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치어리더 박기량..톱스타만큼 잘 벌까?

조회수 2020. 9. 18.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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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치어리더' 박기량 "문재인 대통령 유세 참여한 이유는.."
치어리더로는 이례적인 유세 참여로 화제
일한만큼 대우받는 세상 만들기 위해 참여 결심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 응원할 것"

11년차 치어리더 박기량(26)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치어리더로 꼽힌다. 업계 경력이 오랜 편에 속하는 데다 인기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에도 종종 출연해 인지도가 웬만한 선수 못지않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탓에 '국민 치어리더'라는 별명도 있다. 

출처: 트위터 아이디 @nero***·유튜브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시절 유세를 돕고 있는 박기량씨(왼쪽). 오른쪽은 투표일인 5월 9일 밤 광화문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당선이 확실시된 문재인 후보가 광화문을 방문하자 수퍼문 중앙 유세단과 무대에 오른 것이다

그녀가 최근 화제가 된 분야는 스포츠가 아닌 정치였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부터 시작, 대선 피날레 유세까지 도왔다. 사실상 선거운동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셈이다. 현직 프로 치어리더가 대선운동을 돕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슈에 발을 담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은 여야가 치열하게 각축을 벌였던 곳이었다.


박씨는 잡스엔과 인터뷰를 갖고 “대한민국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유세에 참여했다”며 “사회적 약자인 치어리더도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세 참여가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인만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치어리더로서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캠프측이 먼저 제의…고민 끝에 수락

출처: jobsN
잡스엔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박기량씨

ㅡ선거 캠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유세단장으로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나라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ㅡ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었나

“솔직히 2012년 대선 당시엔 어떤 분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 때는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살아온 삶을 보니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갔습니다.” 

출처: MLB파크 캡처
박기량씨의 캠프 합류 소식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ㅡ치어리더가 사회적 약자인가

“그렇습니다. 금전적, 환경적 측면에서 열악합니다. 일견 화려해보이기 때문에 연봉 수억원을 받는 연예인 급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 일이 좋아서 시작한 후배들도 못 버티고 줄줄이 나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ㅡ어느 정도로 열악한가

“한달 내내 일해도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한 돈을 버는 친구도 많습니다. 선배들 말을 들어보니 15~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인건비가 낮아졌으면 낮아졌지 오르질 않았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물가는 얼마나 올랐습니까. 치어리더와 비슷한 처지의 직업도 제법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출처: 문재인선대위청년위원회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박기량씨를 이용해 사전투표 독려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치어리더 연봉은 전직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736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 한국의 직업정보’를 보자. 치어리더는 ‘소득이 낮은 직업 50개’에 들어간다. 평균 연봉이 2069만원이었다. 부업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박씨도 “부업에서 나오는 수입까지 포함해야 일반 직장인 월급 수준”이라고 했다.


대부분 치어리더는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여러 종목을 겸하기 때문에 1년에 쉬는 날을 손에 꼽는다. 경기장에서 치어리딩을 하는 시간은 3~4시간 정도이지만 하루 종일 연습을 해야한다. 이 때문에 부업도 경기가 있는 날을 피해 휴일에 할 수밖에 없다. 박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광고·방송·행사 등 부업으로 다른 치어리더보다 바쁜 편이다. 그러나 항상 팀 일정을 1순위로 꼽는다.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박봉'인 직업 50개

“누군가가 목소리 내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박씨는 어렸을 적 춤 추는 것이 마냥 좋았던 소녀였다. 고교 2학년이던 2007년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이벤트 회사 관계자로부터 치어리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흔한 직업이 아닌데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설득 끝에 겨우 허락을 얻어낼 수 있었다. 지금은 박씨의 가장 든든한 팬이 바로 아버지이다.


이 업계는 각 구단이 이벤트 회사와 계약하고, 그 회사가 치어리더를 경기마다 파견하는 식으로 운영 된다. 첫 2년 동안은 겨울시즌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3년차인 2009년부터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로 영역을 넓혔다. 

출처: 조선DB
치어리더 박기량씨

부산 출신임에도 정작 사직 야구장을 가본 적이 없었던 박씨는 “거대한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부산은 ‘구도(球都)’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도시다. 야구의 도시란 말이다. 박씨는 그간 방송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치어리더 처우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해왔다.  


ㅡ과거보다 나아진 점은 없나

“치어리더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과거엔 ‘아가씨’로 불린다든지 성추행 아닌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엔 없었던 치어리더 대기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멉니다. 전반적인 환경이 그렇습니다. 머리나 화장품 등 비용을 전부 자비로 충당합니다. 선수 못지 않게 활동량이 많아 근육이 뭉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담 마사지사가 있는 선수와 달리) 알아서 해결해야합니다. 그렇다고 마사지숍을 가자니 돈이 많이 드니까 그러지도 못합니다.”


ㅡ치어리더 인권의 대변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라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어쩌다보니 제가 대표격이 됐습니다. 언젠가는 은퇴를 할텐데 그 전에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로 길을 찾고 있습니다.” 

출처: RS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년 박기량씨 음반 발매 당시 홍보 포스터

지난해 박씨가 음반을 낸 것도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시도였다. ‘Lucky Charm’이라는 타이틀의 미니앨범이었다. ‘E-TRIBE’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당시 박씨는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모은 돈을 음반으로 다 날렸다”고 했다.


ㅡ음반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는데

“앨범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치어리더들이 갈 새로운 길을 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끼 있는 친구, 아이돌 연습생 출신 등 아까운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치어리더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예전엔 치어리더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주류 광고를 찍은 적도 있었습니다. 힘들지만 못할 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에 감사함 느끼는 베테랑  

출처: 본인 인스타그램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로 활동 중인 박기량씨

ㅡ언제 보람을 느끼는가

“팬들이 응원을 따라해 줄 때, 그리고 ‘수고했어요’라고 말 한 마디 건네줄 때입니다. 처음엔 춤만 춰도 행복했는데 요즘 들어 그런 배려에 욕심이 납니다. 들을 때마다 감사합니다.”


ㅡ치어리더도 성적에 일희일비하나

“경기 시간이 길었던 경기도 결과가 승리로 끝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힘들지만 모두가 즐거웠다며 퇴근합니다. 그러나 지면 말이 없어집니다. 그간의 피로가 더욱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ㅡ최근 수년간 롯데가 부진했는데

“모든 구단 팬들이 열정적이겠지만 롯데팬들의 열정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NC 창단 이후 팬층이 일부 이탈한 데다 성적까지 부진하다보니 객석이 텅빌 때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이대호 선수가 (국내 리그로) 복귀하면서 다시 예전의 열정을 회복하는 것 같습니다.” 

출처: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박기량씨

ㅡ치어리더 오래했다는 걸 언제 느끼나

“치어리더 신입때부터 함께 있던 신인급 선수들이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걸 보면 ‘오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올해는 체력이 달리는 것도 느낍니다.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ㅡ가정을 이루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당장은 생각이 없습니다. 치어리더가 보통 결혼을 늦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아놓은 돈을 앨범에 다 썼으니) 이제 돈을 모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건 다 한 뒤에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선배들이 누리지 못했던 것, 후배들은 누렸으면”  

ㅡ치어리더는 언제까지 할 것인가

“늘 어려운 질문입니다. 예전엔 농담반 진담반으로 ‘롯데가 우승할 때까지’라고 했었습니다.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으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지 아니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하는지.”


ㅡ은퇴 이후 계획은

“프로스포츠 치어리더들만의 협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교육에 소질있는 친구는 교육, 말을 잘 하면 MC, 이런 식으로 각자의 능력을 서포트할 수 있는 협회 말입니다. 제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ㅡ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직업처럼 치어리더도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일한만큼 보상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우리도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 바깥의 프로선수’가 돼야합니다.”


ㅡ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라는걸 떠나서 요즘 제 기분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진짜로 좋아요. 예전엔 대부분 스포츠와 연예쪽 뉴스만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는 뉴스가 정치 뉴스입니다. 공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변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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