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두고 '최저임금'받는 20대 그녀가 행복한 이유

조회수 2018. 11. 5. 0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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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프론티어⑩] 핫팩컴퍼니 강수인 대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인 목표를 갖고 수익활동을 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한다. 일반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은 1710개에 달한다.  


영세한 사회적 기업은 자체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소비자가 사기가 불편한 데다 막연히 저품질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다. 핫팩컴퍼니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의 물건을 대신 일반 소비자에게 팔아주는 유통업체다. 정부도 사회적 기업을 돕는 유통 플랫폼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민간에서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사회적 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인 셈이다.  

출처: jobsN
핫팩컴퍼니 강수인 대표

핫팩컴퍼니는 자체 쇼핑몰 홈페이지 ‘핫팩스토어’와 4대 온라인 쇼핑몰(11번가, G마켓, 옥션, 인터파크)에 입점해 물건을 판다. 2016년 2월 영업을 시작한 핫팩컴퍼니를 통해 월 1000만원어치 이상의 상품이 팔리고 있다. 20여개 업체의 상품 160여개가 핫팩컴퍼니를 통해 거래된다.  


물건을 팔아주는 대신 수수료로 상품가의 25%를 업체로부터 받는다. 다른 사회적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면 나머지 과정을 모두 책임진다. 마케팅,영업, 판매, 배송까지 전담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든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2명인 핫팩컴퍼니는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진 못했다. 강수인(28) 대표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가져간다. 그러나 올해 내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좋은 아이디어임을 인정받아 지난해 소셜벤처 경연대회(고용노동부 주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강씨를 만나 창업기를 들어봤다.  

우연히 만난 사회적 기업 

김씨는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2012년 졸업했다. 학창 시절 마케터가 꿈이었던 그녀는 홍보대행사를 거쳐 한 쇼핑몰에서 2년가량 MD(상품기획자)로 일했다. 이 회사에 다니던 도중 떠났던 유럽여행에서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를 만났다. 사회적 기업에 다녔던 그를 통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을 알았다. 유년시절부터 봉사활동을 즐겼던 강씨에겐 돈을 벌면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결심이 선 김씨는 2015년 2월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녀가 근무하던 쇼핑몰은 벤처기업과 거래하던 벤처기업이었다. “MD로서의 기본기는 닦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벤처 기업에 다니다 보니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요. 의외로 주변에 20대 여성 CEO가 많았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강수인씨

강씨는 회사원 시절 모은 1000여만원의 자본금으로 사이트 구축 등에 활용했다. 상품 사진 촬영이나 홈페이지 디자인을 직접 맡아 최대한 돈을 아꼈다. 준비기간 동안 와디즈를 통해 프로젝트 형태로 두 차례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도 실시했다. 펀딩에 참여하면 장애인들이 만든 리워드 상품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수익 창출보다는 ‘핫팩’이라는 이름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 펀딩이었다.


2016년에는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세스넷)의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500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받았다. “진짜 ‘내 일’을 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졸업 이후 행복도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우상향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거니까요.”

출처: 강수인 대표 제공
핫팩스토어는 고객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기부 이벤트도 벌인다. 상품 하나를 사면 같은 상품 하나를 고객 이름으로 기부하는 '1+1 이벤트' 등을 벌여왔다

큐레이션 박스로 차별화…검증도 철저  

핫팩스토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 회사, 공정무역 상품 판매 업체, 협동조합 등이다. 기존 쇼핑몰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큐레이션 박스’를 도입했다. “한 가지만 팔기가 애매할 때 오히려 여러 상품을 함께 묶으면 소비자가 마음에 들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 매출의 20%는 큐레이션 박스 상품에서 나온다. 나머지 80%는 단품이다. 


큐레이션 박스는 서로 다른 기업의 상품이라도 특정 주제로 묶어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상품을 소개하는 엽서를 동봉해 정성스럽게 포장을 한다. 예를 들어 ‘달콤한 카페’라고 이름을 붙인 박스엔 드립백커피 2박스와 혼합 수제쿠키 3봉이 들어있다. 장애인 재활시설 두 곳에서 만든 상품을 합쳐놓은 것이다.  

출처: jobsN
큐레이션 박스(왼쪽)와 내용물(오른쪽)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업체 선정과 상품 발굴이다. 기존의 사회적 기업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 상품이라 질이 별로 안 좋더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강씨는 발로 뛰었다. “소개하고 싶은 상품을 미리 써보고 괜찮다 싶으면 그걸 만든 업체와 미팅을 했어요. 현장에 가보면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 업체가 ‘무늬만 사회적 기업’인지 아니면 정말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기업인지요.”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을 경우 과감히 상품을 쇼핑몰에서 배제하는 원칙도 갖고 있다. 


젊은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없지는 않았다.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나이든 남자를 바지사장을 두는 게 어떠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아직 많은 사회적 기업의 체계가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그런 걸 왜 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내놓는 분들도 있었어요. 협의를 모두 마쳤다가 뒤늦게 엎어진 적도 있고요.”  

출처: 본인 제공
입점 업체를 만나고 있는 강수인씨

반면 어렵게 내놓은 상품이 팔려 업체에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고 한다. 회사원 시절보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지만 그녀가 행복한 이유다. “생각 이상으로 유통망 구축에 힘든 점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는 분도 있었고요.”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바꾸고 싶다” 

그녀는 올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흑자전환을 위한 신사업 구상을 마쳤다. 상반기 내로 편집숍을 오픈할 계획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제품을 소개해 핫팩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상품을 매입해 PB 상품(자체 상품)으로 재포장해 판매하겠다는 계획 역시 브랜딩의 일환이다.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B2B 영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일련의 계획을 위해 3명의 직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출처: 본인 제공
사회적 기업 해외탐방 프로그램으로 스코틀랜드에 간 강수인씨(왼쪽 검은색 원안에 있는 이). 오른쪽은 콘퍼런스 모습

그녀는 “무조건 크게 성공해야한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은 돈을 못 번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 해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코틀랜드에 다녀오면서 이 각오가 더욱 강해졌다. 당시 강씨는 한국과는 달리 사회적 기업에 수십억원의 투자금이 몰리는 문화, 일반 시민이 사회적 기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도 엄영히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사회적 문제해결이라는 목적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만 보다 숲을 놓치는 거죠. 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기업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고, 더 나아가 나중에는 글로벌 진출도 가능한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겠습니다. 


흔히 물고기를 잡아서 주지 말고 낚는 법을 알려줘야 된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못 낚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생태계 자체를 바꾸고 싶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환경이죠. 몇 십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물결에 핫팩이 함께하겠습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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