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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타칭 'IT덕후'인 기자는 IT 기기 사용이 취미입니다. 기자가 직접 써본 기기 중 잡스엔 독자들이 업무 혹은 취업 준비, 머리 식히기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기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옛 추억을 돌려줄 수 있는 게임기, '월광보합'을 소개합니다.

5월 31일 성인 앉은 키 정도되는 큰 박스 하나가 사무실에 왔습니다. 지난 5월 24일에 주문했으니, 딱 일주일만입니다. 아무리 중국이 가깝다고 하지만, 국경을 넘어오는 데 일주일 밖에 안걸린다니 놀랍습니다.

박스 정면에 써져 있는 'Classical Arcade Games Station'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쯤 될겁니다.

떨리는 맘으로 상자를 열었습니다. 분홍색과 녹색의 구(球)가 보이고, 몇 개의 케이블이 눈에 띕니다. 케이블 아래 보이는 설명서의 첫장에 보이는 '645'라는 숫자를 눈여겨 보세요.

스티로폼과 케이블을 걷어내면, 드디어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니터 하나만 있으면 그 옛날 오락실을 어디서나 재현할 수 있는 끝판왕 게임기, '월광보합4 HD' 입니다.

월광보합(越光寶盒)은 중국말로 '판도라의 상자'라고 합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게임의 특성을 잘 반영한 이름인 거 같습니다. 

빨리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어쨌든 절차는 지켜야하니까 구성품부터 보시죠. 월광보합 본체 아래로 왼쪽부터 전원 케이블, HDMI케이블, VGA 케이블, 여분의 버튼 2개가 들어있습니다. 설명서도 하나 들어 있었지만, 어차피 볼 게 없으므로 쿨하게 던졌습니다.

왼쪽 '1P'는 레버와 버튼 6개가 모두 분홍색이고, 오른쪽 '2P' 는 레버와 버튼이 모두 녹색입니다.

가운데엔 1P 스타트 버튼과 코인 버튼, 2P 스타트 버튼이 모여 있습니다.

코인 버튼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국딩 때 100원짜리 하나 들고 오락실가서 기계랑 느긋이 스트리트 파이터 한판 하려는데, 시작하자마자 고수의 풍모를 풍기는 형이 등장해 저를 무참히 짓밟았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나는 한톨의 쌀알과도 같은 존재니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코인 버튼을 한참 눌러서 코인을 100개쯤 쌓아두고 게임할 생각하니 그 때의 다짐이 무색해집니다. "실력이 모자라면 어떤가! 내겐 무한 코인이 있는데!"

월광보합의 아래쪽엔 고무로 된 받침대가 있습니다. 격렬해지는 손놀림에 월광보합이 밀리지 않도록 마찰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뒷면엔 각종 단자들이 있습니다. 구멍이 슝슝 뚫려있는 곳이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스피커고요, 오른쪽으로 전원 단자와 전원 스위치가 있습니다. 더 오른쪽은 확대해서 보시죠.

가장 왼쪽이 '스케일' 버튼입니다. 모니터와 연결했을 때, 모니터에 표시되는 영역을 조절하는 버튼입니다. 그 옆에 CFG버튼은 설정 버튼입니다. 차례로 요즘은 잘 쓰지 않는 VGA 단자가 있고, HDMI 단자, 볼륨 조절 스위치, 외부 스피커 연결용 3.5파이 단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버튼과 USB단자 등이 보입니다.

외부 스피커 연결용 3.5파이 단자 오른쪽으로 있는 것들은 용도를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즐기는 덴 별 문제가 없으니 알아보지 않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월광보합은 설치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고, HDMI 케이블을 모니터 혹은 TV에 연결하면 땡입니다. 

설정화면이 나옵니다. 잡다한 설정들을 맞춰주고, '저장 후 재부팅'을 선택해주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중국에서 만든 기계지만, 한글화가 돼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려면 우선 돈을 넣어야겠죠?

코인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 아래 CREDIT이 올라갑니다. 1P의 레버를 이용해 게임을 선택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위아래로 레버를 움직이면, 게임 한개씩, 좌우로 움직이면 한 페이지씩 넘길 수 있습니다.

월광보합이 왜 끝판왕이냐, 앞서 봤던 645라는 숫자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월광보합에는 총 645개의 오락실 게임이 탑재돼 있습니다. 웬만한 오락실 게임은 다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45개나 되니 무슨 게임이 어딨는지 찾는 것도 일입니다. 게다가 머릿 속에 게임 장면은 훤히 떠오르는데, 게임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참을 짜내다 떠오른 이름이 '와리가리'입니다.

와리가리를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레버를 조작한 끝에, 96번째에서 '파이널 파이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힌트는 오른쪽에 뜨는 게임 데모 화면이었습니다. 레버를 조작해 게임 이름 위에 올려두면, 오른쪽에 그 게임의 데모 화면이 뜨거든요. 30년 전에 부르던 게임 이름의 정식 명칭을 이제야 알게 됐네요.

게임을 즐겨봤습니다. 사무실에서 오락실 좀 가봤다는 사람들은 다 들러붙어서 한판을 벌였습니다. 유명한 대전 게임 '킹 오브 파이터'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꽤 무거운 월광보합이 들썩일 정도로 두사람은 게임에 열중했습니다. 

한참을 '킹오파'로 서로 싸우던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 둘이 함께 적(?)을 무찌르는 보글보글을 하기로 했습니다.

'Hurry up' 문구가 나오고 조금 뒤 무서운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유령 고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선수가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게임기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싸우지 말자"고 합의했습니다. 오랜 시간 논의 끝에 '1945'를 하기로 했습니다. 옛날 오락실에서도 1945는 위아래가 긴 화면에서 즐겼는데, 역시 월광보합에서도 위아래가 길게 나와 좌우에 빈 화면이 보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추억의 게임들을 즐겨봤습니다. 월광보합은 버전이나 구성품에 따라 조금씩 가격이 다르지만, 14만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오락실 주인집 아들이 되고 싶다'던 간절한 바람을 이루기엔 투자해볼만한 금액 아닐까요?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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