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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좋은 일인데'…눈치보며 해야 하는 아르바이트

하루 3시간 매일매일 음란물을 봐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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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 '2만2000원' 받고 하루 평균 3시간 재택
동물과의 성교 영상 봐야 하기도
음란 사이트 접속 차단 보면 보람 느껴

#중학생과 초등학생, 유치원생 딸 셋을 키우는 딸부자 엄마 이지수(가명·42)씨. 이씨는 여느 주부처럼 이른 아침 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챙긴다. 간단한 집안 일과 설거지를 마치는 오전 10시쯤. 이씨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서핑을 시작한다.

'www.badOOO.com, www.kinOOO.com…'

출처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그런데 이씨가 접속하는 사이트가 좀 이상하다. 이씨가 동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여성의 신음소리가 빈 방을 채운다. 이씨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바쁘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남녀가 뒤엉켜 있는 화면을 캡처한다. 정오가 넘어서야 이씨는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장을 보러 마트로 간다.


#한때 학원 강사 일을 하다가 잠시 휴직 중인 최희진(가명·35)씨.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최씨는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조용히 노트북을 켠다. 포털사이트에서 찾은 한 성매매 광고 링크. 이때부터 계속 페이지를 옮겨 타면서 한 남성의 성기 노출 사진을 찾아낸다. 미혼인 최씨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진을 캡처하고 링크를 복사해 정리한다. 작업을 마치는 시간은 밤 11시쯤. 최씨는 그제야 잠시 숨을 돌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 모니터 요원 이야기

이씨와 최씨는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소년보호팀 모니터 요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는 경찰청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민간 신고를 기초로 모니터 요원들에게 해당 음란 사이트 주소를 배분한다. 그러면 모니터 요원들이 규정에 따라 음란 콘텐츠를 찾아내 심의 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을 녹화 또는 캡처하는 '채증'을 한 뒤 사무처에 보고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방통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음란물의 차단 및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주는 사이트 주소를 검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 요원들이 직접 음란 동영상이나 사이트 게시글을 찾아서 채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유해 콘텐츠의 유통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퍼지기 때문이다. 각 모니터 요원의 업무는 '웹하드(동영상 콘텐츠 담당)·SNS(트위터·페이스북에 게재된 콘텐츠 담당)·국내 사이트·해외 사이트'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급 2만2000원 받고, 하루 평균 3시간 재택

방심위 청소년보호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니터 요원은 총 23명. 일급은 2만2000원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2~3시간 정도의 재택근무를 한다. 음란 동영상의 경우에는 10건 이상, 성매매 광고 게시글 적발 시에는 최소 7건을 채증해야 한다.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어 아이가 있는 주부나 공부는 해야 하는데 용돈벌이가 필요한 대학원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남성 모니터 요원도 있긴 하지만 여성 모니터 요원들이 대부분이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오랜 기간 근무를 한다.  

2017년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 모니터링 및 유통현황 조사․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통신모니터(청소년보호팀) 요원을 모집했다.

방심위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니터 요원을 뽑는다. 중간에 결원이 생기면 상시적으로 충원을 한다. 일단 서류 전형 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른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명감'이다.


보통 음란물 모니터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넘겨야 할 고비는 6개월. 방심위 청소년보호팀 관계자는 "이 업무에서 얼마나 보람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검색 업무를 수행해 줄 수 있는지가 합격의 잣대"라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들켜' '옆 사람 오해 사'…난처했던 순간

방심위 모니터 아르바이트가 힘든 점 중 하나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채증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모니터 아르바이트 8년 차에 접어든 주부 이씨는 "가족들과 휴가를 간다고 해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채증한 자료들을 보내야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여행지에서 노트북을 켜서 게임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이씨는 실수로라도 아이들이 노트북에 다운로드해 놓은 음란물을 볼까 봐 아예 노트북은 건들지도 못하게 한다.


모니터 업무에 열중하다가 아이들이 하교하고 돌아온 줄 모른 적도 있다고 한다. 평소 오전에 작업을 했지만 그날은 일이 늦어져 오후에 모니터 작업을 한 것. "혼자 있으니까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여자 신음소리가 방 한가득 들리니까 애들이 돌아온 줄도 몰랐던 거죠" 아이들은 잠긴 방 문을 흔들면서 "엄마, 괜찮으세요"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아이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회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고도 말했다. 

출처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자정까지 채증 보고서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 요원들은 부득이하게 집 밖에서 채증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학원 강사를 하다 휴직 중인 최씨는 옆 사람과 뒷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구석에 자리가 있는 커피숍을 찾아 밤거리를 헤맨 적도 있다. 최씨는 "갑자기 어떤 화면이 뜰지를 모르니까 뒤도 벽으로 막혀 있고 앞이나 옆에서도 잘 안 보이는 곳을 골라 다니죠"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방심위 주관으로 분기마다 '합평회(합동평가회)'라는 것도 연다. 모니터 요원들을 모아 놓고 새로운 정책 등을 교육하고 식사하는 자리인데, 서로 친분이 있는 모니터 요원들은 시간을 맞춰 함께 이동한다.


모니터 업무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다 보면 말실수가 나온다. "언니 이번 중점 조사는 OOO 섹스 동영상이야" "그 영상에선 성기가 잘 안 보였어" 등의 대화가 오가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못 들기도 한다.

동물과 성교하는 영상 봐야 하기도

대학원생 때부터 모니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이제 대학 시간강사 된 4년 차 모니터 요원 박미선(가명·30)씨. 적은 시간만 일하면서도 용돈을 톡톡히 마련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던 박씨는 지인 소개로 4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포르노'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는 계속 구토를 하느라 좋아하는 커피도 쉽게 넘기지 못했다. 그는 "평소 안 보던 것을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찾아서 봐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8년 차 베테랑 모니터 요원 주부 이씨는 이젠 음란물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물과 성교하는 음란물을 봐야 할 때는 여전히 심적으로 힘들다. "저는 이미 결혼도 했고, 모니터 경력이 쌓이면서 이젠 남녀 성관계 모습은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동물과 사람이 나오는 영상은 여전히 너무 힘들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사이트 차단 시 보람 느껴

음란 동영상 모니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단 걸 숨기는 요원들도 많다. 대학 시간강사 박씨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잖아요. 오해 사고 싶지도 않고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왜 오랜 기간 이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채증해서 보고한 사이트가 다음번 접속 때 차단돼 있으면 확실히 보람을 느끼죠"라고 대답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베테랑 경력자 이씨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이씨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들어오는 ‘조건만남’ 메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다 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이다. 그는 "제가 학부모 회장을 맡고 있는데 다른 어머님들에게 음란물 차단 팁이나 설치 금지 프로그램 정보를 나눠드릴 때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방심위 청소년보호팀 관계자는 "모니터 요원 중에는 미혼인 여성분들도 있고, 음란물을 접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다"라며 "요원 분들이 낮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사명감 가지고 열심히 해주시는 점이 참 고맙다"라고 말했다.


작년 한 해에만 성매매 및 음란 통신물 심의 건수는 8만5768건에 달했고 이중 8만1898건이 게시물 삭제나 접속 차단과 같은 시정 요구를 받았다.


글 jobsN 박가영

그래픽 jobsN 육선정 디자이너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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