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명 뽑는데 3천명 몰려..20대 1 경쟁률 뚫고 하는 일

조회수 2020. 9. 18. 1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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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카드사?..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를 가다
카드사 중 유일하게 트렌드연구소 설립
능동적으로 트렌드 발굴해 영업 도와
노하우 공유하기 위해 '빅데이터 교실'도 운영

“에어비앤비(Airbnb)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가족여행 트렌드’를 보면, 아빠들의 가족 여가·여행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고, 여행지에서 자녀들과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어요.”


“맞아요. 결혼한 제 친구들보면 요즘 남편들이 여행지 선정부터 스케줄을 꼼꼼히 짜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이번 여름 휴가 때 태국 방콕에 가기로 했는데, 방콕에 현지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쿠킹 클래스가 있어 들어보기로 했어요.”


“여행의 의미가 점차 확대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특정 지역을 방문해 관광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족이 함께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식으로요.”

출처: jobsN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직원들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신한카드 본사. 12명의 직원들이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직급에 관계없이 의견 교환은 자유롭게 이뤄졌다. 대리가 차장의 의견에 ‘태클’을 걸기도 했다.


보통 대기업에서 이뤄지는 딱딱하고 판에 박힌 회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카드사가 속한 금융업은 가장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곳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은 예외다.


시쳇말로 장바닥 같다. 웃고 떠들다가 토론 주제가 잠시 ‘삼천포’로 빠진다. 옆 길로 샌 주제는 스스로 굴러가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진다. 대학 시절, 조별 과제를 위해 모인 팀원들과 했던 ‘브레인 스토밍’이 떠올랐다. 

“요즘 가장 ‘핫’한게 뭐지?”…데이터보다 한 발 앞서가는 트렌드연구소 

회의실에서 토론하는 이들은 2015년 12월 출범한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 ‘트렌드연구소’ 소속 직원들이다. 트렌드연구소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이슈가 화제인지, 인기몰이 중인 상품·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발굴하고 분석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의 최신 트렌드도 분석한다. 

출처: 신한카드 제공
트렌드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만든 신한카드의 '눈'카드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장은 “원래 트렌드 분석은 빅데이터센터 업무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빅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카드사는 방대한 양의 카드 결제 내역을 쌓아 놓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월 카드결제 건수가 약 2억건에 달한다. 국내 최대다.


카드사들은 원래 빅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찾아낸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궁 소장은 "빅데이터는 너무 커지고 사회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져 빅데이터를 보고 트렌드 변화를 찾는 작업에 한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신한카드는 트렌드 분석 업무를 빅데이터 센터에서 떼냈다. 다른 카드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빅데이터센터 안에 따로 트렌드 발굴 조직을 만든 회사다.


보통 빅데이터 연구는 카드 결제 내역을 지역·성(性)·연령·시기·업종 등의 다양한 기준으로 나눠서 사후 분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숫자로 나온 결과를 보고 트렌드를 읽는다. 

출처: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직원들

남궁 소장은 “보통 카드사의 빅데이터 자료는 기본 분석 단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컨대 음식 판매 트렌드를 보려고 해도 단순히 한식집, 일식집, 중식집처럼 카테고리가 너무 큽니다. 사후 빅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한참 지난 후에야 그 트렌드를 알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신한카드는 통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체험이나 소셜미디어, 언론 보도를 주의깊게 살피며 새로운 트렌드라고 생각되는 것들 선(先) 발굴한다. 그리고 그 트렌드가 실제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카드 결제 내역 등의 통계로 확인한다. 

출처: jobsN
트렌드연구소 회의실에 붙어있는 직원들의 브레인 스토밍 포스트잇

예컨대, 최근들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핫도그’ 가게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자.


카드사 빅데이터자료를 통해 음식점 중에서 핫도그나 그와 관련된 매장만을 따로 걸러내 신규 가맹점 수와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 가설(假說)이 어느 정도 맞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신한카드도 다른 카드사들처럼 통계에서 추출된 결과를 실제 현장에서 확인하는 작업도 한다.

트렌드연구소 리포트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는 출범 이후 1년6개월간 150여개의 리포트를 썼다. 상당수 리포트가 발표 후,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화제가 됐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나홀로 소비’ 관련 리포트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출처: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남궁설 트렌드연구소장

‘1인 가구’에만 쏠려있던 관심을 ‘1인 가구가 아니어도 혼자서 소비하는 문화’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회 전반에 혼자서 술을 먹거나 밥을 먹는 것을 가리키는 ‘혼술’과 ‘혼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출시된 ‘눈(Noon)카드’는 트렌드연구소의 연구 성과에 의해 탄생한 대표적인 카드다. 눈카드는 오전 11시~오후 2시에 음식점과 카페에서 결제할 경우 음식점에서는 20%를, 커피는 1000원을 할인해준다. 또 택시 이용 시 20%를, 통신 자동이체시 3000원을 할인 해준다.


트렌드연구소가 지난해 내부용으로 작성한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트렌드’와 ‘가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디저트 문화 분석’ 리포트가 카드 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카드는 출시 이후 4만5000장이 발급되는 등 반응이 좋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트렌드연구소의 리포트는 즉각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회사가 장기적인 비전을 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춧돌 역할을 한다”며 “트렌드연구소 덕에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최전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신한카드 제공
트렌드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연구하는 모습

트렌드연구소는 다방면의 사회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소속 직원들의 전공은 다양하다. 12명 중 통계학 3명, 경영학 3명, 경영정보 2명, 심리·소비자·국제교양·언론정보학 각 1명이다.


고도의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전문성도 높은 편이다. 트렌드연구소 직원 대부분의 최종 학력이 석사 이상이다. 트렌드연구소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 근무지로 꼽힌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8년간 일하다가 지난해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합류한 김현진 과장은 “신한카드는 국내 최대 카드사인만큼 가장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일하는 보람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출처: 신한카드 제공
2015년 신한카드에서 주최한 빅데이터 교실

트렌드연구소 노하우 집약된 ‘빅데이터 교실’ 운영

트렌드연구소는 빅데이터 분석과 리서치 역량을 사회와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4년부터 대학생과 대학원생 대상으로 ‘빅데이터 썸머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 분야 전문가 초청 강연을 하고,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과 리서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지난해의 경우 수강 경쟁률이 20대1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올해도 7~8월 ‘빅데이터 썸머 스쿨’이 운영된다. 지원서 접수는 25일까지다. 지원에 전공 제약은 없고, 140명을 수강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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