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떨어졌지만 행복" 잘생긴 개그맨→배우→새 직업은?

조회수 2020. 9. 18. 1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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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도사'로 변신한 이정수의 자존감 높이는 비결
사랑받는 법을 알고서 행복해졌다
개콘 출신 잘생긴 개그맨 이정수
인기 떨어지던 시절 결혼하자 자존감 높아져
칼럼니스트·강연 등 새로운 길 찾아

"지금 하는 일이요? 복잡하긴 한데 결국 연예인이죠. 사람들을 즐겁게 하잖아요. 굳이 말하자면 '행복 크리에이터'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잘생긴 개그맨' 이정수(38)가 변했다. 방송보다는 결혼 생활에 대한 칼럼을 쓰고, 강연도 한다. 주말에는 결혼식 사회를 보러 다닌다. 2016년 '결혼해도 좋아'라는 책을 냈다. 다른 사람과 말할 때도 '가화만사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시작은 2015년 5월. "지인이 결혼 두 달 만에 이혼했습니다. 충격 받았죠.저는 결혼을 하고 인생이 좋은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행복한 결혼을 위한 방법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당시 결혼한 지 만 2년째로 딸 리예가 두 살때였다. 블로그에 가족과의 일상을 일기처럼 올렸다. 아이디는 '리예파파(liyepapa)'. 블로그 제목은 개그콘서트 시절 코너였던 '우격다짐'을 따서 '우격다짐 행복다짐'(바로가기)으로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마시는 일부터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밥해먹인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일을 마치고 온 아내가 갑자기 냉장고 정리를 했다. 알고보니 내일 (시)어머니가 오시는 날이었다. 피곤한 아내를 위해 다음날 아침에 몰래 집안 청소와 빨래를 했다.' 개그맨답게 이모티콘이나 웃음 표시를 넣어 읽는 재미와 동시에 보는 재미도 주는 글을 썼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본 네티즌들이 '보급형 남편' '아내바보' 등 별명을 지어줬다. 2년 만에 블로그 이웃 약 3만명, 하루 방문자수가 평균 5000명이 됐다. 그는 어느새 '결혼 전도사' '행복한 결혼 전문가'로 통한다. 

출처: jobsN, 네이버블로그 캡처
결혼과 육아에 관해 매일 글을 써서 올리는 개그맨 이정수

① 개그맨→배우→칼럼니스트→작가


어릴 때 꿈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부모님의 다툼도 잦았다.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 행복한 가족을 이루겠다' 다짐했다. 음식점·커피숍·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뭘해도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이 좋았다.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할 것 같아 개그맨이 됐다.


처음 응시한 개그맨 시험에 덜컥 붙었다. 무명 생활 없이 데뷔하자마자 '잘생긴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렸다. 신인상도 탔다. 방송·행사·광고 등으로 한 해 10억원을 벌었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개그계가 안 맞아 배우로 방향을 틀었다. 인기는 개그맨 시절만 못했다. 작품이나 행사 섭외 요청도 급격히 줄었다. 그렇게 점차 잊혀져갔다. 자존감이 낮아질 때쯤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전재산 5000만원으로 월셋집을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비록 인기 떨어진 연예인이지만, 가족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좋았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사랑하는 거잖아요. 참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하고 있는 저도 멋있더라고요. 자연스레 육아나 집안 일도 좋았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칼럼니스트·강연가 등 다양한 길이 열렸다. 수입은 개그맨으로 인기를 얻던 시절에 비해 10분의 1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훨씬 높아졌고, 삶을 주도적으로 산다"고 말했다. 

출처: 이정수씨 블로그
2013년 아내와 결혼하고 180도 달라졌다는 이정수씨. 개그맨에서 배우로 길을 바꿨지만 잘 안 풀리던 시기였다. 모아놓은 돈 5000만원으로 21평짜리 월셋집을 구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이씨는 "제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연예인이니까 돈이 많아서 그럴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자존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②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2002년 개그맨이 돼 받은 첫 계약금으로 외제차를 샀다. "타고 다니는 차가, 걸친 옷이 나를 나타내준다고 생각했던 때였습니다. 심지어 형편이 어려울 때도 '없을 수록 좋은 차 타야 남들이 무시 안한다'라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만큼 유명했지만 자존감이 낮았다"고 했다. 인기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휴대전화에 더 많은 전화번호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을 많이 알수록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원망할 때도 있었다. "군기를 세게 잡는 개그맨 선배를 미워했죠. 돌이켜보면 제 잘못이 컸어요. 내공도 없으면서 잘난 척 했어요. 마음이 삐뚤어져 있는 상태라 다른 사람들을 삐딱하게 본 적도 많았어요."


지금은 5년 된 '스포티지' 차량을 탄다. '물건이 나를 증명할 수 없다'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은 전세예요. 월세로 시작해 평수를 넓혀 전세로 옮겼으니 성공한거죠."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상처받는 일도 없다.


"결혼 전 자존감 낮은 이정수였다면 못 받아들였을 겁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다고 해도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자존감은 깨우침이 아니에요. 즐거움, 사랑을 마음에 채워야 온전히 설 수 있습니다." 그는 자존감을 높이려면 "사랑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라며 "사랑 받는 법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이정수씨 블로그
이정수는 자신의 일상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바쁜 아내 대신 집안일을 하는 모습도 자주 올린다. 그는 "자존감이 낮았던 때는 이런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③ 약점을 드러내라


그가 추천한 방법은 '나의 약점을 알려라'다. 약점은 감추면 커지지만 드러내면 작아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내 장점과 단점을 제일 잘 압니다. 장점은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어요. 개그 중 가장 높은 단계가 '자학개그'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낮추면 웃음거리가 되는 건 자기 밖에 없잖아요. 대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자학개그를 해놓고 상처 받는 사람들도 있어요."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그는 2010년 개그맨에서 배우로 전향했다. "연기 못한다"라는 비난을 받았고, 인기가 떨어졌다. 좌절감은 허세로 표출됐다. "지금 배우는 단계니까 괜찮다" "나 아직 안 죽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묻는 가벼운 안부 인사에도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이씨 스스로 '인기 떨어진 연예인' '내공이 없었다'라고 말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하면서 자존감이 생긴 이후였다. "잘 못하는 것, 하기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 표현해보라"며 "처음에는 사람들이 당황하겠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출처: KBS캡처·이정수씨 블로그
'잘생긴 개그맨'으로 활약하던 개그콘서트 시절과 칼럼니스트로 사는 현재의 모습

④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루에 한 편 이상 쓰고, 사진을 많이 찍자는 것이다. 매일, 누구를 만나든, 어디서든 셀카를 100장 이상 촬영한다.


"글을 쓴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 블로그에 일상을 리얼하게 올리다보니 똑같은 하루를 3번 살게 되더군요. 사진을 찍을 때 한 번, 하루를 글로 쓸 때 한 번, 나중에 그 글을 다시 찾아볼 때 또 한 번."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진 않았다. 매일 일기를 쓴 적도 없다. 개그맨이 되면서 글에 관심이 생겼다. 자신이 맡은 코너 대본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글 쓰는 걸 싫어했는데 좋아하는 걸로 변한 게 아니에요. 재밌으면 잘 할 수 있어요." 덕분에 망상이라고 여겼던 '책을 내고 싶다'라는 꿈도 이뤘다. 

출처: 이정수씨 블로그
그는 "보통 성공하기 위해 가정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가정에서 배우는 대화나 토론, 타협의 기술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⑤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


"앞으로 꿈이 뭐냐"라는 우문(愚問)에 "꿈을 이뤘으니 이대로 쭉 행복하고 싶다"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꿈이라고 하면 주로 직업을 생각하잖아요. 전 어릴 때 꿈이 개그맨이었어요. 처음엔 꿈을 이루고 돈을 버니 좋았죠. 그런데 인기가 떨어지니 불행했어요."


직업이 아닌 '행복'을 찾기로 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살던 개그맨 시절과 다르게 살고 싶었다. "지금 매니저가 없어요. 대신 시간을 쓰고 인간 관계를 맺을 때 제 생각대로 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돈을 많이 준다는 큰 행사와 일반인의 결혼식 사회 섭외가 동시에 들어왔어요. 결혼식에 가는 걸 택했습니다. 앞으로 행복한 결혼을 하고 싶다며 저를 초대해주셨거든요. 저야말로 진짜 행복한 삶 아닌가요?"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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