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끄는 월수1500男 "흔한 직업 '학원강사'로 성공하려면"

조회수 2020. 9. 17.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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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퇴사해 월수입 1500만원.. 벤츠 끌고 다시 삼성을 방문한 남자의 직업은?
학원 강사로 성공한 전직 삼성맨
어떻게 월수입 1500만원 만들었나

학원업계는 국내에 학원 강사가 4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직장인, 대학생이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일타 강사’를 꿈꾸며 학원가에 뛰어든다. 그러나 고수익을 내는 강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강사는 낮은 월급을 받으며 일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국내 ‘622개 직업별 평균 연봉’ 자료를 보면 외국어·문리·디자인·기술 분야 학원 강사의 평균연봉은 1900만~2200만원을 오간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관두고 수학강사로 변신한 김홍석(38)씨는 “누구나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외친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2005년 삼성전자 LCD사업부(천안사업장)에 입사한 그는 2010년 퇴사했다.


서울 목동과 성남시 분당 지역 학원 3개를 거쳤고 2014년 초부터 월 평균 1500만원 수입을 올린다. 별도의 학생 과외, 학원 강사 컨설팅 부업까지 합치면 연봉은 2억+@. 지난해 말 분당에 수학학원을 차렸다. 최근엔 ‘나는 삼성맨에서 억대 연봉 수학 강사가 되었다’는 책을 냈다.


“삼성 입사 후 첫 월급 200만원, 선임으로 승진하니 300만원을 받았습니다.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주는 PS를 받아도 연봉이 최대 6000만원밖에 안되더군요. 그러나 학원 생활 5년차부터 월급 150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 연봉의 50%를 두 달 만에 버는 겁니다.”


그는 “양극화가 심한 직업이지만, 강사의 노력과 노하우에 따라 고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더 빨리 삼성을 관두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삼성맨에서 고수익 학원강사가 된 그의 비결을 들여다봤다. 

출처: jobsN, 김씨 제공
김홍석씨

1. 삼성전자를 관두다

대기업을 그만 두고 사업에 뛰어든 아버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아 망했다. 집안 식구들은 5억원 이상의 빚더미에 깔려 살아야 했다. 2005년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월급의 절반 이상이 아버지의 빚처리로 빠져나갔다.


LCD 사업부에서 노트북, 모니터 액정에 들어가는 유리 기판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업무를 했다. 첫 1년간은 밤 11~12시까지 야근을 했지만 업무가 익숙해지자 오후 5~6시에 퇴근도 가능해졌다. 매일 동료와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며 영화를 봤다.


그렇게 5년 일하니 생활이 무료해졌다. 욕망과 열정을 버리고 산 것 같았다. 수학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무대 앞에 나서 발표하는 것을 즐겼다. 수학강사가 되기로 하고 회사에 통보 했다.


2개월간 일을 빨리 마치고 ‘수학의 정석’을 공부했다. 회사에서는 뜯어 말렸다. ‘나가면 춥다’ ‘학원 강사가 많아 성공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동료들에게 “꼭 성공해 나중에 벤츠를 끌고 다시 나타나겠다”고 장담하고 나왔다.

2. 초보 강사라면 무조건 대형 학원부터 가라

주변에서 ‘무조건 큰 학원에서 6개월~1년은 일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수업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능한 강사들 틈에서 경쟁해야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학원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학생 퇴원율을 직접 관리해봐야 한다. 대형 학원 초보 강사는 중학생 수업부터 맡는데 실력을 인정받으면 고1, 2를 거쳐 고3을 맡는다.


여러 대형학원에 이력서를 넣자 수십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학원 30여곳에서 면접을 봤다. 학원 강사가 많다고 하지만 일자리는 많았다. 퇴사하고 이틀 만인 2014년 5월 학생 1000여명이 넘는 목동 학원으로 출근했다.


기본 월급은 150만원. 학생이 40명이 넘어가면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월급이 오르는 비율제 방식으로 돈을 받기로 했다. 초임은 적지만 몸값을 올리리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출처: 김씨 제공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제자의 문자 메시지(왼쪽)과 어느 학생의 감사 편지(가운데), 학생들과 함께

3. 일타강사도 하지 않은 '숙제검사'로 차별화

처음에 중3 반을 맡았다. 아침 8시30분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했다. 그냥 수학만 잘 가르치는 것으론 부족할 것 같았다. 이른바 ‘일타 강사’들의 수업을 벤치마킹했다.


우선 나의 브랜드부터 만들었다. 스스로 별명을 ‘밍키’(미키마우스)라고 정하고, ‘밍키 상여 기준’이란 법칙을 만들었다. 성적의 향상도, 숙제 완성도 등에 따라 문화상품권을 지급했다. 내 얼굴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이미지를 칠판 모서리에 붙였다. 별도로 숙제를 해오는 연습장을 제작해 나눠줬다. 연습장 3권을 다 빼곡히 채우면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 방법이다. 인기가 많다는 스타 강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패턴으로 나눠 살펴봤는데 그들이 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숙제검사였다. 대부분의 수학 강사들이 숙제를 내준다. 그러나 수업 시작할 때 10~20분 할애해 몇 문제를 풀어주고 끝이다.


그런데 학생 50명을 가르치면 실력이 다 다르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를 풀어줄 때가 많다. 문제는 그 문제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도 틀리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파고들었다.


강의 자체는 평균 수준으로 하되, 질문을 안 받았다. 특정 질문은 A 학생에게 필요할지 몰라도 B 학생에게 필요없기 때문이다. 나눠준 연습장에 학생에게 각각 맞춤형 숙제 문제를 따로 내줬고 풀이 과정을 쓰게 했다.


밤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새벽 2~3시까지 일일이 학생들의 숙제를 첨삭하고 빨간 펜으로 개선할 공부법을 적었다. ‘아자아자 화이팅’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힘이 되는 문구도 잊지 않았다. 사소하지만 문구 하나에 힘을 얻고 열정을 가지는 학생이 많다.


이런 생활을 주6일 했다. 20~30명에 불과하던 수강생이 6개월 만에 70명이 넘었고 수학과 팀장이 됐다. 학생 퇴원율은 거의 제로(0) 수준이었다.  

출처: jobsN,김씨 제공
학생들에게 나눠준 연습장(왼쪽)과 김씨가 만든 자체 교재(가운데)와 칠판 앞에서

4.학생 입장에서 가르쳐라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풀이가 미흡한 학생은 새벽 1시까지 학원이나 인근 카페에서 직접 지도했다. 새벽 1시가 넘으면 내 차로 학생을 집에 태워다 줬다. 밤 10시가 넘으면 학부모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 옆에서 문제 푸는 속도가 적절한지, 설명한 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은 평소에 수학을 잘 하는 것 같았는데 학교 시험에서 너무 긴장해 70점을 못 넘겼다. 이 학생은 모의고사를 정해진 50분보다 짧은 40분 안에 풀도록 지도했다. 그래도 점수가 안 나왔다. 그 친구와 깊이 상담하자, 문제의 원인은 성적 압박을 다그친 부모였다. 학생 집에 찾아가 부모와 상담했고, 부모는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 시작했다. 결국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40일 주기로 학생을 상담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40일이 넘어가면 다시 한번 학생의 속사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5. 리허설이 필요하다

정말 뛰어난 배우도 배역을 맡으면 수십 수백번의 대본 리딩을 한다. 항상 수업 준비를 위해 개념 설명을 반복해 보고, 풀어줄 문제를 10번 넘게 푼다. 구역을 정하고 최대한 가로줄에 맞춰 칠판에 쓰는 판서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매일 업무가 끝나면 빈 교실 칠판 앞에 앉아 실제 칠판에 문제 풀이를 했다. 품격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자료 확보가 생명이다. 학생들의 시험이 끝나면 시험지를 가져오게 했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자체 수학 교제를 만들었다.

출처: jobsN, 네이버 자동차 캡처
김씨와 벤츠 E클래스 300

6. 딱딱한 강의에 스토리와 유머를 입혀라

수업은 기본 개념 설명(5~10분), 개념에 필요한 문제풀이(1~2문제), 학생이 직접 2~3문제 푸는 것을 반복한다. 핵심은 문제를 푸는 시간과 그 이후다.


문제를 풀면 다음 개념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야기’가 필요하다. 공부하기 싫은 학생에게 실시간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과거 고2 때 가출해 시험을 건너 뛴 이야기, 월세 11만원짜리 자취방에서 살며 자장면과 소주를 먹은 대학시절, 삼성을 그만둔 이유를 설명해준다. ‘왜 삼성을 그만뒀느냐’고 학생들의 질문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이 강사였고 이를 실천했다’는 식으로 사는데 열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해준다.


시즌에 맞춰 재밌는 이벤트도 잊지 않는다. 여름방학 땐 휴가를 못 가는 학생들을 위해 ‘바캉스 이벤트’를 했다. 비치 슬리퍼, 선캡, 수영복을 입고 수업을 하는 것이다. 별도의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 열심히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면 문화상품권을 지급했다. 유머와 소통 없는 가르침은 그저 아저씨 잔소리에 불과하다.  

출처: 김씨 제공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첨삭, 지도해준 흔적들

7. 1년 안에 성과를 내면 이직도 쉽다

직업을 바꿀 때 강사로 1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리 직장 경력이 화려한 초보 강사도 첫 월급을 300만원 이상 주는 학원은 없다. 그러나 월급은 적더라도 강의력을 인정받으면 경쟁 학원들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통상 초보 강사는 고정급여를 받으면서 학생이 40~50명 넘어야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러나 경력이 쌓인 스타 강사들은 학생 수에 따른 비율제로 받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이직한 분당의 한 학원은 100% 학생 수대로 수강료의 40%를 지급했다. 한 달 만에 학생 수 100명이 넘었고 월수입 1500만원을 찍었다.


지난해 해 독립해 학원을 차렸다. 일대일 첨삭·과외를 강화해 학생 25명을 가르친다. 수업료를 일반 학원보다 높게 측정(월 60만원)했지만 수입이 줄지 않았다.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조만간 학생 50여명을 수용하는 학원으로 확장한다. 수업은 주 3회(화,수,목)만 실시한다.


‘학생들 가지고 돈 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수학 30,40점 맞은 학생들의 점수를 올려주고, 그들이 꿈에 그리던 대학에 진학하면 희열을 느낀다.


지난해 말 나는 실제 벤츠를 끌고 삼성전자의 동료들을 찾아갔다. 퇴사 6년 만이었다. 처음에 퇴사하면 어렵다고 말리던 동료들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어’ ‘용기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어왔다. 미래가 불안해 와이프 명의로 빵집이나 치킨집을 낸 동료도 있었다. 학원 강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직업이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좋아하고, 특정 분야에 호기심과 열정이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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