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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초봉 1000만원 높였더니 꿈의 직장 변신한 병원

조회수 2020. 9. 17. 1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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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린 한 중소병원의 변신
경기도 평택 굿모닝병원의 인사 혁신
신입 간호사 초봉 1000만원 올렸더니 인기 직장으로
태움문화, 비효율적인 업무도 없애 간호사들 '행복'

전국 중소 병원들이 간호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간호사회 자료를 보면 국내 200~300병상을 가진 중소병원의 이직률은 22%에 달한다. 심지어 서울대병원 같은 종합 상급병원(500병상 이상)의 이직률도 9%에 이른다. 낮은 연봉, ‘태움’이라 불리는 군대식 문화, 열악한 복지 때문에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난다.

국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35만명 가운데 실제 일하는 간호사는 16만1000여명. 간호사 면허 소지자 가운데 절반만 일하는 것이다. 그나마 복지가 좋은 삼성, 아산, 세브란스처럼 초봉 4000만원 이상 주는 서울의 대형병원만 인력 부족 현상을 겪지 않는다. 중소병원은 외면 받는다.

간호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전국 중소병원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병원이 있다. 경기도 평택의 굿모닝병원이다. 병상수 300여개 굿모닝병원의 이직률은 10%(2016년 기준)로, 서울 대형병원 수준이다. 간호사 한명이 환자 몇명을 보살피는가에 따라 정부가 병원을 1~7등급으로 나누는 간호등급제로 보면, 굿모닝병원은 서울의 대형병원처럼 1등급(간호사 1인당 11~12명)이다. 대부분 중소병원 간호사는 1인당 환자 18명~20명을 돌본다.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굿모닝병원 전경

굿모닝병원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 간호사 50여명을 선발할 때 전국에서 150여명이 지원해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채용 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중소병원 현실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김재수 굿모닝병원장(신경과 전문의)은 “5년 전만 해도 여느 중소병원처럼 간호사 부족에 허덕였다”고 말했다. 2012년 굿모닝병원의 이직률은 약 30%. 10명 중 3명이 입사 첫해 사표를 냈다. 당시 신입 간호사 20명을 뽑는데 13명이 지원했다. 서은경 간호부장은 “지원자를 무조건 채용하지 않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던 시절”이라고 했다.

간호등급은 3등급(간호사 1인당 환자 16명). 간호사들이 기피하던 중소병원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떻게 5년만에 간호사들이 몰리는 병원으로 변신했을까. 3가지 비결이 있었다.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초봉 2700만원을 3700만원으로 “1000만원 인상”

“간호사들이 적어 환자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간호조직을 총괄하는 서은경 간호부장은 5년전을 회상하며 말했다. 당시 굿모닝병원의 간호사는 약 200명. 매년 40~50명씩 채용 했지만 매년 수십명씩 나가버렸다. 게다가 평택에는 간호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평택대학교 뿐이다. 타지 대학 졸업생을 끌어올 비책이 필요했다.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병원 서비스가 높아질 수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 병원 간호사 초봉은 2700만원이었어요. 이것부터 높여야 했습니다.” 서 간호부장은 경영진에게 “연봉을 중장기적으로 1000만원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인건비를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굿모닝병원은 2012년 매출 743억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24억9006만원에 불과했다. 김재수 원장이 말했다. “고민이 컸습니다. 병원 이사장 등 경영진과 심도있게 논의했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에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존에는 초봉을 적게 주고 성과와 연차에 따라 간호사에게 연봉을 올려줬었다. 성과가 좋은 간호사는 연 7~8%씩 연봉이 올랐다. 김 원장은 “기존 간호사들의 연봉 인상폭을 줄이고 초봉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굿모닝병원 임직원들

“신규 간호사를 유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과감하게 투자해야 대형병원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어요. 신입 초봉이 오르는 만큼 기존 간호사들도 전반적으로 기본급이 올랐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균 연봉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병원은 신입 간호사 초봉을 2014년 2900만원, 2016년 3600만원으로 올렸다. 올해는 3700만원으로 인상했다. 5년 만에 초봉을 1000만원 올린 것이다. 군 경력을 인정받는 남자 간호사의 경우 4000만원의 초봉을 받을 수 있다. 초봉이 4000만원선인 아산, 서울삼성 등 대형병원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덕분에 30%였던 이직률은 매년 5~10%씩 줄어들어 지난해 10%로 내려왔다. 올해는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신입직원 가족 초청 행사(왼쪽)와 임직원들이 1박 2일로 떠난 여행지에서 찍은 모습

업무,조직문화를 뜯어 고쳤다

연봉 때문에 간호사들이 몰린 것이 아니다. 서 부장은 간호사들의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뜯어 고쳤다. 먼저 인수인계다.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환자 인수인계는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환자 50명 병동 하나를 맡은 간호사가 밤 근무를 끝내고 새벽 근무를 하는 간호사에게 인수 인계할 때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환자 김00씨는 주사를 놔야 한다’ ‘환자 이00씨는 이런저런 투약 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인수인계를 구두로 하다 보니 놓치는 게 많았습니다. 문제는 간호사가 인수인계 이후 퇴근했을 때입니다. 인수인계 받은 간호사가 특정 환자의 정보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퇴근한 간호사에게 전화해야 하거든요. 그럴 때면 새벽 2~3시에 자다가도 전화를 받아 다시 알려줘야 했습니다.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간호사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있었어요.”


서 부장은 ‘동영상 인수인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대근무를 마친 간호사 전원이 PC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각 환자의 컨디션과 상황, 조치를 모두 영상으로 녹음해 파일로 저장한다. 다음 교대근무자가 이 영상을 보는 것으로 인수인계가 끝난다. 서 부장은 “시스템 도입 후 40분, 빠르면 30분 안에 인수인계가 끝난다”며 “밤, 새벽 퇴근자들에게 전화를 걸 필요가 없게 됐다”고 했다.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굿모닝병원 김재수 병원장(왼쪽)과 서은경 간호부장

막내 간호사들에게 맡기던 약품, 물품 정리는 선배 간호사들이 맡도록 했다. 100여가지가 넘는 약품과 물품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을 경력 간호사는 5분이면 끝내지만 신입 간호사는 30분 이상 헤맨다. 서 부장은 “업무가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정리를 잘못해 혼나 스트레스를 받는 막내 간호사가 많다"며 "약품 정리 작업은 입사 6개월~1년 후에 하도록 했다”고 했다. 신입 간호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업무를 대폭 줄인 것이다.


간호사 조직을 좀 먹는 태움문화 근절에도 적극 나섰다. 각 부서별로 이른바 ‘꼰대’'로 불리는 간호사들은 타 부서로 이동시키고, 간호사들이 상처 받는 말, 행동을 사례로 만들어 태움 문화를 근절하는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고참과 신참 간호사가 참여하는 조직문화개선위원회를 발족해 주기적으로 모여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전남 순천 청암대를 졸업하고 올 3월에 입사한 김가을(23) 간호사는 “병원에 태움문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학생시절 병원 실습을 나갔을 때 태움문화를 겪으면서 ‘간호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별것 아닌 것으로 꼬투리 잡는 통에 일 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나 굿모닝에서는 태움이 없어요. 다른 병원 간호사들은 1주일 만에 그만두는데 아직 우리 동기들은 한 명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연봉도 2600만원 남짓한 전남 중소병원에 비해 훨씬 높아요.”

출처: 굿모닝병원 제공
지난해 입사한 신입 간호사들

직장 어린이집 등 복지제도 신설

마지막으로 복지 제도도 확 바꿨다.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고 병원 직원보다 간호사들이 먼저 쓸 수 있도록 최우선권을 줬다. 육아휴직도 신청하는대로 다 받아줬다.


매달 시간이 맞는 간호사들끼리 연극, 뮤지컬을 보는 제도도 만들었다. 매달 하루 퇴근 이후에 간호사들은 버스를 타고 문화 행사를 즐기러 떠난다. 굿모닝 병원 경영진과 간호사들이 함께하는‘1박 2일’ 행사도 운영 중이다. 경영진과 간호진 전체가 여행을 떠나 한자리에서 조직문화, 업무 애로사항을 툭 털어놓는 자리다. 신입 간호사가 입사하면 가족들을 초청해 병원 문화와 복지, 조직문화를 설명해준다.


굿모닝병원 3년차 간호사인 오승호(30)씨는 “한때 퇴사를 생각했지만, 간호사의 근무 처우를 바꾸려는 병원 노력에 공감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병원 간호사들은 쉬어야 하는 주말에도 일합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화해 ‘오늘까지 이거 해놔라. 안 하면 알지’라고 압박해 일을 시키는 것이 일상입니다. 우리는 그런 군대 문화가 없습니다. 국내 수많은 중소병원들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간호사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거예요.”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 끝에 2012년 200여명이던 간호사가 최근 300여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병원도 덩달아 성장했다. 2015년 매출 803억, 순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7월에는 병원 건물을 증축해 병상을 400개 규모로 늘린다. 김 원장은 “직원의 직무 만족도를 높여주니 병원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향후 간호사의 연봉을 더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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