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포기하고 좌절한 취준생 운동하니 직업 생겼다

조회수 2020. 9. 24. 19: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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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심했던 여대생의 '헬스 트레이너' 성공기
숙대 경영학과 출신의 인기 '헬스 트레이너'
남들이 보기에 '한심한' 대학 시절 보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몰두, 보란듯이 성공

“대학 다니면서 ‘별종이네, 한심하다, 정신 좀 차려라’는 말 참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제 자신을 믿고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한 분야에 미쳐있었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와 웨이트트레이닝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에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 숍인 ‘살롱드핏’ 대표 박지은(32)씨를 아는 이들이 많다. 박씨는 지난 2011년 초부터 건강하게 살 빼고, 몸매 관리하는 방법을 적은 글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박씨는 살 빼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거나 “닭가슴살 드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칼로리는 낮으면서도 비교적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레시피를 소개했다. 벌써 7년째 운영되고 있는 박씨 블로그(제이제이 다이어트일기)의 총 누적 방문자 수는 현재 1600만여명에 달한다. 요즘도 하루 평균 1만명 넘는 사람이 박씨의 블로그를 방문할 만큼 인기가 꾸준하다. 

출처: 박지은씨 제공
박지은 트레이너가 2011년부터 운영한 블로그에 올린 다이어트 음식들. 기존에 있던 요리의 조리법을 박지은 트레이너만의 방법으로 변형시켰다.

박씨는 “당시만 해도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블로그가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블로그 성공을 바탕으로 관련 책을 냈다. 이후 인기 헬스 트레이너이자 운동과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인으로 자리잡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운동에 빠져들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박씨는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트레이너의 삶을 살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박씨는 숙명여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박씨는 학교 잘 다니며, 공부 열심히 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생애 첫 운동다운 운동은 고3때 수능시험 끝나고, 등록한 집 앞 헬스장에서 시작됐다. 고3 수험기간 동안 찐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었다.


대학 입학 전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서 살을 5㎏가량 뺐다. 하지만 박씨는 여전히 통통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여대이다 보니 예쁘게 꾸미고 다니고, 날씬한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며 “학창시절 통통한 몸에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대학 입학 후 위축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출처: 박지은씨 제공
모델로도 활동중인 헬스 트레이너 박지은씨

박씨는 대학 입학 후, 운동에 더욱 매진했다. 대학 새내기의 자유를 만끽할 겨를 없이 헬스장에서 운동 기구들과 씨름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날씬해지고 싶다’,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머니를 졸라서 헬스 트레이너로부터 1대1 지도를 받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끊었다.


PT가 끝나고 집에 오면 자신만의 ‘운동 노트’를 기록했다. 그 날 배운 운동법에 대해 자세히 메모하고, 동작을 그림으로 그렸다. PT할 때 제대로 안 됐던 동작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을 뒤져서 다시 따라해봤다. 운동 관련 국내외 잡지도 한 달에 1~2권씩 사서 읽었다.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대학생의 ‘로망’인 미팅과 소개팅, 동아리 활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살이 조금씩 빠지고, 몸에 근육이 붙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졌다. 박씨는 2학년 1학기 때 ‘학사경고’를 받을 만큼 성적이 엉망이었다.


모범생이던 외동딸이 대학에 가더니 공부는 안하고 운동에만 빠져있자, 부모님도 크게 걱정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2학년 마치고 휴학을 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3개월간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을 다니며 7급 공무원 시험 공부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학원에 가서, 자정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강행군이었다.


“운동만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벌써 2학년이 끝나있고 제 학점은 2점대까지 떨어져 있었어요. 위기감이 컸죠. 그때는 저도 ‘이러다가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불안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집중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역시나 문제는 ‘몸’이었다. 수험 생활의 스트레스와 과식, 운동 부족 등으로 2년 넘게 어렵게 가꾼 ‘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거울에 비친 망가진 몸을 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수험 생활은 거기까지였다. 박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한 뒤 복학도 하지 않고, 다시 ‘운동 모드’에 돌입했다.  

출처: 박지은씨 제공

인생의 암흑기

1년간 운동에 전념해 박씨는 다시 만족할만한 수준의 ‘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시 엔도르핀이 돌고, 활력이 넘쳤다. 박씨는 이후 대학에 복학한 뒤로는 1~2학년때보다 더 독하게 몸 관리를 했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아침에는 닭가슴살 샌드위치, 점심에는 단호박과 소고기, 저녁에는 닭가슴살·양상추·고구마를 먹는 식의 생활을 2년간 했다. 1주일에 2~3회씩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며 운동도 꾸준히 했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몸을 가꾸는 것이 박씨는 그 어떤 일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집에서는 “취업 준비 안하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거냐”는 잔소리에 시달렸다. 학교에서도 “별종”이라는 말을 들으며 손가락질 받았다. 박씨는 영어 성적, 학점 등 취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스펙’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2010년 준비 안 된 졸업을 했다. ‘백수’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신입사원 뽑는 기업 수십 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모두 불합격이었다. 박씨는 “내 인생에서 가장 처참했던 시기였다”고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폭식증’이 찾아왔다. 너무 오랫동안 무리한 다이어트 식단으로 생활한 것이 화근이었다. 백수로 지내는 무력감도 폭식을 불렀다. 박씨는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집에 틀어박혀서 눈 뜨면 먹고, 배부르면 잠을 잤다. 잠에서 깨면 다시 먹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박씨는 “앉은 자리에서 대형 케익 1개를 다 먹어 치우고, 업소용으로 파는 햄버거 빵이나 식빵도 한 번에 1~2봉지씩 먹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6개월만에 10㎏ 넘게 살이 쪘다. 어느 날 눈물이 흐르면서 ‘이제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대학생, '헬스 트레이너'라는 꿈을 꾸다

박씨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헬스장을 등록하고,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의 박씨를 있게 해 준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박씨는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블로그에 매일 운동하는 모습을 담은 게시물 1개, 다이어트 식단 관련 게시물 1개를 쓰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히 음식 관련 포스팅에 공을 들였다. 박씨는 “과거 너무 무리하게 식단을 운영하다가 몸이 망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맛있게 먹으면서도 살이 덜 찌는 음식들을 직접 개발해보기로 했다”며 “기존 음식의 레시피에서 몸에 해로운 재료는 빼고, 비슷한 맛을 내는 재료를 찾아서 넣는 식으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음식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출처: 박지은씨 제공
헬스 트레이너 박지은씨

박씨는 완성된 다이어트 음식과 만드는 과정들을 촬영해 블로그에 올렸다. 레시피도 공개했다. 꾸준히 관련 정보를 올리다 보니 블로그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블로그 오픈 후 3개월여 만에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만명을 돌파했다. ‘폭발적인 호응’이었다.


박씨는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고 다이어트 음식 관련 책도 냈다. 부모님은 박씨에게 “드디어 네가 사람 구실한다”고 격려하며,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볼 것을 권했다. 박씨도 요리사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박씨가 내린 결론은 요리사가 아닌 ‘헬스 트레이너’였다. 부모님은 물론 주변 친구들까지 박씨를 뜯어 말렸다. 헬스 트레이너는 고되고, 여자 직업으로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씨는 “요리는 압박감 없이 취미로 할 때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업으로 삼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운동은 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겼고, 궁금한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박씨에게 “지원을 끊겠다”고까지 하며 말렸지만, 박씨는 출판사에서 받은 선(先)인세 300만원으로 ‘헬스 트레이너 양성 아카데미’(3개월 과정)에 등록했다.


취업 시장에서는 원서를 넣은 수십 곳 중 단 한 곳에서도 서류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낙오자였지만, 운동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전문가가 될 자신이 있었다. 박씨는 체육 전공자들이 모인 아카데미를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출처: SBS방송화면 캡처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헬스 트레이너 박지은씨

"무수히 많은 점이 모여서 선이 되듯이…"

박씨는 ‘헬스 트레이너’가 된 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건강 관리로 유명세를 타며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헬스 트레이너’ 중 한 명이 됐다. 프리랜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며 운동 관련 책을 5권이나 썼고, 방송 출연과 모델 섭외 요청이 밀려들었다. 2015년 1월에는 서울 강남에 여성전용 피트니스 숍을 열었고, 이후 유튜브에 운동법 강의 영상을 찍어 올리는 일도 시작했다.


박씨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11시에 퇴근하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박씨는 “과거에 나도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경험이 있는데다, 한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운동을 건강하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여성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월 2~3회 이상 방송 출연을 하고 있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돈을 왕창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다”며 “조금은 터무니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도심 한복판의 아주 큰 빌딩 안에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쉬고, 운동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현재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 탓에 ‘날개’가 꺾인 청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려고 발버둥쳐봤던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다는 말이다. 

출처: 박지은씨 제공
박지은 트레이너(왼쪽)가 운영하는 여성 전용 피트니스 숍에서 회원들이 몸을 푸는 모습(오른쪽).

“‘이것만큼은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고, 이건 내 선호가 확실하다’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 일을 하는 게 맞는다고 봐요. 주변에서 아무리 손가락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한 분야에 몰두하는 게 성공으로 가는 기본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대학 시절을 한심하게 보시는 분들이 분명 많으실 거에요.


하지만 제가 무언가에 그렇게 몰두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모든 노력이 밑거름이 돼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점(點)이 모여서 선(線)이 되고, 또 길이 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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