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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훈남 은행원 알고보니 '대륙의 아이돌'

조회수 2020. 9. 18.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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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이돌 출신인 그가 한국 은행원이 된 사연은?
中 아이돌 출신으로 우리은행 입사 한승훈 대리
'수만대 1' 경쟁률 뚫고 서바이벌 우승
군복무 통해 '진짜' 적성 찾아 은행원으로

입행 3년차인 우리은행 한승훈(32) 대리는 사내 대표 ‘훈남’으로 통한다.


180㎝ 넘는 키, 곱상하고 작은 얼굴, 부드러운 미소, 상냥한 말투 등 여심(女心)을 훔칠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직장 동료인 최원서 과장은 “한 대리가 ‘사내 모델’이냐고 묻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직장 상사들도 한 대리에게 “너 얼굴로 들어왔지”라는 농담을 자주 건넨다. 그럴 때마다 한 대리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출처: 한승훈 대리 제공
우리은행 핀테크제휴부에서 근무하는 한승훈 대리

“억울해요!”

한 대리는 중국어 능통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유학길에 올라 충칭(重慶)대 경영경제학과를 나왔다. 한 대리는 입행 후 1년3개월 가량 지점 근무를 하다가, 2016년 5월 본점 핀테크제휴부에 합류했다.


한 대리가 당시 맡은 일은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자주 쓰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위챗페이’ 운영 업무. 우리은행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위챗페이 결제 후 정산 업무를 한다.


한 대리는 텐센트 본사와 수시로 연락해서 한국 시장 현황을 알려주고 국내 위챗페이 가맹점들의 애로사항을 논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정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텐센트와 함께 진행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다. 

출처: 한승훈 대리,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한승훈 대리

한 대리는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만한 중국통”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한 대리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김중모 차장은 “단순히 중국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를 중국인만큼 잘 이해하고 있어서 자칫 오해가 생길만한 일을 사전에 막는다”고 평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한 대리를 모델로 섭외해 중국인 관광객에게 '위챗페이' 결제 방식을 널리 알리는데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사실은…”

한 대리에게는 화려한 과거가 있다. 한 대리는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2007년 중국판 ‘슈퍼스타 K’인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의 ‘찌야오! 하오난얼’ 프로그램에 출연해 충칭 지역 우승을 차지했다. 

출처: 한승훈 대리 제공
한승훈 대리가 중국에서 연예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찌야오! 하이난얼’도 슈퍼스타K처럼 전화·온라인 투표, 심사위원 점수 등으로 순위를 매긴다. 충칭 지역 예선에 3만5000명이 몰렸는데, 한 대리가 이들 중 1등에 올랐다. 충칭을 비롯해 중국 9개 지역에서 10명씩 상하이에 모여 진행한 결선 무대까지 진출해 6개월 넘게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아이돌’ 가수 생활을 했다.


수 만명의 관중이 모인 곳에서 10회 넘게 생방송 무대에 올랐다. 그도 다른 친구들과 손발을 맞춰 아이돌식 칼군무(群舞) 공연을 했다. 이 TV프로그램의 중국 내 시청자는 1억명이 넘는다.


이후 한 대리는 대학을 한 학기 휴학하고 방송 출연, 광고 촬영 등 연예계 활동을 했다. 중국 지역별 대표들이 모인 결선 무대에 진출한 참가자 중 외국인은 한 대리가 유일했다. 많은 중국팬도 생겼다.


하지만 연예계 생활이 잘 맞지 않았다. 서바이벌에서 계속 살아남아 방송 활동이 길어지면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출처: 한승훈 대리 제공
한 대리가 중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던 때의 모습. 왼쪽에서 넷째가 한 대리

“아이돌을 꿈꿨던 것도 아니고, 단지 젊은 날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참가한 대회였는데 일이 커졌습니다. 감당하기 힘들었죠.” 결국 한 대리는 대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군 생활이 은행원으로 이끌어”

한때 대륙의 아이돌이었던 그가 은행 입사를 결심한 시기는 군 시절이다. 한 대리는 2008년 7월 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3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입학 후 같은 해 6월 학사장교로 입대했다.


육군사관학교 경리장교로 복무하며 은행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경리장교는 육군사관학교 재정 전반을 담당하기 때문에 은행에 갈 일이 많았다. 대학에서도 경영과 경제를 전공했기 때문에 돈을 관리하는 일이 한 대리의 적성에 잘 맞았다.


한 대리는 이후 2014년 국내 시중은행 중국 지점에서 3개월 인턴을 거쳐, 2014년 10월 우리은행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에 합격했다. 당시 경쟁률은 100대 1. 260명 뽑는데 2만6000여명이 몰릴 만큼 경쟁률이 높았다. 

중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던 시절의 한 대리의 모습

입사 전략은 어땠는지

우리은행에 지원할 당시의 나이는 만 29세였다. 다른 남자 지원자들보다 한 두살 많은 편이었다. 그는 "나이가 입사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염려했다"고 한다.


한 대리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에서 자신만의 경험과 장점을 총동원해 매력을 어필했다. 면접에서는 중국에서 아이돌 가수 활동을 하던 시절의 사진을 준비해 면접관에게 보여주며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중국 아이돌 활동을 소개하며 ‘소통’에 강점이 있다고 어필했다”며 “외국인 팬들과 교감을 나누고, 호응을 이끌어내 충칭 지역 우승을 차지했듯이 은행에서도 고객 대면 업무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출처: 우리은행 제공
한승훈 대리

한 대리는 결국 100대1 넘는 경쟁률을 뚫고 2015년 1월 꿈에 그리던 우리은행 행원이 됐다.


“중국에서 짧게나마 방송 활동을 한 것이 은행원으로 일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중국에서 수많은 관중과 교감하면서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 부분은 은행에서도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없애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수만명 앞에서 여러 번 춤추고 노래했던 경험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떨지 않을 만큼의 강심장을 갖게 됐죠.


서바이벌 대회였던만큼 끊임없이 단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습관이 든 것도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이돌과 은행원이 어느 정도 통하는 면도 있는 것 같네요.”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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