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두고 순식간에 6억원 빚더미에도 행복한 30대 청년

조회수 2020. 9. 18.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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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삼촌이 키우는 토마토
2011년 삼성그룹 입사 3년만에 퇴사
아버지 노후 농장 '스마트팜'으로
“전문 농업 경영인이 되고 싶다”

황종운(33)씨는 청년 농부다. 전북 정읍에서 5000평 크기의 ‘따옴 농장’을 운영한다. 15개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3만 5000그루를 키운다.


정읍에서 태어나 줄곧 한곳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벼농사를 하면서 꽃을 키웠다. 아들이 대를 이어 농사 짓기를 바랐다. 하지만 학창시절 황씨의 꿈은 한가지였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토익점수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2011년 삼성그룹 51기 공채로 입사했다. 하지만 대기업 생활은 기대와는 달랐다.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해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미래가 불투명했다.


2014년 아버지가 쓰러졌다. 가족을 돌보지 않고 회사에만 시간을 바치는 자신이 싫었다. 그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지 4년. 이제는 농사일에 적응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둔다.


작년 한해 매출만 8억원. 한해 5000만~6000만원을 순수입으로 가져간다. 5~6년 안에 대출금 6억원을 갚을 계획이다.


“퇴사할 때 회사 동료들이 ‘무슨 농사냐’며 만류했어요. 부모님도 막상 제가 농사를 하겠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눈치였죠. 저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더 일찍 농사를 지을 걸’하고 생각합니다. 빚을 갚고 나면 한해 2억원을 벌 수 있어요.”

출처: 황종운씨 제공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유망산업이다. 세계 인구수는 2050년 100억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결합해 품질 좋은 작물을 기르고 새로운 종을 개발하는 일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농업을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꼽았다. IT기업 구글도 농업 데이터 회사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164억원을 투자했다.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 천만의 소리 

황씨의 농장은 ‘스마트팜’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온실 상태를 확인한다. 토마토가 자라는 적정 온도는 15~25도 사이, 습도는 70~85%다. 토마토 상태를 측정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온도, 습도를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 CCTV로 내부를 볼 수 있다. 온실 문이 잘 닫혀있는지 침입자는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거주하고 있는 전주에서 토마토 농장이 있는 정읍으로 출근한다. 차로 30분 거리다. 오전 7시 30분쯤 도착해 온실을 돌며 상태를 확인한다. 병에 걸린 나무는 없는지, 찬바람을 맞고 있진 않은지 꼼꼼히 살핀다. 오전 8시 직원 7명이 출근하면 함께 토마토를 선별한다. 크기와 상태에 따라 고르는 과정이다.


“한시간에 한번씩 스마트폰으로 온실 상태를 봅니다. 언제 물을 줘야 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자동양액장치’라는 기기가 햇빛의 양을 측정해 해 뜨고 나서 2시간 뒤부터 해지기 3시간 전까지 물을 줍니다. 저녁 6시면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출처: 황종운씨 제공
복합 환경 제어 프로그램. 온실의 온도, 습도, 햇빛의 양, 풍속, 풍향 같은 환경 정보는 1분 마다 프로그램에 저장된다. 이렇게 해마다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해 농사를 계획하면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 좋은 토마토를 기를 수 있다.

“좋은 품종은 초보 농부가 키우기에 까다로워요. 처음에는 거칠게 키워도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길렀어요. 지금은 키우기에 까다롭지만 맛 좋은 품종을 키웁니다.”


작년 여름 최악의 폭염 때문에 대부분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황씨의 토마토 농장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철저하게 관리한 덕분이다.


올해에는 가뭄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는 농부들이 많다. 이번에도 황씨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컴퓨터로 환경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또 '정읍(井邑)'은 예부터 '우물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출처: 황종운씨 제공
(왼쪽부터) 토마토 씨가 발아한 모습-토마토 선별 작업

청년 농부 조언 1.  왜 완숙 토마토인가

토마토는 5000종이 넘는다. 크게 찰·대주·완숙·방울 토마토가 있다. 황씨는 이중 ‘완숙 토마토’를 키운다. 완숙토마토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햄버거, 스파게티, 주스, 케첩 같은 식재료로 쓰인다.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가 토마토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찾고 있어요. 토마토가 노화를 늦춘다는 효능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7월 말 육묘장에 씨앗을 심는다. 한달이 지나면 손가락만 한 싹이 나온다. 8월 말 온실로 싹을 옮겨 심는다. 토마토 싹이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까지 2400시간이 걸린다. 약 3개월이다. 10월 말쯤 토마토를 따기 시작한다. 그 다음 해 7월 말까지 계속 수확한다. 

출처: 황종운씨 제공
(왼쪽) 토마토 꽃과 토마토

청년 농부 조언 2. 작물재배·지역 선정-투자 대비 수익률 계산

“‘시골에서 농사나 지어볼까’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감으로 키울 수 없습니다. 작은 면적에서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황씨는 퇴사 전부터 귀농을 계획했다. 기를 작물과 지역을 고르고 투자 대비 수익률을 계산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버지가 운영하던 비닐 온실을 물려받기로 했다. 주말마다 고향에 있는 농장에서 일을 배웠다.


부모님의 온실은 너무 오래돼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설이 고장 났다. 토마토를 돌보는 시간보다 기계를 고치는 시간이 더 들었다. ‘몸만 이사하면 끝일 것’이라는 생각이 큰 착각임을 깨달았다. 부모님 손때가 묻었지만 낡은 온실을 보수하기로 했다.


“수익을 내려면 최소 1000~1500평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가령 1000평에 농사를 한다면 땅값을 빼고 시설자금으로 2억원 정도 생각해야 해요.”


저축금과 퇴직금, 정부의 각종 귀농 지원 사업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지금 황씨가 토마토를 기르는 땅의 규모는 4000평이다. 창고와 선별장까지 합하면 5000평. 원래 부모님이 3000평을 갖고 있었고 황씨가 귀농하면서 2000평을 사고 시설에 투자했다. 황씨는 "정부의 귀농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1. 후계농자금

후계농자금은 정부가 영농후계자에게 저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이자율은 1% 정도. 황씨는 정부에서 2억원을 대출받았다. 2015년 이 자금으로 임대로 사용했던 땅을 샀다.

후계농으로 선정되고 난 후 5년이 지나면 '우수후계농' 대상이 된다. 우수후계농은 2억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2. 환경개선사업(온실환경개선자금)

정부가 난방용 커튼이나 환기창 같은 시설을 설치할 때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도마다 예산과 요건이 조금씩 다르다. 황씨는 정읍시에서 7000만원을 받았다. 4500만원은 3%대 이자율로 빌렸다.

"귀농 후 적어도 1~2년 동안 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출하 실적, 공동 출하, 공동 정산 등 농사일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지표가 있습니다."

출처: 황종운씨 제공

3. ICT(정보통신기술)사업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장치를 설치할 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5년 ‘환경제어프로그램’, ‘자동양액공급장치’ 같은 첨단 시설을 설치할 때 5000만원을 보조받았다.


4. 농협 시설 자금


농협 대출 상품 중 하나다.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신청할 수 있다. 농신보에서 담보가 부족한 농업인을 대신해 보증을 서주는 것이다. 이자는 3%대다. 황씨는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 ‘사업계획서’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청년 농부 조언 3. 자리 잡기 

수확하는 게 끝이 아니다. 유통·판매할 곳을 찾아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초보 농부들은 주로 '도매 물류센터'를 이용한다. 도매로 팔기 때문에 판매하기 쉽다. 하지만 수수료를 내야 한다. 황씨는 1년 정도 도매 물류센터를 이용하다 2015년부터는 직거래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수수료 비용은 줄고 이윤은 늘었다. 그가 파는 토마토는 월 60톤에 달한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토마토를 볼 때마다 ‘땀 흘린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저녁놀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우리 토마토를 해외에 수출하는 전문 농업 경영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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