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삼성맨 고시 안보고 5급 공무원 된 2가지 이유

조회수 2020. 9. 18. 1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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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국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 기본
6월 19~26일간 민간경력공채 원서접수
4~10년 경력 민간 전문가 공직 들어와
숫자 증가 추세‥이점 최대한 살려야

2011년 삼성 계열사에 다니던 하종원(44)씨는 5급 공무원 시험을 쳤다. 당시 서른 여덟. 대학원에서 인사관리를 전공하고 11년 간 삼성 인사팀에서만 일한 전문가였다. "학군단(ROTC)으로 소대원을 상담하면서 인사업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회사에서 실무를 하면서 인재를 뽑고 양성하는 일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하씨가 응시한 전형은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채용. 대학·연구기관·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전형이었다. 나이·가족 등을 생각하면 평균 3년 5개월(법률저널 조사)이 걸린다는 행정고시(5급)를 볼 여유는 없었다. 당시 2355명이 지원해 93명이 뽑혔다.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필기-서류-면접 전형을 거쳤다. 현재 전문성을 살려 인사혁신처에서 일한다. 

출처: 본인 제공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채용 1기로 공직에 들어온 하종원 인사혁신처 사무관

그러나 당시 정작 가족들은 반대했다. "안정적인 직장인데다가 조만간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좋은 기회를 왜 스스로 걷어차냐"라는 것이었다. 공무원이 되면서 연봉도 많이 깎였다.


그래도 공무원을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① 공(公)적인 일을 해보자. 공무원 관련 정책은 공무원 사회 뿐 아니라 민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채용 전형, 학력철폐 등은 민간보다 공직사회에서 더 먼저 시행해 볼 수 있는 제도다. 성과가 나면 민간의 인사(人事) 문화도 바꿀 수 있다.


② 규모가 큰 조직에서 일해보자. 삼성 계열사는 당시 직원이 1만명 가량이었다.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합쳐 100만명이다. 같은 인사업무라도 대상자가 많으면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다. 그동안 쌓은 지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목표가 확실했기에 가족을 설득했다. 공직에 들어와서 '공무원 채용 면접 제도 개선' 업무에 지원했다. 당시 기업에서 하던 채용 방법·기준을 공무원 사회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공무원 면접에서는 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면접관에게 전혀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면접관에게 평가 기준을 사전 교육합니다.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 평가 기준 등 참고자료를 10장 미만으로 드렸습니다. 나중에는 20장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평가 기준이나 기법이 훨씬 정교해져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된거죠."

출처: 조선 DB

지원 조건과 채용 규모

2017년 국가공무원 5·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원서접수 기간이 6월 19부터 26일까지다. 5급은 104명(36개 기관 ), 7급은 122명(24개 기관)을 선발한다. 올해는 인공지능·바이오산업·빅데이터 등 미래 유망 기술 분야 전문가를 많이 선발한다.


경력 채용인만큼 자격 조건이 있다. 급수에 따라 '경력·학위·자격증' 등 요건이 조금씩 다르다.


① 경력: 5급은 관련 분야 경력 10년 이상 또는 관리자 경력 3년/7급은 3년

② 학위: 관련 분야 박사학위 또는 석사학위 소지 후 4년 이상 경력/7급은 석사학위

③ 자격증: 5·7급 공무원 임용시험령상 특정 자격증 소지 후 일정 경력 (일부 자격증 소지자는 7급 지원시 경력 필요 없음)


3가지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대학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력도 인정한다. 정년을 보장 받은 일반 공무원은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에 지원할 수 없다. 그러나 계약직 공무원은 가능하다. 말하자면 계약직 공무원은 민간경력자 신분으로 다시 공직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또 5급과 7급은 동시에 지원할 수 있지만, 필기시험 날짜가 같다. 사실상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원서접수와 자세한 정보에 대한 문의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gosi. kr)에서 할 수 있다.  

채용 전형 

필기시험(공직적격성평가·PSAT)→서류→면접 순이다. PSAT는 언어논리·자료해석·상황판단 3과목을 각 25문항씩 60분 동안 본다. 예시 문제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볼 수 있다. 직무분야 등 최종 선발 예정 인원의 10배수 내외가 합격한다. 점수 순으로 뽑되 과락(만점의 40% 미만 득점)이 있다.


필기시험에 붙으면 서류 전형을 해 3배수 내외를 합격시킨다. 면접에서는 '과거 업무를 하면서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그동안 해온 업무를 설명하라' 등 경력을 확인하는 내용을 묻는다. 개인발표 15분, 개별면접 25분 등 1인당 40분 정도 걸린다.

출처: jobsN
민간경력채용으로 입직하면 법에 정해진 공무원 봉급표를 따른다. 예를 들어 10년 경력을 인정받고 5급으로 입사했다면 11호봉이 돼 월급 339만원을 받는다.

민간 vs 공직

하종원 인사혁신처 사무관은 "'현재 직장이 경쟁이 심하고 정년 보장이 되지 않아 안정적인 공무원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만으로 지원하면 실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이 하나의 직업이고 안정적인 것은 맞으나 기본적으로 국가와 국민에 봉사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겪은 민간 분야와 공직의 차이점을 정리했다.


① 재량권

"국민이 낸 세금이 예산이고 업무의 기초가 신중함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비해 재량권이 적은 편이다. 회사에서 내규에 맞춰 일을 진행한다면, 공무원은 어떤 일을 할 때 법적인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 뜻이 좋더라도 법이라는 원칙에 맞지 않으면 바로 진행하기 어렵다."


② 업무 진행 속도

"공무원이 하는 일은 국민에게 영향을 준다. 때문에 정책이나 제도 개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당장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우선 예산 신청을 해야 한다. 올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로 결정해도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처음에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업무를 하다보니 공무는 보수적으로 처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채용 방법을 몇 개월 내로 바꾸면 그동안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몇 년 간 유예 기간을 두는 게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 더 낫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할 수도 있다."


③ 기존 관료조직과 갈등

"민간경력채용이 생기기 전에는 경력자를 부처별로 수시 채용 했다. 공정성 시비가 생겨 민간경력채용 제도가 만들어졌다. 기존 공무원들은 민간 조직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한다. 좋은 제도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도 크다. 때문에 민간 경력자가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④ 연봉

"민간경력채용은 법에 정해진 공무원 봉급표에 맞춰 월급을 받는다. 대부분 민간에서 일할 때보다 연봉이 줄어든다. 전 직장의 급여 수준에 따라 절반 가까이 깎일 수도 있다. 민간경력채용에 응시할 때 안정성 보다 사명감이 기본이 돼야 하는 이유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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