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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어 굶던 서울대생‥6년만에 매출 4천억,직원1200명 '기적'

jobsN 작성일자2017.03.25. | 534,336  view
세계 교육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남자, 꿈을 이뤘다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
창업 6년만에 매출 4000억 신화
온라인 강의 서비스 '프리패스'를 전 세계로

최근 서울 대치동 인근 9층짜리 빌딩 2층. ‘Global No.1 에듀테크 기업’이라고 쓰인 문을 열었다. 수백명 임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직원 1200명을 둔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 아니다. 2010년 8월에 문을 연 ‘창업 7년차’ 스타트업,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다.


공단기(공무원 시험)와 영단기(토익·토플 등 영어시험)를 비롯해 60여개의 교육브랜드를 가진 에스티유니타스는 교육업계 판도를 바꾼 곳이다. 2010년만 해도 수험생들은 토익 고득점을 맞기 위해 한 달에 70~100만원을 쏟아부었다. 이때 학원 한 달 수강료가 안 되는 돈으로 1년간 무제한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프리패스’ 서비스를 도입해 대박을 쳤다. 연 27만원이면 스타 강사들이 진행하는 영어 회화·문법 강좌를 무제한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출석률이 높고 목표 점수를 달성하면 수강료를 전액 환급해줬다.


공부할 돈이 모자라는 청년들이 이 서비스에 몰려들었다. 2010년 첫해 매출은 20억원. 이후 매출은 2015년 1250억원(영업이익 11억원), 2016년 4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입시업체 스카이에듀와 온라인서점 리브로 등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불렸고 현재 800여명의 강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장세가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와 맞먹는다. 세계 192개국에 진출한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2008년 시작해 2014년 매출 4745억원(4억2300만달러·투자은행 PJC)을 냈다. 1억5600만명이 쓰는 메신저 스냅쳇도 창업 6년차인 지난해 매출이 4493억원(4억달러·테크크런치)다. 창업자인 윤성혁(38) 대표는 어떻게 짦은 시간에 폭풍 성장을 했을까.

윤성혁 대표

source : jobsN

◇ "미국 학생들도 저렴한 돈으로 하버드 가게 하겠다"

“이렇게 빨리 커질지 몰랐습니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직원 1200명의 CEO라니, 솔직히 말하면 매일 ‘멘붕’이 옵니다.” 윤 대표가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벤처업계에 화제의 중심이었다.


‘미국 입시교육의 자존심’이라는 교육기업 프린스턴 리뷰(Princeton review)를 덜컥 인수한 것이다. 프린스턴 리뷰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전 세계 150만명 학생에게 온오프라인 GRE·SAT·GMT 시험 강의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은 1000여명, 전 세계 20개국에 진출했으며 소속 강사만 6000여명에 이르는 미국 1위 교육기업이다.

-프린스턴 리뷰는 왜 인수한 것입니까.

인수 소식이 퍼지자, 미국 한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습니다. 한인들이 ‘‘일본 소니가 미국 영화 자존심 컬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했던 것과 맞먹는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미국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다는 거에요. 사실 프린스턴 리뷰 인수는 10년 전부터 꾼 꿈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너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프리패스를 도입하기 전 노량진에서 수험생들이 1년간 평균 학원비, 책값, 생활비로 2000만원을 썼습니다. 학원비만 수백만원에 달했습니다. 비싼 학원비를 프리패스를 시작해 한 달에 4~5만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프린스턴 리뷰도 너무 비쌉니다. 시간당 1500달러(170만원)를 주고 수업을 듣습니다. 저렴한 온라인 강의 비중도 36%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프리패스 혁명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부유층 자제들만 사용하던 서비스를 흑인, 히스패닉같은 저소득층도 누리도록 만들겠습니다.

프린스턴 리뷰 사이트에 나온 SAT시험 학원비(왼쪽)과 본사(가운데)

source : 프린스턴 리뷰 캡

-프리패스를 프린스턴 리뷰에 도입하나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교육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 대학 입시를 위해 별도 교육 서비스를 받는 비중이 50% 정도입니다. 미국은 현재 그 비중이 대도시만 50%에요. 그런데 점점 좋은 대학에 가려는 움직임이 저소득층에게도 퍼지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연봉 1억도 받을 수 있거든요.

-인수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프린스턴 리뷰는 미국의 IT기업인 매치그룹이 보유하고 있었어요. 3년 전부터 끊임없이 연락했는데 거절당했어요. 변방에 있는 이름 모를 업체니까 '너희들 누구냐'는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다보니 최근 급물살을 탔습니다. 사실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하려는 경쟁사도 많았는데 우리가 낙점을 받았습니다.

본사 벽에 걸려있는 공시생의 공부 경험을 도식화한 표

source : jobsN

◇청년 가장의 꿈 “1%가 누리는 것을 99%가 누리게 하자”

윤 대표는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난' 케이스다. 건설사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1990년대 말 명예퇴직하면서 집안이 어려워졌다. 아버지를 따라 건설업 쪽에서 일하길 꿈꿨던 아들의 미래가 생각과는 다르게 변했다.


“어릴 때부터 건설현장에 자주 갔습니다. 건설업계에서 성공해 제3세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집안이 기울자, 아버지가 ‘의대를 가라’고 하는 겁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꿈을 따라갔습니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에 입학했다. 전액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청년 가장이었습니다. 동생과 부모님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요. 과외를 하루에 3~4개씩 하면서 월 150만원씩 벌어 부모님께 거의 다 드렸어요. 나머지 시간엔 공부만 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돈이 없어 3일간 굶은 적도 있습니다."


서울대 공대를 수석 졸업(학점 4.3만점에 4.26)하고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거든요. 건설회사 인턴을 했는데, 그곳 직원들이 ‘술도 못 먹으니 건설회사는 절대 오지 마라. 차라리 사법고시를 보라’고 하더군요. 진로를 다시 알아보는 차원에서 컨설팅사에 갔습니다.”

연간 64만원에 97명의 강사 수업을 무제한 들을 수 있는 공단기 프리패스와 영단기 광고 포스터(오른쪽)

source : 공단기 홈페이지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언제 했습니까.

병역특례로 교육업체 ‘이투스’에서 근무했을 때입니다. 돈도 벌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교육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맨주먹’인 사람들에게 딱 맞는 비즈니스인 거에요. 제조업 하려면 공장을 지어야 하고, 포털 사이트를 만들면 처음엔 수익이 안 나잖아요? 돈 놓고 돈먹기처럼 보이던군요. 그런데 교육은 처음부터 시작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은 짧다. 훗날 죽을 때 뭐라고 말하면서 죽을 것인가’. 몇 억 벌었다, 몇십억 벌었다고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교육으로 4억명, 5억명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며 죽고 싶었습니다.

병역특례 근무를 마치고 지인 4명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자본금은 1900만원, 서울 신림동에 낡은 사무실을 구했다. 


-프리패스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처음 6개월은 고민만 했습니다. 대형 영어학원은 다양한 코스를 가르치는데, 한 수업당 10만원 이상입니다. 수강생 한명 책값과 수험료를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씩 쓰더군요. 보통 6개월 정도 학원 다니면 600만원을 지출하는 겁니다. ‘1%가 누리는 걸 99%가 누리게 하자’는 모토 아래 온라인 전용 강좌인 프리스패스를 고안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사무실에 인터넷 강의 촬영 시설을 구비했습니다. 공동 창업자들이 ‘망할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사실 정말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수익은커녕 적자만 낼 수 있는 모델이거든요. ‘수익보다는 업계를 조금이라도 바꿔는 시도가 먼저'라고 설득했습니다.

회사 모습. 별도의 사장, 임원실 없이 전직원이 똑같은 공간에 같이 근무한다.

source : jobsN

◇ “한국 교육업체들은 우물 안 개구리…. 세상 바꾸려는 마음 없다”

영어를 인터넷으로 가르치는 ‘영단기’ 사이트를 만들면서 강사 유치에 공을 들였다.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의 강의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가장 인기 좋은 비싼 수능강의는 대치동, 영어는 강남, 공무원은 노량진에 있습니다. 학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일부 강사들은 원래 학원에서 가르치도록 하고, 우리 쪽에서 인터넷 강의만 할 수 있도록 계약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강사에게 ‘부업’인데 그런 부업을 허락해달라고 학원 측을 설득한 거에요. 무작정 학원 강의실 앞에서 강사들을 기다렸어요. 대부분 다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취지에 공감한 강사들이 연봉을 절반씩 낮추고 합류했습니다. 대신 수강생이 늘어날수록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더 많이 버는 강사분들이 많습니다(2015년 기준 강사들에게 지급한 강사료만 380억원에 달한다)”


2010년 7월 ‘영단기’를 출범했다. 1년간 27만원만 내면 수십명의 영어 강사들의 듣기·독해·회화·비즈니스 영어 수업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프리패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이 모일 것 같지 않아 강의의 절반은 무료로 풀었다. 인터넷 강의 출석률이 높으면 일정 기간 이후에 환급을 해주겠다고 했다.첫 달 100여명이 몰리더니 순식간에 1000명이 넘어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무료 강의만 골라 듣던 수험생들의 90% 이상이 1년 뒤 유료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가 히트를 치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모 그룹 회장 아들이 남몰래 선행하고 있다’는 식의 루머가 돌았다. 밥 값이 없어 굶었던 가난한 대학생이 갑자기 사회 봉사하는 재벌 2세란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영단기에 이어 공단기를 만들었고 각각 서비스 시작 1년이 안 돼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가격만 낮추지 않았다. 토익 단기 고득점자 1444명, 공무원 합격자 2만7833명을 분석해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는 방법과 합격법을 분석해 강의에 녹였다.

source : jobsN

-온라인으로 혁신하는 생각을 다른 학원들은 왜 못했을까요.

“굳이 학생에게 적은 돈을 받을 필요가 없던 것입니다. 10분의 1 가격으로 수강료를 받으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강의실 공간은 150석밖에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럼 위험에 도전하기 보다 현상유지를 해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좋은데 왜 세계적으로 통하지 못했을까요. 

“한국의 교육열과 IT인프라는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기업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내수시장만 생각하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이 없던 겁니다. 저는 정말 세계 교육시장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경쟁사들의 견제가 많았습니다. 인재를 뺏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경쟁업체가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으름장을 놔서 직원들이 모두 불침번을 서기도 했습니다.

-수험생들로부터 돈을 받아 회사를 키웠는데 부채의식도 있나요.

많은 학생이 ‘이 회사 안 망했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내오고 있어요. 하루에 200통씩 와요. 정신지체를 가진 부모님 밑에서 어렵게 자라는 3남매가 프리패스로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메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은 다른 고민을 합니다. 지금까지 돈이 없어도 공부하게 해주자는 게 목표였다면, 이게 진짜 ‘꿈’을 이루어주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단지 시험을 잘 보는 게 아니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직업이 4~5번 바뀌거든요. 학생들이 '창직'을 할 수 있도록 더 저렴한 직업 교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학 나와도 취업이 어렵지 않습니까. 직업 교육만 전문으로 하는 대학을 설립할 작정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한가지입니다. 단지 돈을 벌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창업하지 마세요. 정말 바꾸고 싶은 현실, 그 ‘분노의 지점’을 찾아 바꾸려는 노력을 할 때 돈이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지 않았는데 돈과 비즈니스가 따라왔습니다. 제가 진입한 분야는 모두 레드오션이었고, 주위에서 모두가 망할 것이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말이 틀렸습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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