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도 정복입은 남자 "고2때부터 가슴 뛰게 만든 직업"

조회수 2020. 9. 18.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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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좋았던 고등학생이 22세의 소방관 되기까지
임용 8년차 오영환 소방교
의무소방→산악구조대→오토바이구급대
"시민 안전 위해 국가직 전환돼야"

지난 5월 19일 배우 정우성이 하얀 가루를 뒤집어썼다. 불 끄는 데 쓰는 소화 분말을 상징하는 밀가루였다. "존경과 존중이 따라야하는 험한 직업에 정당한 처우를 하지 않는 사회는 합리적이지 않다"라는 말도 남겼다.


과거 루게릭병을 알리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본 딴 '소방관 GO 챌린지'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독립 소방청 설립 등을 담은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안'을 알리기 위한 이벤트였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90% 이상이 지방직으로, 각 지역별 예산에 따라 인원과 장비가 다르다. 동일한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첫 번째 주자는 법안을 제정하고 이벤트를 제안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챌린지에 나서기 전 이 의원을 인터뷰한 이는 서울 성북소방서에 근무하는 오영환(29) 소방교. 

출처: 배우 정우성 인스타그램 ·오영환씨 페이스북
지난 5월 19일 서울 강남소방서에서 '소방관 GO 챌린지'를 한 배우 정우성이 하얀 소화 분말을 뒤집어썼다. 오른쪽 사진은 첫번째 주자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한 오영환 소방교의 모습.

'소방관이 천직'이라는 그는 한국 소방 현실을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선다. 동료들과 함께 2014년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처로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1위 시위를 했다. 2015년에는 소셜미디어(SNS)에 연재하던 글을 묶어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책도 펴냈다.


지난 5일 정부는 국민안전처 기능 중 소방 업무를 떼 '소방청'으로 독립하기로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안전처에 흡수된 지 3년 만이다. "아직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라는 큰 과제가 남았다"라는 오씨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jobsN
오영환씨

수상-산악-오토바이 등 다양한 직무 경험

'소방관이 되고 싶다' 생각한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TV에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보통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끌렸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 같은 평범한 사람의 터전을 지켜주는 직업이라 좋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했다가 1년만에 관뒀다. 소방공무원이 되는데 학력 제한은 없기 때문이다. 생활비와 공무원 시험 준비 자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10개 넘게 했다. 한 소방시설점검 업체에서 1년간 일하며 예방 실무도 익혔다.


2008년 의무소방대에 지원했다. 병역 의무를 군대 대신 소방서에서 수행한 것이다. 부산에서 근무한 오씨는 수상구조대원으로 물에 빠진 10세 소녀를 구했다. 누군가를 살린 첫 경험이었다. 전역을 앞두고 소방공무원 시험을 쳐 2010년 합격했다. 약 2개월간 소방학교에서 화재진압,구조,구급 현장활동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 

출처: 본인 제공
왼쪽 사진은 의무소방대로 군복무 대체를 하던 시절 수상구조대에서 근무하던 모습. 가운데는 의무소방대 훈련 모습. 오른쪽은 소방공무원 합격 이후 첫 임지였던 광진소방서에서 일하던 모습.

첫 근무지는 서울 광진소방서였다. 화재·추락·교통사고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구조대' 직무를 맡았다. 소방 업무는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화재진압, 사람을 구출하는 구조, 응급처치를 하는 구급으로 나눠져 있다.


구조대는 특전사 등 특수부대 부사관으로 4년이상 근무한 자를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실시한다. 오씨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라며 구조대 근무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의무소방 경력과 수상구조대 시절 딴 자격증이 있어 가능했다. 

출처: 본인 제공
오영환씨가 산악구조대로 활동하던 때

2년 뒤 '산악구조대'가 생기자 자원했다. 로프 구조 등 전문적인 업무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등산과 클라이밍을 좋아했던터라 잘 맞았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산악구조대는 구조 요청이 오면 출동해 산 속에 있는 환자를 구조한다.


이때 근무 경험은 보람있었지만, 마음 속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산에서 심정지나 낙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응급환자는 거의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환자를 찾으러 올라가거나 병원으로 이동시킬 때 평지에서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암벽에서 추락사한 환자를 살리지 못해 한동안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구조 뿐 아니라 구급 업무에도 전문성을 갖추기로 다짐했다. 산에서 내려와 서울 성북소방서에서 구급대원이 됐다. 환자 응급처치,이송을 담당하는 구급대에서 약 1년 근무 후 오토바이 구급대에 지원했다.오토바이를 쓰면 자동차가 가득한 도로나 좁은 골목을 빠르게 지날 수 있어 화재나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할 수 있다. 

출처: 본인 제공
서울 성북소방서 오토바이구급대에서 일하는 모습.

업무 외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소방공무원 전형으로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에 들어가 4년간 공부했다. 최근에는 응급구조사 교육과정도 이수했다.


소방관으로 일한 8년간 거의 매일 네다섯 번 이상 현장에 출동했다. 크고 작은 화재와 사고에서 사람을 살리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도 숱하게 봤다. 숨만 붙어있는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살아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무뎌지지도 않고요. 누군가의 희생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잘해내지 못한 걸 자책하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불쌍하다'라는 말은 말아주길 

소방관은 존경받는 직업 1위(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지만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 매년 6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한다. 근무시간은 주당 56시간이다. 작업 과정에서 유독 가스 등을 흡입해 암 등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소방관 10명 중 1명은 화재나 사고 현장에서 본 끔찍한 장면을 잊지 못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있다. 평균 수명은 58.8세로 짧은 편이다.


오씨는 유서를 써 친구에게 맡겨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아내에게 전해주기로 했다"라며 "언제일지 모를 죽음의 순간에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소방관에 대해 "불쌍하다" "위험하다"라는 시선이 싫다고 했다. "위험해보일 수 있지만, 소방관들은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충분히 익히고 현장에 나갑니다. 동정보다는 전문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는 걸로 충분합니다."

출처: 김자인씨 인스타그램
오영환씨의 아내는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씨다. 다양한 구조활동을 위해 클라이밍을 배우는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오씨는 결혼식에도 소방관 정복을 입을 정도로 직업에 대한 애정이 있다.

국민 안전 위해 국가직 전환해야 

소방관은 공무원이라 월급이 법에 정해져 있다. 8년차로 10호봉인 오씨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3500만원 정도다. 3교대로 야간에 일하며 받는 야근 수당, 출동 횟수에 따라 나오는 간식비 2000~3000원, 출동 횟수와 관련 없이 매달 6만원씩 받는 위험수당을 합한 금액이다.


오씨는 "현재 지방직이 절대 다수인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 때문이 아니다. 직렬에 따라 공무원 월급은 변하지 않는다. 대신 국가직 공무원이 되면 소방 예산이 전 지역 동일하게 배분된다. 전 국민이 동일한 소방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지역별로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소방공무원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한 대다수의 시·도는 2명이 나가게 된다. 응급환자에게 전문 구급처치를 해야하는 인원이 부족하다. 화재진압차량에 탑승할 인원도 차이난다. 방화복 등 개인 안전장비와 소방헬기 등 보유장비 수에도 큰 차이가 있다

출처: 오영환씨 본인제공(사진 촬영 김명진), 공무원 봉급표
왼쪽 사진은 2014년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세월호 사고 이후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처에 통합될 때 전국 소방관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했다. 소방공무원은 대부분 지방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따라 인원과 장비 등이 다르다. 이 때문에 전 국민이 동일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봉급은 법에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2년간 군대를 다녀와 신규 임용돼 3호봉 소방사로 시작하는 경우 월 163만원 가량을 받는다. 수당 등을 합치면 연봉 2000만~2500만원 가량이다.

 화재·사고 대비해 시민이 꼭 지켜야할 일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꼭 지켜야 할 일을 알려줬다.


① 불법주차(X). 좁은 골목에 불법 주차나 이중 주차를 하면 소방·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해 대응이 느려진다.

② 카시트(O). 앞좌석과 뒷좌석 상관없이 아이를 품에 안고 타는 것은 절대 안된다. 사고가 나면 아이가 튕겨져 나간 모습을 수없이 봤다. 어린 아이는 카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

③ 방화문 닫고 옥상문 개방. 방화문은 옆집이나 아랫집에 화재가 났을 때 연기를 막기 위한 장치다. 물건 등을 쌓아둘 공간으로 활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연기를 피해 대피할 수 있도록 옥상문도 열어둬야 한다.

④ 소화기·감지기(O). 최근 소화기와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인근 소방서에 전화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방공무원 되는 방법 

소방공무원은 만 18세 이상 40세 이하면 지원할 수 있다. 소방·구급차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제1종 운전면허 중 대형면허 또는 보통면허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업무 특성상 다른 공무원에 비해 시력·체격·혈압 등 신체 조건도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시험치는 화재진압(공채) 분야는 필수 과목인 국어·영어·한국사와 소방학개론·소방관계법규 등 선택 과목 2개를 본다.


응급구조·구급(특채) 분야는 소방이나 응급구조학 관련 전공자나 의무소방, 특수부대 등 경력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분야별로 국어·소방학개론·소방관계법규·생활영어 등 3과목을 친다.


악력, 배근력, 윗몸일으키기 등을 보는 체력시험도 중요하다. 시험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 인터넷원서 접수센터(local.gosi.go.kr/klid/main/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영환 소방교는 "화재진압, 구급, 구조 등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는 게 좋다"라며 "실무에 필요한 체력이나 운전 능력 등을 쌓는 게 도움된다"라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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