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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남성 전문 미용사 '머리카락 잘랐는데 오히려 풍성'

조회수 2018. 11. 2.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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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고객만 받기 위해 미용실 간판도 안 달아

SNS 홍보로 와이프들 공략해 ‘남편 단골’ 유지

전국 투어 강의 열면 30분 만에 티켓 매진


‘윙~’ 미용실 내에 드라이어 소리가 요란하다. 젊은 여성 미용사가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고객들을 상대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보통 미용실과 다를 바 없는데, 고객은 모두 남성들이고 여성이라고는 헤어 디자이너와 그녀의 보조 스텝 둘뿐이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여성이 미용실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여성 손님은 단 한 명도 없다. 오로지 남성들을 위한 ‘남성 전용 미용실’이기 때문이다.


헤어 디자이너 이미영(32·여)씨는 업계에서 ‘디자이너 L’로 통한다. ‘미용계 연예인’ ‘반쪽짜리 미용사’ ‘연 매출 6억 미용사’ 등 그녀를 설명하는 수식어도 많다. 이씨를 만나 남성 전용 미용실을 차리게 된 이유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남성 고객들이 미용실에서 소외받는 모습 보는 게 안타까웠다”

대구가 고향인 이미영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등 떠밀리다시피 해서 고향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해 섬유공학을 전공했다. 미분과 적분이 등장하는 수업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1학기만 다니고 부모님 몰래 자퇴했다. “성인이 되니까 그땐 부모님이 져 주시더라고요.” 이씨는 뷰티 관련 학과에 진학해 진짜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출처: 이미영씨 제공
경력 11년 차 미용사 이미영씨는 남성 전문 헤어 디자이너다.

-서울에는 언제 올라왔나

“23살에 상경했다. 미용 기술을 배우면서 여성보다는 남성 헤어를 다루는 게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에 ‘BOOO’이라는 남성 전문 미용실이 있어서 거기에 취업했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3개월 만에 그만뒀다. 서비스나 헤어스타일 측면에서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찾고 찾아서 서울에서도 남성만 전문으로 하는 미용실로 들어갔다.”


-미용 업계에서는 남성 고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던데

“기본적으로 남성 고객보다 여성 고객을 상대할 때 매출이 3배 높다. 업계에선 전체 고객 수 중 남성 고객은 30퍼센트 미만이라고 본다.


긴 헤어보다는 짧은 헤어를 다루는 게 기술적으로 훨씬 힘들다. 여성 헤어스타일 중에서도 쇼트커트를 가장 고난도 기술로 여긴다. 모든 머리카락을 한 올도 빠뜨리지 않고 다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각’을 하나 만드는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여성 고객과 남성 고객이 있으면 당연히 여성 고객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오해려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쪽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남성분들은 펌을 하든 커트를 하든 미용실에 와 앉아 있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용실에 오면 앞 머리카락을 다 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여성 고객들은 그때 행복감을 느낀다. 남성 고객들은 민망하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게 안타까워서 남성만을 위한 미용실을 차리고 싶었다.


남성 고객만 받다 보니 ‘반쪽짜리 미용사’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어디서든 저는 당당하다. 직접 미용실을 연 지 1년8개월인데 하루 평균 20명의 고객을 상대했다. 그 기간만 따져도 1만명이 넘는 남성들의 머리를 자른 것이다. 현재 개인 매출로 월 5000만원을 찍고 있다. 남성 고객만 받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리고 싶다.”


-남성 탈모 고객 헤어스타일링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데

출처: 이미영씨 제공
이미영씨는 남성 탈모 고객 헤어스타일링 제안으로 더 주목받았다.

“남성 고객을 전문으로 하는 미용사도 적지만, 탈모 고객을 상대로 헤어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다. 남성 탈모 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데 그 고충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개발한 기술이 ‘모류(毛流)’의 방향을 바꿔주는 펌이다. 뿌리를 꺾어주는 파마를 해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방향을 바꿔주고, 탈모가 진행 중인 부분을 덮는 방식이다. 옆 머리마저 아예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펌으로 좋아질 수 있다.


고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탈모 전문 헤어 디자이너가 거의 없다 보니 손님들은 전국구에서 모여든다. 미국에서 저희 미용실 정보를 듣고 점찍어 두었다가 한국 들어왔을 때 찾는 분들도 있었다.”


◇ ‘미용계 연예인’으로 불리는 화려함 뒤에는 백조 같은 발버둥 있어

이미영씨는 미용 업계에서 ‘연예인’으로 통한다. 미용사 지망생들에게는 ‘아이돌’ 수준이다. 비결은 적극적인 SNS 홍보다. 이씨는 하루 2시간씩 쪽잠을 자며 ‘1일 1게시글’을 올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홍보를 위해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데

“디자이너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하루 고객 한 명 받을까 말까할 정도로 고객이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는 소리다. 그때부터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를 활용해서 1일 1게시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집에 돌아가 노트북 앞에 앉아 블로그 관리를 했다. 지금은 대표로 있으니까 출근 시간이 좀 여유롭지만 다른 미용실에서 일할 때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했다. 3년 동안 2시간 쪽잠을 자가며 SNS 홍보를 이어갔다.


콘텐츠 갯수뿐만 아니라 퀄리티도 중요하다. 게시물 한 개를 작성하기 위해 7-8시간이 걸린 적도 많다. 탈모 시술 ‘비포&애프터’ 사진을 올렸더니, 부분 가발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래서 시술 과정을 일일이 찍어 올렸다. 그 밑에는 세세한 설명을 달며 제가 직접 디자인한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대체로 다른 디자이너들은 연예인 사진을 캡처해서 게시물 작성했는데, 저는 그렇게 정성을 보이니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SNS 홍보가 잘 되면서 업계에선 저를 ‘연예인’이라고 불렀다. SNS 게시글만 보면 제 삶이 굉장히 화려해 보이겠지만, 그걸 이뤄내기 위해 백조처럼 발버둥 친 결과물이다. 미용인들은 서로 업무 환경을 꿰고 있다 보니 블로그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보조 스텝들 대부분도 SNS 게시글을 보고 저를 알게 되어 입사 지원을 한 친구들이다.”  

출처: 이미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영씨는 SNS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SNS에 홍보하면 남성 고객들이 보긴 하나

“남성분들이 직접 SNS 글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와이프, 여자친구, 딸’들을 공략했다. 실제로 그분들이 자신의 남편, 남자친구, 아버지를 데리고 왔다. 지금은 블로그 시대가 지나서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글을 남긴다. 여자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 듯 글은 가볍게 쓰고 사진 자료를 많이 올린다. 게시물을 보면서 ‘우리 남편 머리도 저렇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전략이다.


저희 미용실은 간판이 없다. 간판을 걸면 지나가던 여성 고객들이 ‘미용실이네’ 하고 들어오시기 때문이다. 이번에 슬로건도 하나 만들었는데 ‘여성에겐 쏘리(sorry)’다. 그만큼 철저히 남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SNS 홍보 덕분에 남성 고객 모집이 가능했고, 현재 100% 예약제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 전국 투어 강연 열면 30분 만에 200석 매진

이미영씨는 지난해 휴무를 쪼개 전국 투어 미용 강연을 다녔다. 서울을 비롯해서 부산, 대전, 제주 등 9개 도시를 방문했다. 미용제품 회사가 주최하고 이씨를 메인 강사로 초빙하는 형태다. 1인당 5만원짜리 티켓을 구매해야 참여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이 꽤 나가는데도 200석이 항상 30분 만에 매진됐다. 

출처: 이미영씨 제공
이미영씨는 지난해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남성 헤어스타일링 강연을 했다.

-강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뭔가

“전국 투어 강연에서는 실질적인 스타일링 기술도 알려주고 마인드 교육도 한다. 그중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을 가장 강조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큰 차이가 있다. 마케팅은 물건을 파는 것이다. 저는 미용사 지망생들이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헤어 기술을 고객에게 파는 차원을 넘어 내 가치를 올리는 것, 즉 ‘브랜딩’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출처: 이미영씨 제공
남성 전문 미용사인 만큼 이미영씨는 남성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레이싱·복싱·헬스를 꾸준히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머슬마니아 대회에도 출전했다.

저희 미용실이 남성 고객만 모시다 보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러 레이싱이나 복싱을 배웠다. 남성들의 문화를 여자의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4월에는 머슬마니아 대회에도 참여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그 덕분에 남성 고객들과 헬스나 근육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됐다.”


-‘200두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하던데

“일단 제자로 들어오면 일반인 200분의 머리를 자르고 나서야 입봉 시험을 치르게 한다. 200명을 모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인맥으로 10-20명까지는 채우더라. 나머지 180명의 지원자는 제 SNS 계정을 통해 신청받는다. 1400명이 지원을 한 적도 있다. 지원자는 공짜로 머리를 잘라서 좋고, 스텝들은 입봉 시험 자격 조건을 채울 수 있어서 좋다. 제자들을 가르칠 땐 호랑이 선생님처럼 혹독하게 대하는 편이다. 디자이너 입봉하기 전 조금이라도 더 프로의 맛을 보고 시작하게 만드는 게 제 목표다.”

출처: 이미영씨 제공
이미영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디자이너 입봉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인 200명의 머리를 잘라야 한다. 일명 '200두 프로젝트'다.

-직원들이 휴가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직원들 복리후생을 위해 생각해 낸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휴가 일정, 일수를 다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대부분 2-3주 휴가를 쓴다. 일반적으로 미용실은 주 6일 근무를 한다. 이번에 역삼동으로 가게를 이전하면서 주 5일 근무를 시작했다. 자유가 있는 상태에서 근무하는 것과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 근무하는 건 질적으로 큰 차이가 나더라. 오히려 직원들이 휴가 기간을 메우기 위해 예약을 더 받으려고 노력한다.


미용 업계가 노동 환경이 열악한 걸로 유명한데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다. 더군다나 남성 전문 미용 분야는 이제 막 삽을 뜨기 시작했다. 더 많은 지망생들이 이 블루오션에서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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