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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강남 직장인 1000여명이 몰리는 그녀 식당밥 '인기'

직장인들의 건강을 챙긴다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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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입사해 10년째 근무
집밥보다 많이 먹는 구내식당 대한 책임감
회계·리더십 등 두루 배울 수 있어 추천

구내식당. 직장인에게는 집보다 더 익숙한 곳이다. 아침에 구내식당 메뉴를 검색하는 건 직장인의 소소한 낙이다. 집밥보다 구내식당 밥을 더 많이 먹는 날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매일 구내식당 메뉴와 음식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회사 복지를 소개할 때 구내식당은 빠지지 않는다.  


구내식당 메뉴는 누가 짜고 만들까? 지난 4월 12일 서울 강남에 있는 오피스건물 '메리츠타워' 구내식당.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컴퍼니즈 등 10여개 기업 직원들이 여기서 밥을 먹는다. 이날 메뉴는 육전을 올린 냉면, 비빔밥 등이었다. 식당 주방에는 점심·저녁 1000인분을 만드는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 구내식당을 책임지는 이재숙(31) 아워홈 메리츠타워강남점장은 2008년 입사해 10년째 아워홈에서 일하고 있다. 인턴으로 들어와 9년 만에 점장이 됐다. 식품영양학과 출신으로 영양사 면허가 있다. 식자재 주문부터 메뉴 선정, 인건비 지출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한다. 


영양사 연봉은 소속기관과 근무 시간에 따라 2000만~4000만원대(영양사협회 구인광고 기준).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규모가 큰 급식업체 초봉은 대략 3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직장인들에게 점심 시간은 소중하잖아요. 메뉴를 짤 때 '어떻게 하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대접할까' 고민 많이 합니다. 일하느라 지친 직장인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 보람 있어요."


영양사는 식품회사·병원 식당 관리직이나 연구원으로 진출한다. 최근 비만·당뇨 등 식이조절이 필요한 질병이 늘면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늘었다. 해외에서도 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재숙 아워홈 메리츠타워강남점 점장. 2016년 단체급식시장 규모는 약 14조원으로 추산된다. 아워홈은 전국 900개 대학·회사·병원 등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업장 규모로 국내 1위다. 급식·식자재·외식 사업을 합친 매출은 1조4336억원이다.

출처아워홈 제공

식자재 관리부터 회계까지…업무 다양

점장은 단지 메뉴와 식자재를 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을 관리하고 인건비 지출도 결정한다.


이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한다. "오자마자 식자재부터 챙겨요. 상하거나 상태가 나쁜 재료가 있는지 살핍니다. 주방, 테이블 등 식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생 상태를 점검합니다."


식당은 점심 시간을 1시간 앞둔 오전 10시 30분쯤부터 바쁘다. 먼저 코너별로 준비 상황을 살핀다. 조리된 음식도 직접 먹어본다. 맛과 담음새, 위생 상태 등을 확인한다. 메리츠타워강남점은 끼니마다 5가지 메뉴가 나온다. 한끼에 제공하는 메뉴 종류는 식당 규모와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


관리자 역할도 해야 한다. 식당 규모에 따라 영양사·조리사 등 5~20여명이 함께 일한다. 이 중 조리사는 대부분 40~50대로 점장보다 연배가 높은 편이다. 각자에게 업무를 전달하고 어려운 점을 듣는 것도 점장의 몫이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식당에 손님이 들어온다. 음식을 고르고 선택하는 과정을 보며 인기 메뉴가 무엇인지 모니터링한다. 다음 메뉴 선정과 식자재 주문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들어오는 손님이 줄어드는 오후 12시 30분에는 그릇 반납 코너에서 일한다. 고객이 남긴 반찬은 무엇인지 본다. 식당을 돌아다니며 고객에게 음식 맛이 어땠는지 묻는다. "음식의 간은 어떠셨나요?" "다음에 드시고 싶은 메뉴 있으세요?" "혹시 개선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몰려 코너마다 10m가량 줄선다.

출처아워홈 제공

점심 내내 손님의 식사를 챙긴 영양사와 조리사는 오후 2시30분 점심을 먹는다. 이후 남아있는 식재료를 감안해 다음날 필요한 물품을 주문한다. 본사에서 권장하는 메뉴를 참고해 직접 식단을 짠다. 유행하는 음식이나 날씨, 계절 등도 감안한다. 메뉴 선정은 점장 재량이다. 보통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배식까지 마치면 퇴근한다. 근무 시간이나 형태가 요일별로 다르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영양소를 감안해 식단을 짜야 합니다. 워낙 분량이 많으니 처음에는 운영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워홈 시스템에서 적절한 1인분 재료를 계산해주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잔반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TV요리프로그램이나 식당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맛집이나 새로운 음식도 자주 찾아본다. 

건강에 관심 있는 손님들이 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체성분분석기 등을 설치했다. 이재숙 점장이 고객에게 영양에 대해 상담해주고 있다.

출처아워홈 제공

영양사 되려면 국가고시 봐야 

이재숙 점장은 2009년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과 조리에 관심이 많아 선택했다. 문과를 나와 처음엔 공부하기 어려웠다. 식품영양학과에서는 영양학, 식품학 뿐 아니라 생리학, 화학 등 이과 계열 과목도 배운다. 


대학 졸업반인 2008년 아워홈 인턴 전형에 합격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영양사 국가고시에 붙었다. 영양사 면허증을 따려면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 식품학 또는 영양학을 전공해야 한다. 관련 과목 이수도 필수다. 영양사 시험 과목은 영양학, 생화학, 생리학, 영양교육, 단체급식 관리 등 총 9개다. 합격률은 매년 55~65% 선이다. 


대학 때 조리사 면허증도 땄다. 영양사 면허를 따면서 위생사 면허증도 함께 취득했다. 단체급식 회사에 지원하려면 영양사와 조리사 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양사는 식품 관련 지식 뿐 아니라 점포 운영에 필요한 회계,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성격이 꼼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비스 정신도 필요하다.


입사 당시 면접에서 '평소 친구들과 모임에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하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씨는 "회비를 얼마 걷어 식비 등을 어떻게 낼지 계획을 짜는 총무 역할을 주로 해왔다"고 답했다. "영양사가 식재료비나 인건비를 계산하는 업무도 하기 때문에 평소 성격이 업무에 잘 맞는지 보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절에 맞춰 순대국밥이나 냉모밀돈가쓰 같은 메뉴도 제공한다.

출처아워홈 제공

아워홈 영양사는 순환근무를 한다. 한 점포에서 2~3년 정도 일하고 규모나 성격이 다른 식당으로 옮겨간다. 다양한 구내식당을 경험해봐야 실력이 는다고 한다. "한 직장에서 10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업장을 옮겨다니면서 새로운 걸 배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점에서 근무했다. 일반 직원들과 야구 선수들에게도 식사를 제공했다. 식단 선정이 까다로웠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는 육류를 많이 먹을 것'이란 고정관념과 달리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국수 등 간단한 메뉴를 선호했다.


10년간 영양사로 일하면서 사회분위기와 관심사가 변하는 걸 경험했다. 예전에는 '회사에 식당이 있으니 먹는다'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보기 예쁘고 건강한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최근 제철 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메뉴를 내놨는데 의외로 40대 남성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아마씨같은 생소한 재료를 쓰면 고객이 스마트폰에 적어두기도 합니다. 그만큼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재료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일부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건강식단 '약식동원 밥상'. 제철 재료를 써서 만든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최근 유행을 반영했다. 점심시간 초반에 매진될만큼 인기가 많다.

출처아워홈 제공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 사로잡고파 

이씨는 "청소년들이 영양사라는 직업에 관심 가져보길 추천한다"고 했다. "다양한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식품 관련 업무는 당연하고 직원을 관리하면서 재료 수급, 비용 지출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 서비스 능력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리더십이나 영양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수강하며 자기계발에 힘쓴다. 힘들 때는 함께 입사한 동기나 선후배 영양사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는 앞으로 국내 다양한 점포를 경험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 법인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워홈은 2017년 베트남법인을 세웠다. 이미 2010년에 중국에 진출해 10개 도시에서 30여개 급식사업장을 운영한다. 중국은 한국 식단에 관심이 높다. 


"외국에 가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한식을 알리고 싶어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싶습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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