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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1개월 일하고 한달 놀러가도 순수입 1억원인 30대

조회수 2020. 9. 18.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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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진짜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3000만원으로 시작해 2억대 매출 달성
돈 많이 버는 사장이어서 여행 가는 건 아냐
뉴욕서 가게 내는 꿈꾸며 타임스퀘어에서 홍보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매년 2월이 되면 '쉼'을 갖기 위해 한 달 내내 가게 문을 닫는 '히피스 베이글'. 김민경 사장은 여행 한 달 전 가게 유리벽에 휴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건다.

2014년 문을 연 베이글 전문점 '히피스 베이글'은 매년 2월 가게 벽에 커다란 현수막을 내건다.


“2017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2월은 ‘쉼’의 시간을 갖습니다. 많이 먹어보고, 다니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값진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게요.”


11개월 바짝 일하고 한 달 내내 해외여행을 떠나는 생산적 ‘욜로(YOLO) 사장’, 히피스 베이글 김민경(34)씨 이야기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 뿐이다)’의 줄임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를 뜻한다. 

“그냥 쉬러 가는 건 아니에요. 여행을 하다 보면 영감이 떠오르거든요”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여행을 즐겼던 김민경 사장. 창업 전에도 네팔이나 태국 등을 자유롭게 여행했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그냥 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건 아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새로운 베이글을 선보인다. 한 번은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있는 친구 집에서 2주를 머물렀다. 친구는 매일 아침 집 앞 레몬트리에서 딴 신선한 레몬으로 요리를 했는데, 김 사장에겐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매 끼니 전 애피타이저로 올라온 올리브를 씨까지 쪽쪽 빨아먹는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도 신선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스패니시 올리브’란 이름으로 오렌지 껍질과 올리브를 섞은 베이글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스페인 마요르카 섬 친구 집 앞 레몬트리(왼쪽)와 거기서 영감을 얻어 만든 '스패니시 올리브' 베이글(오른쪽).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그러나 여행과 일을 묶자’고 생각했어요. 항상 현지에서 신선한 ‘영감’을 받기 때문에 여행 가는 것 자체가 ‘소비’로 여겨지지 않죠. 손님들이 먼저 ‘이번 여행 다녀와서는 어떤 베이글이 나와요?’라고 물어보세요.” 김 사장은 자신의 여행은 ‘쉼’이면서, 일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기회비용 다 따지면 ‘1000만원’ 손해 감수

첫 여행 전엔 걱정이 컸다. 오픈한 지 6개월 정도 지난 가게 주인이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손님들이 뭐라할까 여간 불안한 게 아니였다. “‘손님들이 떨어지면 어쩌나’, 한숨이 절로 났습니다.”


걱정과 달리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게를 찾아 준 손님들은 오히려 이 ‘욜로 사장’을 응원해줬다. 한 달 동안 먹을 빵을 한꺼번에 사 가는 손님도 있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문을 연 첫날엔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이 몰려 왔고 매출이 2배 가까이 뛰었다. 히피스 베이글은 지난해 연 매출 2억, 순이익 1억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11개월 일하고 한 달 통으로 쉬는 것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김 사장은 “사람이 잘 되면 계속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 한 달을 위해 ‘1000만원’을 포기해야 한다면 쉽게 할 수 있을까요?”라며 되레 질문을 던졌다. 가게 월세나 매출에 대한 기회비용, 여행비까지 모두 합치면 한 달 여행을 위해 100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저도 비행기 표 끊기 전까지 계속 고민해요. 하지만 매출이 많건 적건 휴식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 저는 이렇게 살기 위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저렴한 월세 자리를 찾은 것이고, 홍보비를 줄이는 등 여러 노력을 한 거죠.”

이번 여행지는 뉴욕… ‘히피스 베이글 인 뉴욕’ 꿈꾸며

김 사장의 올해 여행지는 ‘뉴욕’이었다. 김 사장의 최종 꿈은 ‘베이글의 도시’ 뉴욕에 자신의 가게를 내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그 꿈을 이룰 초석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타임스퀘어를 일주일간 매일 찾아가서 100여 명의 외국인을 만났다.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김민경 사장은 올해 2월 뉴욕 타임스퀘어를 방문했다. 외국인 100명에게 일일이 말을 걸며 '히피스 베이글 인 뉴욕'을 응원해달라고 요청해서 사진도 찍었다.

“저는 한국에서 작은 베이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인데요, 나중에 뉴욕에 제 가게를 내고 싶어요. 제 꿈을 같이 응원해 주시겠어요?”라고 일일이 말을 걸자 사람들은 기꺼이 그녀를 응원해줬다.


김 사장은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올해 가을, 책을 한 권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도 했다. 직접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냈더니 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저도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가게를 시작했지만, 점차 ‘내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제 또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창업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욜로(YOLO)’라고도 하던데요. 책을 내서 소자본창업 팁도 공유하고, 같은 가치관이나 꿈을 가진 분들을 응원하고 싶었어요.”

3000만원 소자본으로 시작해서 매출 2억 비결은

① 아이템 선정이 중요…“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라”

김 사장은 소자본창업 팁으로 ‘차별화된 아이템 선정’을 강조했다. 특히 아이템을 선정할 때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민경 사장

빵집은 많지만 베이글 전문점은 흔치 않았다. 빵 장인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베이글 가게’를 낼 거라고 말하자 “어떻게 베이글만 가지고 장사를 하냐”라고 면박을 받기도 했단다. “그래도 제가 베이글 맛을 잘 감별할 수 있으니까 가장 맛있고 차별화된 베이글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어요.”


② 대로변에 있지 않아도 찾아올 손님들은 찾아온다

히피스 베이글은 주택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입소문을 들었거나 SNS에서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다. 김 사장은 철저히 이런 부류의 손님을 타깃으로 잡고 창업했다. 5년여간 직장 생활을 하면 창업 자금을 3000만원 조금 안되게 모았다. 종자돈이 작다보니 가게가 대로변과는 멀어졌다. 월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권분석을 하려고 강북 지역뿐만 아니라 광명 등 수도권도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SNS나 블로그 운영을 잘하는 가게에 손님이 몰리더라고요. 역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사람들이 찾아오는지도 일일이 분석했죠.”


③“찍어갈 만한 베이글 모양 만드는 데 신경 썼어요”

출처: 김민경 사장 제공
히피스 베이글은 15종류의 베이글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신경을 쓴 건 베이글 모양이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먹은 걸 자랑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베이글이 예쁘게 생겨야 한 번이라도 더 찍고 SNS에 올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 사장은 손님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바이럴 마케팅이 되도록 애초에 계획했다. 결과는 대성공. SNS 계정도 직접 관리하면서 손님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것이 소자본창업 홍보 팁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새벽 5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5시 넘어서도 퇴근을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하루에 15종류의 베이글을 300개나 만들면서 분과 초를 나눠 일한다고 한다.


“저는 하루가 정말 길어요. 앉아 있을 새도 없이 일을 하죠. 하지만 11개월 바짝 일하고 한 달 행복하게 쉬고 돌아오는 삶이 저한테는 참 소중해요. 앞으로 가게를 키워가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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