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N 프론티어⑨] "30억원 주겠다"제의 거절하고..전재산 150만원,2평 지하실로

조회수 2018. 11. 5.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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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아시아 총괄본부(헤드쿼터)는 대부분 싱가포르에 있고 전 세계 인재들이 몰리는데, 싱가포르보다 경제 규모도 큰 한국은 왜 글로벌 기업에게 외면 받고, 취업도 어려울까?"


2016년 5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뷰티숍 예약 서비스 '파란당근(파당)'을 공동 창업해 싱가포르 기업에 매각한 안성준(30)씨와 친구들이 싱가포르와 한국을 비교하면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2015년 뷰티샵 예약 서비스 '파란당근'을 창업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안씨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을 나와 한국·캐나다의 금융회사, 리서치 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스타트업인 피키캐스트 전략팀 매니저로 일하며 창업에 눈을 떴다. 그리고 친구들을 모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파당이다.


파당 창업자들은 싱가포르 최대 뷰티 정보 앱 '베니티'에 2015년 파당을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없었다. 대신 스톡옵션을 받았다. 2년 동안 안씨가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베니티 지분을 받기로 했다. 안씨와 동료들이 받을 지분 가치는 2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 이들은 싱가포르에 간 지 7개월 만에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 왔다. 수십억원 지분을 포기해야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베니티로부터 VP(상무급 임원) 자리를 제안받았고, 말레이시아 지사를 맡아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사내 분위기가 저희가 생각한 모습과 아주 달랐습니다. 저희가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직원의 20%가 바뀔 정도였습니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인 이유는 "영어를 쓰고 국제도시라는 점 외 싱가포르에서는 취업 관련 정보를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창업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겐 이런 사회 문제가 창업 기회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버는 것이 바로 창업가 정신이다.


안씨 등 6명이 "우리가 좋은 인재와 기업, 대학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라고 의기투합해 한국으로 돌아 온 것이다. 각자 필요한 돈을 빼고 수중에 있는 돈을 모아보니 150만원이 전부였다. 창문도 없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건물 지하실에서 '슈퍼루키'를 창업했다. 절박함과 설렘이 있었기 때문이다. 

뜻이 좋으면 돈이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출처: jobsN
안성준 슈퍼루키 대표를 지난 3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데모데이' 스타트업 센터에서 만났다. 슈퍼루키는 센터 안 사무실을 무료로 쓰고 있다. 처음 시작은 지인이 빌려준 창문 하나 업는 지하실. 창업과 관련한 도움이 받기 위해 콜드콜(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하는 것)을 해 연결된 데모데이에서 사무실 공간을 빌려줬다.

◇ 돈이 없으면 정보에 접근할 기회도 없다

2016년 9월 '슈퍼루키'를 창업했다. 콘셉트는 대학생, 기업, 대학교가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이다. 지금은 온라인 서비스 위주로 제공하지만, 대학생 취업 카페를 만들 계획이다. 말하자면 커피를 마시면서 취업 정보를 주고 받고 취업 컨설팅을 받는 공간이다.


슈퍼루키는 대학생에게 취업 관련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현직에 있는 사람을 초청해 '커리어 세션'을 연다. 취업에 도움이 될 정보나 강연을 콘텐츠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지역에 있는 학생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취업 사교육에 수십만원씩 든다고 합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서울에 시험보러 올 때 돈이 많이 깨져요. 경제적 격차가 취업의 질을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출발선이 다르면 억울하잖아요. 이런 불공평한 조건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기업에는 동영상 인터뷰 기능 등 채용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구직자와 회사의 거리를 없앤 것이다. 슈퍼루키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 대학교와 기업을 연계해 취업설명회를 열도록 주선한다. 창업 6개월만인 지난 3월 초 정식 서비스를 내놨다.


"인터넷이 발달해도 취업 정보가 고루 퍼지진 않는 편입니다. 선택하기도 전에 아예 몰라서 도전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안 대표 본인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고1 때 혼자 캐나다 유학을 떠났다. "캐나다에 간 지 1년 만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한국에 급히 돌아오니 단칸방에 식구들이 모여있고,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 돈을 버셨습니다."


보다 못한 조부모가 "공부를 해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라"며 학비를 마련해줬다. 캐나다로 돌아가 토론토대 응용수학과에 갔다. 커피숍, 신문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3~4개씩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공부나 취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좌절했어요. 돈이 없으면 흩어져 있는 정보에 접근할 시간 조차 내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슈퍼루키를 만들면서 이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출처: 안성준씨 제공
싱가포르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다시 모인 창업자들. 현재 슈퍼루키에서 만난 대학생 인턴, 커리어세션에서 알게 된 이경석씨 등이 합류해 7명으로 늘었다.

◇ "창업은 홀대와 거절의 연속"

두 번째 창업이었지만 만만치 않았다. 모은 자금은 150만원이 전부였다. 싱가포르에서 7개월 만에 나와 지분을 받지 못했던 탓이었다. 사무실조차 얻을 수 없었다. 지인이 창고로 쓰던 지하실을 빌려줬다. 창문이 없고 곰팡이가 가득한 6㎡(2평)짜리 공간이었다.


햇빛 한 번 못 본 채 틀어박혀 일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돈이 없으니 심리적 부담은 더했다. 콘텐츠 제작 등 부업을 하면서 버텼다. 전환점은 KDB 스타트업 대회였다. 이미 기업가치가 수백억원 이상인 회사도 참여한 대규모 스타트업 공모전이었다.


"기가 죽어서 '그냥 발표 장면 찍어서 슈퍼루키 홈페이지에 올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평가가 좋았다. 향후 투자설명회에 참여할 기회도 얻었다.


안 대표는 "창업은 홀대와 거절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첫번째 파란당근을 만들 때도 힘들었다. 창업 멤버 4명이서 각자 돈을 모아 2000만원을 만들었다. 돈을 아끼려 월급은 30만원씩만 받기로 했다. 아이템은 뷰티샵 예약 서비스. "네일샵이나 미용실은 배달 안해주나"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발전한 서비스였다.


뷰티샵 예약이 이뤄질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었다. 제휴업체를 늘리기 위해 무릎에 물이 찰 때까지 돌아다녔다. 거절도 수없이 당했다. 하루에 한 군데도 계약을 못하는 날도 있었다. 쫓겨난 곳은 며칠 뒤 또 찾아갔다.


"가로수길에 있던 네일샵에 총 7번 찾아갔어요. 유명한 소셜커머스도 못 뚫은 곳이었죠. 사장님께서 '7번 온 정성을 봐서 해준다'라며 계약을 해주셨어요. 그때 정말 가슴이 벅찼습니다."


5개월 만에 제휴업체가 150곳이 넘었다. 홀대와 거절을 당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생겼다. 끈질기게 도전해 성취하는 기쁨도 맛봤다. 정부에서 지원금 3000만원도 받았다. 창업 관련 행사도 쫓아다녔다. 이때 만난난 한 기업인이 '싱가포르에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라며 베니티를 알려줬다.


인터넷을 뒤져 공동창업자 이메일을 모두 찾아 콜드메일(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내는 메일)을 보냈다. '영업은 어떻게 하냐' 'UX 디자인은 어디에 중점을 뒀냐' 등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담았다.


"콜드메일은 보통 무시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일부러 여러 명에게 보내 소문이 나도록 했습니다. 당시 K뷰티가 유행할 때라 'korean beauty'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일주일 뒤 CEO가 연락을 줬습니다. 1~2시간 화상 통화를 하더니 당장 싱가포르로 오라고 하더군요."


베니티는 그 자리에서 파당 인수를 결정했다. 대신 싱가포르에서 2년 간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창업 8개월만에 생각지도 못하게 회사를 팔고 큰 돈을 손에 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론 포기해 지금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출처: 안성준씨 제공
왼쪽 사진은 싱가포르 뷰티 정보 서비스 베니티에서 근무할 당시. 당시 안성준씨 등 4명이 공동 창업한 파란당근을 인수하면서, 싱가포르에서 일하자고 제안했다. 2년 후 지분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안성준씨 등은 7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하려는 베니티를 돕기도 했다.

◇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가시밭길이 더 많지만 안 대표는 연쇄 창업을 후회하지 않는다. "뷰티샵 예약 서비스가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해보자'였다면 슈퍼루키는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학생 뿐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계나 소규모 기업은 상대적으로 뽑는 인원이 적어 정보가 많지 않다. 해당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현재 슈퍼루키는 미국 경영대학원(MBA) 준비 시험인 GMAT을 주관하는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의 온라인 광고를 담당한다. 글로벌 시험 주관사가 지금 막 시작한 회사에 광고를 맡기는 건 이례적이다. GMAC과는 한국 정부가 초청한 해외 스타트업 행사에서 연이 닿았다.

"다들 안될거라고 했지만 일단 부딪치고 보자고 생각했는데, 서비스 설명을 듣고서 맡겨줬습니다."


현재 함께 일하는 이경석(41) 운영 담당은 '커리어 세션'에서 만나 영입했다. 커리어 세션은 대학생을 초청해 강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다.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면접 비법을 알려주기보다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15번 정도 했다. 안 대표가 직접 영어 발표와 관련된 강연도 한다.


외국계 회사를 오래 다닌 이씨는 이미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외국계 회사 취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브랜든(이씨의 영어이름)'으로 유명했다. "커리어 세션에서 만났는데 마음에 들어서 '우리 회사에서 일하시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고민하시더니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의 꿈은 뭘까? "일단 살아남는 것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기적으로는 '취업 궁금하면 슈퍼루키 해'라는 말을 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구글링이 검색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말이 된 것처럼요. 또 대학 1학년생을 뽑아서 집세와 생활비를 지원해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기업과 대학, 대학생을 연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국가간 경계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얼마 전 슈퍼루키를 이용하는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일년째 구직중인데 울면서 힘든 점을 말하더군요. 그런 분들이 '슈퍼루키에 와서 위로받고 인생을 다시 살게 됐다'라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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