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됐고, 잠이나 잘래요" 3040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수면카페

조회수 2020. 9. 22. 1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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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쪽잠이라도 자야 하루 일과 버틸 수 있어요
3040 직장인 남성들, 점심시간 힐링카페 집중 이용
영화관도 직장인 수면장으로 탈바꿈
겨우 쪽잠 자는데 상사한테 들킬까봐 눈치보기도
출처: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3040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수면카페를 찾는 걸로 조사됐다.

윤경희(50)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명동에서 힐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힐링카페 단골은 3040 직장인 남성들. 음료 한 잔을 포함해 50분 동안 안마의자를 이용하는데 1만3000원이다.


60평(약 198㎡) 남짓한 힐링카페에는 18대의 안마의자가 놓여 있다. 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는 빈 안마의자가 없을 정도다. 직장인들은 점심 밥을 포기하고 잠을 선택한다. 이 시간에 이용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3040 직장인 단골들은 보통 장기 회원권을 끊는다. 10회권을 끊으면 1회 이용금이 9000원으로 확 줄어든다.


“직장인 단골분들한테 식사는 어떻게 하고 여길 오시냐고 물었더니 ‘삼각김밥 같은 걸로 때우고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떡을 돌리기도 했어요.”

출처: jobsN
윤경희씨는 명동역에서 ‘미스터 힐링’이라는 힐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직장인 단골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

대세는 ‘패스트 힐링’…3040세대 수면·힐링카페 이용객 수 늘어

최근 ‘패스트 힐링(fast healing)’이 주목받고 있다. 패스트 힐링은 시간에 쫓길 때 간편하게 먹는 ‘패스트 푸드(fast food)’처럼 한정된 시간을 쪼개 빠르게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푼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수면·힐링카페는 패스트 힐링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트렌드연구소가 2017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힐링카페 분기별 카드 결제액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전국 주요 수면·힐링카페 67곳을 대상으로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도 하반기까지 조사한 결과, 분기별 결제액은 평균 성장률은 135%에 달했다.


수면·힐링카페 업체들이 주목하는 고객층은 3040 직장인들이다. 수면·힐링카페를 가장 많이 찾는 연령층은 20대이지만, 최근 1년 새 3040 세대의 이용 증가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소는 2017년 1월부터 넉달간의 수면·힐링카페 연령별 이용건수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 분석했다. 20대의 이용건수 증가율은 108%였는데 30대와 40대는 각각 199%, 209%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시간 활용이 쉬운 20대는 주중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수면·힐링카페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는 점심시간에 이용객이 몰려 있었다.


남궁설 신한트렌드연구소장은 “직장인들은 매일 반복되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상태인데, 힐링할 시간은 부족한 상태”라며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영화관이 직장인들 쉬어 가는 수면장으로 깜짝 탈바꿈

4년차 은행원 이홍재(가명·32)씨는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러 종종 영화관을 찾는다.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서 잘 수 있어서 편안하다. 1시간 짧게 자는 것이지만 담요·안대를 제공해서 숙면 취하기 딱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야근이 많았던 기간에는 일주일에 3번씩 간 적도 있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출처: CGV 제공
CGV여의도는 지난해 3월부터 '시에스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점심시간에 한해 프리미엄관에서 직장인들이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씨가 자주 찾는 영화관은 2016년 3월 ‘시에스타(Siesta)’라는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매주 월~목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리클라이너 의자가 비치된 프리미엄관을 직장인들을 위한 수면장으로 바꾼 것이다.


좌석을 포함해 음료 한 잔이 제공되고 귀마개와 슬리퍼, 담요도 준다. 프리미엄관 내에는 숙면을 돕는 아로마향이 가득하고 적당한 볼륨의 클래식 음악도 흘러나온다. 최대 90분 이용할 수 있는 이 영화관 이용금액은 1만원. 전체 48석 중 보통 30석 정도가 찬다고 한다.


CGV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 시행 초기와 비교해 봤을 때 이용률이 65% 증가했다”며 “밀집도가 높은 여의도 일대 2030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잡은 게 유효했다”고 말했다. ‘시에스타’ 서비스는 현재 잠시 중단 중이다. 7~8월 직장인 휴가 시즌을 맞아 프로그램 리뉴얼을 거친 뒤, 8월 말부터 다시 운영할 예정이다.

출처: 바디프렌드 제공
바디프렌드는 지난 6월 을지로 일대에 힐링카페를 열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바디프렌드도 수면·힐링카페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바디프렌드는 올해 6월 서울 을지로에 700만원 넘는 고급 안마의자 등 총 26대의 안마의자를 설치한 수면·힐링카페를 열었다. 안마의자 제품별로 차등을 두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1인당 1만5000원(50분)에 이용할 수 있다. 점심 식사를 포기한 직장인들을 위해 안마를 받으면서 카페에서 따로 머핀이나 베이글 등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차별화 전략도 폈다.

코앞에 수면카페 놔두고 왜… 눈치까지 봐가며 쪽잠 자는 직장인들

수면·힐링카페를 이용하는 직장인 대부분은 자신이 그곳에서 쪽잠을 자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3년차 회사원 안태진(가명·31)씨는 “한 번은 부장님이 힐링카페에 들어가는 저를 봤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자 ‘농땡이 잘 피우고 돌아왔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의 한 회사에 다니는 박우진(가명·30)씨는 일부러 명동에 있는 수면·힐링카페를 찾는다. 직장 상사 눈에 띄지 않고 싶어서다.


“사무직이기 때문에 신참은 유일하게 점심시간이 개인 자유 시간이다. 그 시간이라도 이용해서 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우고 싶은 건데, 꼭 그런 날 상사가 점심을 같이 먹자 하더라. 약속이 있다고 말했는데 수면카페 간 걸 아시면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가급적 회사에서 떨어진 곳을 이용한다. 근본적으로 근무 시간이 줄거나 회사 복지가 좋아져서 잠이 부족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싶다.”


글 jobsN 박가영

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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