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사는 비정상회담 마크테토 '8년간 한국서 직장 2번 옮긴 이유'

조회수 2018. 11. 5.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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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모건스탠리 출신 엘리트 한국행
한국 스타트업 투자하며 애정 가져
8년째 한국서 살면서 한옥·한국 문화 좋아해

'미국 명문대학 프린스턴대 졸업,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미국 모건스탠리, 한국 삼성전자, 인수합병 전문가, 벤처투자가'.


마크 테토(37) TCK인베스트먼트 상무의 이력이다. 스펙이 화려하다. 한국에서는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매주 예능프로그램 JTBC '비정상회담'에 나와 한국 사회에 대해 토론한다. 일상 생활 뿐 아니라 전문 분야 대화도 가능할 정도로 한국말을 한다. 한국어학당과 친구들에게 배웠다.


거주지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한국 친구들이 만든 단체에 참여해 서울노인복지센터를 후원한다. 2016년 제 9회 서울노인영화제 홍보대사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일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8년째 살다보니 한국이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유명해진 그는 대학 졸업 후 12년간 일해온 회사원이다. 보통 직장인이 하는 고민과 경험을 모두 겪었다. 대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규모의 회사를 거치며 총 4번 이직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자기계발을 위해 MBA를 수료했다. 미국을 떠나 8년째 한국에서 일하고 있으니 해외취업도 해봤다.


완벽해 보이지만 "한때는 맥락 없어 보이는 이력서 때문에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과 하고 싶은 일이 바뀌었습니다. 일종의 '진화'였습니다. 그때마다 찍은 '점(dot)'을 이어가다 보니 지금의 '마크 테토'가 됐습니다."


지난 3월 7일 마크 테토의 한옥에서 '직업과 일'을 키워드 8개로 나눠 인터뷰했다.

출처: jobsN
8년째 한국에 살면서 한옥이 좋아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마크 테토. 한옥 이름도 '평행재'라고 붙였다. 그 전까지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미국 뉴욕에선 32층 아파트에 살았다. 2015년 지인을 따라 지금 살고 있는 한옥을 방문했다가 반했다고 한다. 그는 한옥에 살면서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관광객이 자주 찾는 지역이라 '동네' 단위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글을 신문, 잡지 등에 쓴다.

① 취업

2002년 프린스턴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했다. 수학·과학을 좋아해 선택한 전공이었다. 졸업 후 맥마스터카에 취업했다. 산업 설비 부품을 유통하는 회사였다. 전공을 살려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저는 분석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이 중요했어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었습니다. 연구원이 되면 주로 실험을 하는데, 혼자 하는 일이라 저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기업과 경영에 대해 배우고 싶어 일반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마크 테토는 취업을 위해 회사 4~5곳에 지원했다. 수백군데 원서를 내는 한국 취업준비생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여러 회사에 무조건 이력서를 뿌리는 대신 회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덕분이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채용 시즌에 '취업박람회'를 한다. 각 기업이 대학을 찾아 부스를 차려놓고, 이력서를 받거나 구직자의 질문에 직원들이 직접 답을 해준다. 상담해 준 직원 연락처를 받아 나중에라도 회사에 대해 물어보면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한국식 공채가 아니라 내부 추천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에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취업박람회에 온 직원에게 관심있는 직무 담당자 연락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는 대학 선배에게 연락해본 적도 있습니다. '회사와 업무에 관심이 많은데 잠깐 뵐 수 있느냐'라고 이메일을 보내면 의외로 답장을 많이 해줍니다."


대신 "거절을 두려워 말라"고 말했다. "답을 안오면 '바쁜가보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다른 분에게 연락해보면 됩니다." 

출처: 마크 테토 인스타그램
마크 테토는 한옥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접한 거문고를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예술에 관심이 많아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다. 그는 "인생에도 계절이 있는 것 같다"라며 "치열하게 일했던 20대를 지나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② 자기계발

첫 직장인 맥마스터카는 업무 순환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었다. 마케팅, 영업, 경영지원 등 다양한 분야를 돌아가면서 배울 수 있다. "3년간 여러 직무를 경험해보니 금융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2005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과정에 들어갔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돈에 대출을 받아 학비를 댔다.


"보통 MBA에 진학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실무자에서 임원급 등 관리자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거나, 아예 일하는 분야를 바꾸는 기회(reset point)로 삼는 거죠." 하지만 무조건 MBA를 추천하지는 않았다. "MBA같은 대학원도 일종의 투자입니다. 왜 가고 싶은지, 앞으로 경력에 도움이 될 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③ 과중한 업무

 

MBA를 수료한 2007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입사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다. 주 업무는 기업 인수·합병(M&A). 여러 회사에서 의뢰한 인수·합병 관련 컨설팅을 했다. 매번 새로운 고객을 만났다. 헬스케어, 핀테크 등 다양한 업종과 자료를 공부하는 일이라 성격에 딱 맞았다.  


대신 근무강도는 셌다. 일주일에 기본 80~90시간씩 일했다. 업무가 많으면 120시간 일할 때도 있었다. 주말에 쉬지 않았다고 쳐도 하루 10시간이 넘게 일한 셈이다. 그렇게 모건스탠리에서 3년간 일했다.

"힘들었죠. 얻은 것은 많습니다. 보통 직장(주당 40~50시간 노동)보다 2배 일을 많이 했으니 3년 일했지만 6년치 경험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M&A 업무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도 많이 늘었습니다." 

출처: JTBC 캡처
왼쪽 사진은 고교 시절. 그는 고등학교 시절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어떤 전공을 해야할 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전공을 정하고, 잘 맞지 않으면 전공을 바꾸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고등학교 때의 마크로 돌아간다면, 전공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사람에게도 계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계절에 맞춰 자꾸 바뀌고 진화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④ 멘토


"선배님 인생은 완벽해 보여요. 이력서를 봐도 회사를 옮길 때 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부럽습니다."


그가 인생 멘토에게 한 말이다. 대학 대선배이자 기업 임원이었던 멘토는 한 달에 한번씩 아침식사를 같이 하면서 조언을 줬다. 당시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나만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내 이력서가 완벽하게 보인다고? 종이에 적혀 있는 걸 돌이켜보니 다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그 속에는 고민하고 불안했던 공백이 있었어. 앞으로 마크는 경력이 서너가지가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마크 테토는 "미국은 직장이나 인생에서 멘토-멘티 관계가 일반적인데, 아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주변 지인에게 "제 멘토가 돼 주실래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학교나 직장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잡지나 TV 등 간접적으로만 아는 사람이라도 콜드메일(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내는 메일)을 보내 관계를 시작할 수도 있다. 

⑤ 해외 취업

모건 스탠리에서 3년 일하고 2010년 삼성전자로 옮긴 것도 멘토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투자은행에서 일하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A라는 기업이 왜 B기업을 인수하려고 할까?' 'B기업을 인수하고 난 다음에 어떻게 경영할까?' 인수합병과 관련한 기업의 전략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졌다.


고민을 들은 멘토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인수합병 부서를 새로 만드는 데 관심있으면 소개해주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할 회사를 찾고, 인수하고 나서 키우는 과정까지 모두 해볼 수 있는 업무였다. "인수합병 전반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새로 생기는 팀이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인수한 회사에 가서 몇 달씩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즐거웠습니다."


그는 이직에 관한 원칙이 있다. 아버지가 항상 해준 말이었다. '무작정 그만두지 말고 자연스럽게 시장을 살펴봐라. 자리를 확보해서 가는 게 좋다.'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전에도 휴가를 내 한국에 왔다. 사람들을 만나보고, 한국어와 문화도 익혔다.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후에는 모건스탠리 상사로부터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소개받기도 했다.


문화권이 다른 한국에서 일한다는 건 문제가 안됐다. 재밌는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모든 사람이 해외에서 일하는 게 맞을 수는 없습니다. 제 친형도 고향 근처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나랑 맞는지 아닌지 알려면 일단 도전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출처: /마크 테토 인스타그램
그는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이 만든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유산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서울노인복지센터을 후원했다.

⑥ 스타트업


삼성전자에서 4년 일하면서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막 시작하는 기업을 많이 봤다. 한국에서 알게 된 호창성·문지원 부부가 만든 스타트업 빙글로 옮겨 벤처 투자를 했다. 모건스탠리, 삼성전자 등 크고 안정적인 회사가 아닌 작은 기업은 처음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문화가 한국에서도 싹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씨앗을 좀 더 잘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많은 걸 받은 만큼 그걸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첫 직장인 맥마스터카, 모건스탠리, 삼성전자에서 얻은 금융과 투자 관련 경험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한국 창업자들에게 감동받았다"라고 말했다.


빙글에서 일하면서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코딩 등 개발 업무를 잘 해내는 인재들을 만났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하는 사람도 봤다.


"지금은 인터넷이 거의 공짜이고, 값비싼 장비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다"며 "안전한 길 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열린 마음으로 틀을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thinking outside of box)"라고 말했다. 

출처: JTBC 캡처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이직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마크 테토. 그는 12년간 총 4번 이직을 하면서 한 번도 전 직장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없었다. "지금 일하는 회사도 내가 일을 잘 할 지 못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나를 뽑은 것이다. 또 어떤 회사든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나중에 어떤 인연으로 만날 지 모르니 '예쁜 이직'을 해야 한다."

⑦ 이직


대학 졸업 후 12년간 총 4번 직장을 옮겼다. 그때마다 이유가 명확했다. 인생은 늘 바뀌기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는 '예쁜 이직'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새 직장에서 전 직장에 평판조회를 할 수 있다. 또 전 직장 동료에게 도움 받을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퇴사할 때마다 상사와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믿고 채용하고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겨 다른 회사로 옮기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그는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조언을 구하는 멘티들에게 "회사 생활이 힘들더라도 2년만 참아보라"고 말했다. "업무에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또 마음에 안 드는 상사가 있다면 '나중에 내가 리더가 됐을 때 저런 점을 고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기회도 된다." 

출처: 본엔젤스
한국 초기 벤처 투자회사인 본엔젤스에 벤처파트너로 합류한 마크 테토. 이곳에서 주로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반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한다. 최근 웹소설을 연재하는 '래디쉬'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⑧ 꿈


그는 현재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는 TCK인베스트먼트에서 일한다. 주로 해외 투자를 한다. 동시에 한국 벤처투자사인 본엔젤스에 벤처투자자(정규 파트너는 아니지만 투자 결정 등에 참여하는 비정규 파트너)로 합류해,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미국과 한국 시장을 잘 알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겪어봤습니다. 한국 기반으로 해외에 투자하고, 한국 스타트업을 외국에 알릴 수 있어 선택했습니다."


그의 꿈은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장해 5~10년 후 일자리를 창출하는 큰 기업으로 크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 쿠팡 같은 회사도 처음엔 몇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벤처기업에 투자를 많이 해야 나중에 대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일자리도 많이 생길 수 있고요."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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