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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돼 팬 10만명..러시아에선 벼락 스타된 한국 여성

조회수 2018. 11. 5.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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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민경하는 러시아에서 유튜브 스타다. 한국인 최초 러시아어 채널 ‘KYUNGHA MIN’은 한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유쾌한 일상 속에 담긴 위트 있는 답변들로 넘쳐난다. 오픈한 지 1년도 되기 전에 구독자 수 10만 명, 누적 조회 수 400만 회를 훌쩍 넘기며 러시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한국과 러시아의 소통을 꿈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출처: 민경하씨 제공

민경하를 찾아라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난 후 러시아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마약(Mayak)의 MC 세르게이 스틸라빈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 여자를 찾아서 인터뷰해줘요.”


세르게이 스틸라빈은 러시아의 유재석이라고 할 만한 최고의 인기 방송인이며,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80만 명에 이른다. 그는 소치올림픽이 한창일 때 거리에서 작고 당찬 한국인 통역관을 인터뷰한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에 올렸다. 다짜고짜 “너는 누구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유창한 러시아어로 한국과 평창에 대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영상은 러시아인들의 관심을 단숨에 집중시켰고, 온라인에서는 이 여성을 찾기 위한 탐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6년, 세르게이 스틸라빈이 한국 여성 민경하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 

러시아 최대 포털 메일루(Mail.Ru)에 소개된 민경하 관련 뉴스

“정말 깜짝 놀랐어요. 러시아에서 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거든요. 올림픽이 끝나고 교환학생을 마친 후 바로 귀국했어요. 지난해 제 유튜브 채널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러시아 네티즌들이 저를 찾아낸 거죠.”


그는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마약(Mayak)은 러시아 전역에 생방송이 될 만큼 인기가 높고, 직접 청취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방송에서 미리 챙겨 간 소주와 매운맛으로 유명한 라면 등을 소개했다. “몹시 떨렸던 것과 달리” 방송은 무척 재미있었다. 소주와 매운 라면을 맛본 진행자들과 유쾌한 농담이 오갔고, 청취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눴다. 세르게이 스틸라빈은 코너를 끝내고 스튜디오를 떠나려는 그를 방송 내내 머물도록 했고, 다음 날에는 아예 보조MC로 출연을 부탁했다.


방송 후 러시아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장 그의 채널 독자 수가 1만 명 이상 증가했고, 러시아의 최고 인기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다.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는가 하면, 유명 인사들이 그의 구독자임을 자처하며 입소문은 더욱 커져갔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는 그의 콘텐츠가 소개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된 짧은 기간 동안 그는 구독자 수만 10만 명, SNS 계정 포함 총 14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영어·러시아어·일본어·아프리카어 능통자

민경하씨가 러시아의 인기 방송인 세르게이 스틸라빈(오른쪽)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외국어 능력자다. 영국에서 공부한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 영국에서 살았고, 일찌감치 영어를 뗐다. 초등학교 시절 일제강점기 역사를 알게 된 후 “일본에 직접 사과를 받겠다”며 일어를 배웠고,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도 익혔다. 러시아어는 순전히 ‘점수’로 선택한 전공이었다. 관심은 적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교환학생의 기회도 잡았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그는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의 마사이족 고아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지만, 6개월이 지난 후 문화를 가르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얼굴이 하얀 백인들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에게 마이클 잭슨과 비욘세를 가르쳐주고, 한국의 문화도 알려줬다.


봉사를 마친 후에는 아프리카 오지로 히치하이킹 여행을 떠났다. 걱정하는 부모님께 유서 한 장을 보내놓고 떠난 길에서 그는 ‘사람들’을 만났다. 길에서 마냥 차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풀숲에서 자신과 함께 기다려주는 아이들, 언제나 기꺼이 차를 세워주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통해 편견의 벽을 넘으면 보이는 인간의 따뜻한 내면을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떠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는 러시아의 진짜 매력에 빠졌다. 무뚝뚝하고 배타적이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누구보다 속 깊게 챙겨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러시아다.

카자흐스탄 국영방송에 소개된 민경하 유튜브 영상 장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는 다양한 행사의 통역관으로도 활동했다. 소치 올림픽 의료통역과 코트라 주최 비즈니스 통역, 그리고 러시아 샤머니즘 연구팀의 통역을 맡아 러시아인도 잘 모르는 시베리아 공화국에도 다녀왔다. 낯선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이 즐거웠던 그는 한국이 아닌 전 세계를 다니며 일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귀국 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인 유튜버와 함께한 인터뷰는 그를 유튜브의 세상으로 이끌었다.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채널이었는데, 저를 인터뷰한 영상이 최고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그러자 아예 ‘경하, 한국 여자’라는 코너를 만들더라고요. 인기가 무척 높았는데, 이후 러시아 구독자들이 제 채널을 만들라며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어요.”

2016년 러시아 인기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마약에 출연해 스태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상과 편집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던 그는 가로 영상을 세로로 올리거나, 무삭제 영상을 그대로 공개하는 실수를 반복했다. 그러자 보다 못한 구독자들이 ‘경하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상 제작과 편집 노하우 등 친절한 코칭은 물론, 다양한 질문으로 콘텐츠 아이디어를 채워줬다.


그의 콘텐츠는 한마디로 ‘한국과 러시아에 대한 질문과 답’이다. 한국 여성이 경험한 러시아, 러시아인이 궁금해하는 한국, 한국인이 궁금해하는 러시아를 그의 시선으로 담는다. 대중문화, 음식, 뷰티, 연애, 패션, 여행 그리고 사회적 이슈 등 주제에 제한은 없다. 물론 전문지식을 다루는 건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국 여성이 체험한 ‘솔직한 생각’에서 다름의 재미를 느끼고, 양국의 일상적 삶을 공감한다.


“아직도 실수를 많이 해요. 한번은 ‘오징어(깔마)가 밤새 물어서 잠을 못 잤다’고 말해서 구독자들의 큰 웃음을 유발한 적이 있어요. 원래 모기(카마)라고 말한 건데, 발음이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대본은 쓰지 않아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완벽함이 아니거든요. 자연스러운 차이를 실수를 통해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러시아 그 사이에서

자유로움과 솔직함을 추구하지만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전혀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의견이 마치 전문가의 지식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한다. 때문에 러시아에 머물 때도 한국 뉴스는 꼭 챙겨 본다.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시작한 후 한국 구독자가 증가하면서 러시아의 이야기 역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얼마 전 형부가 연락을 주셨어요. 우연히 러시아 학생을 만났는데 한국에 온 이유를 물었더니 제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왔다고 하더래요. 제가 강연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꿈이 없었는데, 누나 영상을 보고 러시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분들 때문에 계속 콘텐츠를 만드는 것 같아요.”


지난해 말 그는 ‘온라인 한국어 교실’을 시작했다. 구독자들의 요청으로 주1회 진행하는 수업은 대기자가 많아 조만간 주 3~4회로 늘릴 계획이다. 이 외에 직접 녹음한 한국어 음성사전 무료 서비스, 온라인 ‘경하상점’ 오픈 등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도 도전 중이다. 약 3개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꽤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보드카 먹은 불곰(팟캐스트)’ 출연, 기업 대상 강연, 한국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러시아 방송 TB3의 프로그램 출연을 비롯해 구독자와 약속한 중요한 프로젝트도 모두 완료해야 한다.


“러시아 구독자들을 위한 평창 동계올림픽 콘텐츠를 제작할 겁니다. 내년에는 한국 구독자들을 위한 러시아 월드컵 콘텐츠도 만들어야죠. 아직 서로를 모르는 양국의 사람들, 러시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제가 할 일은 한국과 러시아의 중간에서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 김미량 객원기자, 사진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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