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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로 안면마비→특성화고 수석졸업→신의직장 뚫은 그녀 "고졸 취업 만만치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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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신의 직장 뚫은 그녀
자의로 특성화고 진학, 인천세무고 수석 졸업
쉽지만은 않았던 공기업 취업…스트레스로 안면마비까지
낮에는 회사, 밤에는 대학 다닐 예정 “회계 전문가가 목표”

2012년 인천세무고등학교(이하 인천세무고) 2학년이었던 이단비(22)씨는 갑작스레 안면 신경마비 증상을 경험했다. 입과 얼굴의 반쪽에 마비가 생겼다. 갑자기 한쪽 눈이 잘 안 감기기도 한다. 주로 스트레스로 인해 이런 증상이 발생한다.


한창 취업을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때였다. “정말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침 맞으러 다니면서도 자격증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이런 노력 끝에 2학년 때 증권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특성화고는 2학년 때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성공했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회사가 사정이 생겼다며 입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현재 이씨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양지사 영업부 4년차 사원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7000만원, 평균 근속 연수는 12년, 초봉은 3000만원이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씨는 어떻게 취업에 성공했을까.


◇부모님 설득 끝에 특성화고 진학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인문계든 특성화고든 각자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졸 취업자에 대한 ‘대졸 역차별’ 논란이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졸 취업도 험난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석 졸업으로 받은 표창장

출처이단비씨 제공

일부에선 ‘특성화고는 공부를 못하는 중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이씨는 중학교 시절 내신 성적이 상위 10%였다.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 ‘숫자에 대한 감이 있는 것 같으니 회계나 세무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인천세무고의 설명회를 듣자마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심을 굳힌 그녀는 부모님을 설득했다. 처음엔 ‘왜 특성화고에 가느냐’고 반대했다. “인문계에서 어중간한 성적을 받는 것보다는 특성화고 전교 1등이 낫지 않느냐며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어차피 취업이 목표잖아요. 그럴 바에 빨리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에 진학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실제로 이씨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인천세무고를 수석 졸업했다. 이씨는 “부모님이 지금은 누구보다도 저를 응원해주신다”며 “졸업과 함께 한국지역난방공사 취업이 결정되자 뛸 듯이 기뻐하셨다”고 했다.


◇좌절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졸업을 앞둔 2013년 연말. 고교 시절 줄곧 전교 1·2등을 다퉜던 이씨는 그때까지도 취업이 결정되지 않았다. 증권회사 입사가 취소된 탓이었다.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유독 춥게 느껴진 겨울이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지역난방공사 공채 공고가 떴다. 이씨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후회 없을 만큼 노력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이단비씨

출처이단비씨 제공

예상치 못한 공고였지만 이씨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당시 ‘금융 3종 세트’로 불렸던 자격증(펀드투자상담사자격증,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파생상품 투자상담사자격증)을 모두 딴 상태였다. 펀드투자상담사자격증의 경우 ‘7수(修)’ 끝에 취득했다. 기출 문제집 한 권을 10번씩 반복하며 풀었다. 금융·회계 동아리에서 동아리원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작성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채용 과정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전경

출처이단비씨 제공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고졸 공채 전형에선 내신과 자격증이 중요하다. 서류를 통과한 다음엔 필기시험을 치렀다. 인·적성검사와 전공과목, 시사 상식 시험을 봤다. “당시엔 인·적성검사가 삼성그룹의 직무능력평가 시험인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와 비슷한 유형이었어요. GSAT 기출을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죠.”


사무직 전공과목 시험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인강(인터넷 강의)과 기출 풀이를 통해 대비했다. 시사상식 시험은 학교 동아리원과 함께 스터디를 하며 준비했다. 최근 이슈를 정리하고 함께 토론을 하는 식이었다.


필기시험 통과 후엔 면접 전형. 단 하루 만에 총 세 차례의 면접(인성·토론·상황)을 봤다. 인성면접은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진행됐다. 주로 학창시절 경험했던 활동들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토론면접은 5명이 한조로 들어가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토론을 하는 방식. 이씨가 받은 주제는 공기업 민영화였다. 사회자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형식이었다. 상황면접은 특정한 상황을 주고 지원자가 생각하는 참신한 해결책을 물었다. '새로운 발전소 건설에 대해 주민의 반대가 심할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와 같은 질문이었다.


◇취업과 대학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

회사 생활 초반엔 실수도 많았다. “이론과 실제는 달랐습니다. 머리로만 알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한 번은 시스템 처리를 잘못해서 난방비 연체료 계산을 실수한 적이 있어요. 저 때문에 선배도 같이 야근한 적이 있는데 정말 죄송했습니다.” 

이단비씨 사원증과 사무실 책상

출처이단비씨 제공

어느 정도 일이 적응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문득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졌다. “학교 축제나 과·동아리 MT를 가는걸 보니 정말 부럽더라고요. 직업에 불만은 없었지만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못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침 ‘선(先) 취업 후(後) 진학’ 제도인 재직자 특별전형이 있었다. 취업 3년 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특성화고 출신 직장인을 뽑는 전형. 이씨는 중앙대 지식경영학부에 합격, 오는 3월부터 대학을 다닌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엔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다.


‘선취업 후진학’ 제도에 대해 대졸자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시선도 있다. “고졸은 취업도 쉽게 하는데 나중에 대학까지 가느냐”는 것이다.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그런 시선이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고 했다. “취업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 후에 우리 회사의 경우 고졸은 7급으로 시작해요. 반면 대졸은 6급(을)로 입사하죠. 7급에서 6급(을)이 되는 데는 4년이 걸립니다. 출발선이 다른 거죠. 그러나 공부한 기간을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차별이 아닌 차이인 거죠.”


현재 영업부서에 있는 이씨는 “일단 대학 졸업이 목표”라고 했다. “대학에서 더 심도 있는 회계 지식을 배워 회계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회계였거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회계 관련 업무를 맡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수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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