다.


초기 구매자는 IT기기를 사듯이 매트리스 사양을 따졌다. 보통 침대나 매트리스를 가구로 인식하는 것과는 달랐다. 사용하고 나서는 "내가 써보니 좋다"라며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삼분의일은 회사와 전 대표 본인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홍보 외 마케팅은 하지 않았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 게다가 스타트업에서 만든 물건 치고 비싼 가격인데 잘 팔릴까'라는 의문이 생길 법 하다. 아직 판매 채널은 페이스북과 한 포털사이트 쇼핑플랫폼이 전부다. 자체 홈페이지도 없다. 

출처: 삼분의일
매일 다양한 폴리우레탄 소재의 높이, 위치 등을 조합해 원하는 매트리스를 만들어갔다.

② 왜 매트리스인가?

창업은 2016년 10월에 했다. 1년 전 컨설팅을 하다가 알게 된 매트리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당시 전주훈(34) 대표는 2년 동안 운영한 집청소 플랫폼 홈클을 폐업한 직후였다.


'자식 같던 서비스'를 접고 나서 한동안 일만 했다. 대학 졸업 후 종합상사에서 일한 경력과 창업 경험 등을 인정 받아, 프리랜서로 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컨설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매트리스를 접했고 빠져들었다.


다시 창업하자 지인들은 "왜 갑자기 매트리스야?" "전문가도 아닌데 너가 만든다고?"라며 의아해 했다.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었다. "왜 다시 창업했냐?"라는 질문도 있었다. 전 대표가 말하는 매트리스의 매력은 3가지다.


"첫째는 시장 규모입니다.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8000억원, 침대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이 넘습니다. 전 세계 벤처캐피탈리스트(VD)가 최근 2년간 수면 시장에 투자한 돈만 1조원입니다. 한국에서도 매트리스 시장이 매년 20%씩 늘어나는데다, 젊은층은 스프링 매트리스 외 다양한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둘째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시장구조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매트리스하면 떠올리는 브랜드가 있잖아요. 회사 이름만 보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이라 좋았습니다. 손에 잡히는 제품을 만들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잖아요." 

출처: 삼분의일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에 납품하는 매트리스 공장을 찾아 1년간 테스트하고 제품을 만들었다.

③ 어떻게 만들었나?

그때부터 매트리스 공장에 살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반기지 않던 공장 관계자와 어느새 친해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평생을 매트리스를 만들고 연구한 전문가였다. "매일 보니 정이 들기도 했고, 젊은 사람이 매트리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니 도와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전 대표 자신이 원하는 매트리스 느낌을 적어봤다. 물 위에 떠 있는 느낌' '너무 푹 꺼지지 않고 원하는 정도로만 파묻힐 것'.


하루에 1번씩 각 재료를 달리 조합해 매트리스 샘플을 만들어 갔다. 6개월이 지나자 첫 번째 모델이 나왔다. "생각보다 매트리스 만드는 게 재밌습니다. 각 재료의 높이와 순서를 조합하면 다양하게 만들어볼 수 있거든요. 밀도와 경도도 제각각이고요."


1년 동안 실제 만들어 본 모델만 10개. 한 모델에 30명씩 테스트를 했다. 직접 누워봤고, 지인들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한 사람에게 1시간 이상 물어보면서 단점을 고쳐나갔다. 어느새 매트리스 전문가가 됐다.


공장 관계자는 "유명 회사는 2년에 한 번 정도 모델을 바꾸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매달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공장 관계자들이 전 대표의 노력에 재료값만 받거나 아예 공짜로 샘플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평생 매트리스만 연구하신 분들이라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새로운 매트리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시더군요."


소재 조합 비율을 찾은 후에는 폼매트리스의 단점도 고쳐나갔다. 우선 폼매트리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때문이었다. 열과 압력을 가해 유해물질을 밖으로 끌어낸 후 강한 바람으로 날려보내는 원리를 적용했다. 접착 기술을 개발해 소재를 이어 붙일 때 본드를 쓰지 않기로 했다. 바람이 잘 통하는 폼 소재를 상단에 올려 온도가 높아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공장에 계시는 전문가들을 엄청 괴롭혔습니다. 한국에서 친환경마크를 땄고, 친환경 생산라인에서 안전한 원료를 사용해야 받을 수 있는 유럽 인증(CertiPUR)도 얻었습니다." 

④ 어떻게 팔 것인가?

지난 3월 100명을 상대로 베타테스트를 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트리스와 함께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도 했다. "선호하는 푹신함은 달랐지만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대신 철저하게 온라인 판매를 하기로 했다. 홍보는 SNS로만 하고, 포털사이트 쇼핑몰에서만 판매했다. 판매 페이지를 못 찾은 사람들은 SNS로 "매트리스를 사고 싶다"라는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신 제품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영업 노하우인 매트리스 소재 조합 과정, 생산 공정 등을 최대한 자세히 썼다. 제품 특성도 솔직히 알렸다.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단단한 잠자리를 선호하면 불편할 수 있다' '대중적인 스프링 매트리스와 느낌이 달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제품 스펙을 자세히 써둔 게 도움이 됐습니다. 매트리스를 가구가 아닌 IT 기기처럼 여기는 분들이 많이 구매합니다. 대부분 직접 정보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물건을 사는 걸 즐기는 분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써보고 마음에 들면 적극 추천하고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상황입니다."


그의 관심은 매트리스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수면과 관련한 국내외 서비스는 모조리 이용해봤다. 한국과 외국 회사가 만든 매트리스, 수면을 도와주는 앱, 집중력 높이는 앱, 수면 무호흡 치료기, 수면 트래킹 서비스….


전 대표는 "앞으로 베개, 방수커버 등 수면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자체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온라인 판매 채널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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