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졸업→세계 47만명 열광하는 SNS 스타 '수입도 짭잘'

조회수 2018. 11. 5. 10:0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밤비걸
우연히 출전한 미인대회 통해 뷰티 관심
'리뷰 영상'으로 인기 몰이…구독자 47만명 돌파
"곧 죽어도 하고 싶은 것 하면 행복한 인생"

채널 구독자 47만명, 유튜브 코리아 공식 홍보대사, 고려대 졸업생…. ‘밤비걸’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 심정현(25)씨의 간단한 이력이다. 뷰티 크리에이터는 영상으로 뷰티팁을 전달하는 사람을 뜻한다. 화장과 패션이 주요 콘텐츠인 그녀는 개인 크리에이터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출처: jobsN·밤비걸 인스타그램
왼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접속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고려대 졸업식 사진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뉴욕 여행을 갔을 때 ‘구독자 번개’를 했어요. 당일 몇시까지 어디로 와 달라고 했는데 4명이나 오신 거예요. 컨설팅 업계에 종사하는 분, 파슨스 스쿨에 다니는 학생 등 다양했어요. ‘외로울 때 밤비걸 영상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힘이 나더라고요.” 


국경을 넘는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서울시 산하 산업진흥원(SBA)에서 육성 사업을 할 정도로 날이 갈수록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그녀의 영상을 보는 팬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따로 설정을 하면 영어 자막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지 한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알아보는 경우도 제법 있다. "영국으로 유학 간 친구가 룸메이트인 스페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를 안다고 했대요. 그래서 

영상 통화를 한 적도 있어요."


심씨는 여느 대학 동기와 달리 ‘전업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2월 고려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생이 아닌 크리에이터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회인이 된 것이다. 경기도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심씨는 최근 서울로 거처를 옮겨 독립했다. 4년차 유튜버인 그녀는 “유튜브 세계에서 신입사원을 넘은 대리급”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인 미디어 장점 적극 활용

출처: 유튜브 캡처
헤어(왼쪽)와 의상(오른쪽)을 리뷰하는 유튜브 영상

“봄 옷 많이 사셨나요? 하늘하늘 원피스부터 재킷까지. 요즘 날씨에 입으면 좋은 봄옷 끝판왕으로 준비했어요. 밤비걸과 함께 구경해볼까요?”


봄날씨에 걸맞는 밝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메인 ‘봄옷 끝판왕’이란 제목의 영상이다. 20여분 길이의 영상 조회수는 17만여건. 

다양한 의상과 포즈로 봄날씨에 맞는 옷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계정 개설 이후 모든 동영상의 조회수를 합치면 5600만건이 넘는다.


이렇듯 제품을 시연하고 추천하는 ‘리뷰 영상’으로 유명하다. 제품 선정 기준은 두 가지. 쓰다가 꽂혀 정말 소개해주고 싶거나, 구독자의 요청이 많은 제품이다. 심씨는 소통 창구로 댓글을 꼽았다. 


“영상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그 의견만 모아도 훌륭한 데이터가 되는 셈이에요.” 쌍방향 소통이라는 1인 미디어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을 소개하기 전 친구들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녀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독자와 터놓고 맘껏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출처: 유튜브캡처
밤비걸의 화장대. 다양한 제품이 켠켠이 쌓여있다. 한달에 100만원 넘게 뷰티 제품을 산 적도 있다. 립스틱만 100개가 넘는다.

자연스러운 영상을 찍는 것이 키포인트. 심씨는 “멘트를 미리 정해 놓진 않는다”고 했다. “찍다 보면 말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나중에 편집하는 식이에요. 보통 다 찍고 보면 30분 정도 되는데 나중에 편집을 거치면 10~15분 길이의 영상이 됩니다.” 심씨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편집자를 따로 두고 있다. 매주 1~2개 정도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메이크업 영상은 주로 캐논 미러리스 M3 제품(50만~60만원대)을 삼각대에 놓고 촬영한다. 180도 스크린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촬영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패션 영상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캐논 5D 마크 2로 촬영한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인 M3와 달리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DSLR 카메라다. 

카메라 주변에 조명도 1~2개 배치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출처: 유튜브 캡처
2012년 미스 유니버스 한국 대회에 출전한 밤비걸. 오른쪽은 대학생 시절 모습

심씨는 2011년 고려대 지리교육과에 입학했다. 후회없는 대학 시절을 보내고 싶어 학내 방송국 아나운서, 경영 관련 학회, LG패션 인턴과 한 케이블 TV의 슈퍼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명함을 받아 출전한 2012년 월드 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신입생 때 비비크림에 립밤만 바르고 다녀 ‘화장좀 하라’는 핀잔을 듣던 그녀가 이후 달라졌다. 


15일 가량 진행되는 합숙 기간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언니들이 밤에도 스트레칭을 꼭 하고 자더라고요. 또 새벽부터 일어나서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합니다. 단순히 남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의 당당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심씨는 그해 대회에서 ‘유튜브상’을 받았다.  


이듬해 3개월가량 LG패션 인턴 기간엔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회사 SNS를 관리하면서 개인 블로그도 틈틈이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엔 헤어에 빠져있었는데 그동안 온라인에 나온 고데기 후기가 사진 콘텐츠로만 제작 됐더군요. 영상 후기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쌓아 놓고 똑딱이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다. 흔히 공부할 때 쓰는 스탠드로 조명을 썼다. 그녀의 첫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심씨는 “블로그에만 올리기 아까워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인턴 활동을 해보고 “난 회사원은 못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사에서 주어진 직무를 열심히 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 성격엔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맞지 않더라고요.” 

출처: 밤비걸 제공
최근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프로필 사진

처음부터 유튜버를 고집하진 않았다. 쇼호스트 같은 다른 직업도 고려했다. 블록그를 열심히 1년 정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한 대기업으로부터 “뷰티 콘텐츠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왔다. 블로그 활동에 치중하면서 방치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연락이 온 것. 알고 보니 구독자가 3000명 수준으로 불어나 있었다. 


“이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알게 됐습니다. 취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영상을 찍어보자고 결심했어요.” 평소 디즈니의 밤비 캐릭터를 좋아했던 그녀는 예명을 ‘밤비걸’로 지었다. 

죽어도 하고 싶었던 것

톱크리에이터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해외 유튜브 영상도 계속 연구했고, 그간 읽었던 메이크업·헤어 관련 서적만 15권이 넘는다. 


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튜브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 유튜브는 동영상 시작 전 자동으로 재생되는 유료 광고 조회수에 따라 나오는 수익을 일정 부분 유튜버에게 분배한다. 다른 하나는 화장품 회사 등에서 받는 협찬 수익이다. 협찬 제품 소개는 꼭 광고임을 명시하고, 한달에 1~2번꼴로 제한한다. 지나친 상업성 영상은 구독자를 떨어뜨리며 신뢰감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 돈 주고 제품을 사서 영상을 찍는 것이 낫다는 것이 심씨의 생각이다. 이밖에 화장품 브랜드 론칭 행사에 참가해도 돈을 받는다. 


그녀는 뷰티 크리에이터 가운데 최상급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 친구들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 대기업 친구 수입을 따라잡기까지 2년은 걸렸다”며 “인내심이 있어야 성과가 나는 곳이 이 세계”라고 했다. 


뷰티 실력과 관계없이 ‘원판’이 좋으니 영상이 잘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변을 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저도 아침에 거울 보면 와~하고 놀라요. 왜 이렇게 못 생겼냐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랐던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도 '전업 크리에이터'로 살기 위해 풀어야 했던 과제 중의 하나였다. 


“취업을 못해서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어서 한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졸업하기 전에 한자 자격증을 땄고, 토익스피킹·토익 점수를 올렸습니다. 대외 활동, 인턴을 하며 ‘취업 스펙’도 만들었습니다. 뜻대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못하면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호언장담한 딸의 유튜브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부모님은 지금 든든한 팬이다. “곧 죽어도 하고 싶은 것 하다가 죽으면 행복한 인생 아닌가요. 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악플’에 상처를 받을 때도 많았다. “거슬리면 안 보면 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 특성상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팬들과 소통하며 견뎌냅니다. ‘언니 덕분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면접을 잘 봤다’는 댓글이나 메시지를 보면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회사원 친구들과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 중장년층 이상의 어른들에게 직업 설명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가끔씩 유튜브 방송을 끝내고 나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출처: 밤비걸 인스타그램
왼쪽은 유튜브코리아 공식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그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초청받았을 당시 모습. 오른쪽은 첨성대에 놀러간 밤비걸

반면 크리에이터는 일반 회사원과 달리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휴가도 원할 때 갈 수 있다. “콘텐츠를 미리 만들고 쉬는 동안 업로드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이 직장이 되고 오피스가 되는 거예요. 이런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직업이에요.” 


특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워라밸이 좋으면서 돈 버는 직업이 존재한다면 그것 만으로 가치가 있지 않나요? 쉽게 돈을 번다는 편견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좋은 직업이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이 생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똑같은 일만 하면 사회가 굴러갈 수가 없잖아요.”

“긍정적 기운 주는 사람 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심씨는 요즘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깝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경 쓰게 됩니다. 그런 평가에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엔 40만원어치 속옷을 사서 리뷰를 했다. 심씨는 “언니나 동생 없는 분은 누구한테 속옷을 물어볼까라는 생각에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출처: 위키피디아,밤비걸 인스타그램
미국의 스타 TV쇼 진행자인 엘런 디 제너러스(왼쪽)와 몰디브에서 영상 촬영할 당시의 모습.

앞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 기운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롤모델은 미국의 유명 TV쇼 진행자인 엘렌 디 제너러스. “그분 영상을 보면 힘이 나더라고요. 저도 저만의 에너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즐길 수 있을때까지 이 일을 할 겁니다.”  


그녀처럼 살고 싶은 ‘예비 크리에이터’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최고급 장비를 쓰는 것을 고집하는 등 시작부터 완벽하게 하려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완벽에 매달리다 보면 놓치는 지점이 많습니다. 자신을 하얗게 불태우다 일을 즐기지 못할 겁니다. 빨리 달리다 쉬어갈 줄도 아는 완급조절을 해야 합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