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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3년차 9급 '칼퇴하는 지상낙원,자살 공무원?상상못해

조회수 2018. 11. 5. 13: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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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지방직 9급 공무원 임용시험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울릉도 공무원’이 화제다.

디시인사이드 공무원갤러리를 비롯한 ‘공시생’ 커뮤니티에서는 “커트라인이 낮아 합격이 쉽다” “정작 울릉도 출신은 없다더라” “나갈 수만 있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더라”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내용이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울릉도 공무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돌고 있다

울릉군이 소속된 경북은 3월 14일부터 9급 시험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전날인 13일엔 서울·대구·경남·제주가 일제히 접수를 시작했다. 4월말까지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접수가 이어진다. 올해 17개 시·도 지방공무원 9급 신규채용 규모는 총 1만2016명.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시·도는 오는 6월 17일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른다. 서울시 필기시험은 6월 24일이다. 

출처: 각 시·도 홈페이지
지방직 9급 공채 지역별 일정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 공무원이 온라인에서 유독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울릉군은 올해 34명의 9급 공무원을 채용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오해일까. 울릉도에서 근무 중인 3년차 9급 여환용(41) 주무관을 통해 소문 5가지에 대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출처: 본인 제공
업무를 보는 중인 울릉군청 9급 공무원 여환용 주무관

①커트라인 매우 낮다?(O)

여씨는 “커트라인이 낮은 건 사실”이라며 “과목당 평균 60점 초반대로 합격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9급 시험은 5개 과목을 치른다. 과목당 20문제, 문제당 배점은 5점이다. 일반행정 직렬 지원자는 필수과목 3개(국어·영어·한국사)와 선택과목 2개(사회·과학·수학·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 중 택2)를 본다. 

출처: 관련 법령 참조
직렬별 9급 필기시험 과목

실제 합격선(커트라인)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2016년 울릉군 9급 일반행정 직렬 커트라인은 5개 과목 평균 63.34점. 총점으로 환산하면 316.7점이었다. 당시 20명을 뽑는데 131명이 지원, 6.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십~수백대의 경쟁률을 뚫어야하는 다른 지자체와 간극이 크다. 인천시 계양구(400.11점)나 대전광역시(393.88점), 광주광역시(390.19점) 등 도시 지역과는 커트라인이 80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수도권과 멀고, 인구가 적은 강원도 시군과 비교해도 수십점 낮은 수준이다. 모든 지역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사실상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출처: 경기도청·강원도청 홈페이지
2016년 9급 일반행정 직렬 경기도(왼쪽)와 강원도의 커트라인. 울릉도는 수도권인 경기도 도시들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합격선이 낮았다

주요 지역과의 격차인 80점이면 16개 문제. 한두문제 차이로 합격 여부가 갈릴 수 있는 공무원 시험에서는 엄청난 차이다. 한 공무원시험 전문가는 “‘신경향’ 문제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며 “기출 위주로만 대비해도 합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험에 도전, 2015년 합격한 여씨는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한 기간은 2년 가량”이라며 “다른 공시생과 비교하면 합격으로 가는 길이 순탄했다”고 했다.  

②울릉도 출신이 없다?(X) 

“커트라인이 낮은 점을 노리고 아무런 연고(緣故)가 없는 이들이 시험에 합격, 울릉군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수년 전 한 언론 매체가 “울릉군청에 울릉도 출신이 없다”고 보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여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절반은 연고가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여씨는 처가가 울릉도였다. 그는 “도시 생활이 답답하던 차에 원래 하던 일(병원 사무장)을 그만두고 2010년 장모님이 사는 울릉도로 왔다”며 “안정적인 직업을 찾다가 공무원을 ‘제2의 인생’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출처: 경북도청 홈페이지
울릉군 지원요건

울릉군도 다른 지자체처럼 응시자에 대한 ‘거주 제한 규정’이 있다. 올해 시험의 경우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한다. ‘2017년 1월 1일 이전부터 당해 시험의 면접시험 최종예정일까지 계속하여 울릉군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갖고 있는 자’ 혹은 ‘과거 울릉군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기간이 모두 합산하여 3년 이상인 자’다.


주민등록지만 미리 이전해두면 시험 응시자격이 충족되는 셈이다. 여씨 말대로 지역에 연고가 없는 울릉군 공무원이 절반이나 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출처: 울릉군청 제공
울릉도의 그림 같은 풍경. 왼쪽은 도동항, 오른쪽은 내수전 전망대

③근무강도는 약하다?(O) 

“근무 강도는 약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여씨는 “맞는 말”이라며 “삶의 여유가 어떤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이 최상인 직업이 바로 울릉도 공무원이었다. 요즘엔 공무원들도 어렵다는 ‘나인 투 식스(9 to 6)’가 가능한 곳이 울릉도다.


오전 7시에 기상하는 여씨는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8살난 아들을 군청 인근의 유치원에 데려다준뒤 출근을 한다. 군청에 도착하면 대략 오전 8시30분. 공보업무를 맡고 있는 여씨는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언론대응, 대외 행사 등을 하며 업무시간을 보낸다. 때때로 케이블 점검도 나간다. ‘칼퇴’하고 집에 오면 보통 오후 6시30분이다. 

출처: 울릉군청 제공
텐트만 펴면 캠핑장이다. 행남 해안산책로 전경

3살난 아들까지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여씨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아이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낸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울릉도는 나가서 텐트만 치면 그곳이 캠핑장이다. 눈이 오면 ‘자연눈썰매장’이 생긴다. 여씨는 “어딜 가든 풍경이 그림같다”며 “항상 마음 속에 동해바다의 푸르름을 간직하고 산다”고 했다.


민원 부담도 적은 편. 2009년 당시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인구 1만명당 공무원수를 조사했다. 울릉군이 343.2명으로 압도적 1위. 최하위인 대구 달서구(16명)와 비교하면 ‘공무원 밀도’가 21배나 높았다.


그러나 다른 지역엔 없는 울릉도 공무원만의 애로도 있다. 전국 최고 수준 강설량 탓에 폭설이 내릴 때마다 군청의 모든 공무원이 눈을 치우러 나가야 한다. 

출처: 조선DB
제설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울릉도 공무원과 주민

④물가가 비싸다(O) 

“물가가 비싼편인데다 인프라가 열악한 동네”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공무원이 자주 가는 점심 백반이 한끼에 8000원선.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 14일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울릉군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749원이었다. 전국 평균(1510원)보다 높다. 심지어 서울 강남구(1750원)와 비슷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출처: 오피넷 홈페이지
2017년 3월 14일 현재 오피넷에 등록된 울릉도 지역 휘발유 가격

24평 아파트 시세도 1억4000만원 안팎으로 경북의 다른 중소도시와 비교하면 싼 편은 아니다. 여씨의 경우 17평짜리 주택(전세 6000만원)에 거주한다. 대부분 물품이 배를 거쳐 들어오다보니 운송비 때문에 물가가 비싸다.


인구 1만명 도시인 울릉도엔 영화관은 물론이며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아예 없다. 여씨는 “유일한 프랜차이즈는 치킨 가게 정도”라며 “4대 시중은행도 없다”고 했다. 금융 기관은 농협이나 수협을 이용한다. 사교육 시설 역시 영어나 수학 등 주요 교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 수준이다. 종합병원급의 시설을 갖춘 보건의료원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출처: 네이버 지도
울릉도에서 육지로 가려면 배로 이동해야한다. 강릉, 묵호, 후포, 포항 방면을 오간다

여러모로 열악한 울릉도의 주거여건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들어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소가 생겼다. 포항·강릉 등 육지로 가려면 배로 3시간 안팎 걸리는 불편한 교통도 차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2년 울릉공항 건설 작업이 끝나면 서울과 거리가 1시간으로 줄어든다. 

⑤울릉도가 싫어 떠나는 공무원 많다(△) 

법령상 지방공무원 전출 제한 기간은 지자체별로 최대 5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울릉도는 5년이다. 말하자면 울릉도에서 5년간 근무하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문턱이 낮은 점을 이용해 울릉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5년 근무한 뒤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가는 공무원도 제법 있다. “전출 제한기간만 채우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출처: 울릉군청 제공
2012년부터 5년간 울릉도 공무원 신규임용과 감소내역. 정년이 아닌데도 스스로 그만둔 '의원면직'과 전출을 합하면 143명으로, 신규임용 숫자(147명)와 비슷하다

2012년부터 5년간 신규 임용된 울릉군 공무원은 147명. 같은 기간 전출은 85명. 정년 이전에 스스로 그만둔 '의원면직(58명)'까지 합치면 143명에 달한다. 그러나 여씨는 “모두 울릉도가 싫어서 떠나는 인원은 결코 아니다”라며 “큰 뜻을 품고 자신의 행정력을 발휘하기 위해 나가는 분도 적지 않다”고 했다. 울릉군 9급 출신으로 경북도청으로 전출, 4급 서기관까지 승진한 사례도 있다.


여씨는 “나중에 나갈 생각으로 왔더라도 작은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인심 때문에 눌러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곳에선 공무원과 주민이 웬만하면 안면을 트고 있다. 여씨는 “육지에서는 악성 민원인에 시달려 자살하는 공무원도 있지 않느냐”며 “여기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민원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이다보니 얼굴을 붉히거나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출처: 울릉군청 제공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 독도는 행정구역상 울릉군에 포함된다. 울릉군 독도리다

여씨는 “장단점을 모두 살펴보고 울릉도 공무원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안정적인 직장과 저녁이 있는 삶, 두 가지를 원한다면 가장 적합한 직장”이라고 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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