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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치고 미국행 '꿈의 직장' 2년만에 초고속 승진한 비결

한국서 대학 나와 27세 늦깎이로 떠나 14년 지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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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꿈은 바뀔 수 있어요
한국서 대학 나와 광고회사 입사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애니메이션 전공
입사 2년 만에 '7600억원' 매출 쿵푸팬더2 담당

2010년 개봉한 영화 '슈렉 포에버'. 피오나 공주와 결혼해 세 쌍둥이 아빠가 된 슈렉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았다. 애니메이션에 오우거(슈렉과 같은 종족)들이 방패를 들고 춤추는 장면은 사실 한국의 부채춤을 빌려왔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전용덕(46) 드림웍스 촬영감독. 군무 장면을 두고 고민하는 제작진에게 부채춤 영상을 보여준 게 계기였다.

전용덕 촬영감독이 참여한 영화 '슈렉 포에버' 속 부채춤 장면. 영화 내용상 부채가 아닌 방패가 쓰였다.

출처CJ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전 감독은 2003년부터 14년 간 드림웍스에서 일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입사 2년만에 당시 최초의 비영어권 출신 팀장으로 승진한 '천재 감독'이기도 하다. 드림웍스 직원 2000여명 중 팀장급은 7명에 불과하다. 저력은 무엇일까. 답은 '긍정은 나의 힘'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드림웍스 촬영감독이 된 전용덕씨. 그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동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실력과 함께 밝은 성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영어도 못한 채 미국으로 갔고,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한 번도 좌절한 적은 없다. 비영어권 출신으로 세계적 실력자가 모인 드림웍스에 정착하기까지 긍정적인 그의 성격이 큰 영향이 줬다. 왼쪽 사진은 전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 '슈렉포에버'에 들어간 부채춤 장면.

출처본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1. 취미였던 미술을 전공으로 택하다


그는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전 감독은 "형과 동생 사이에서 지내면서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뛰어나진 않았기에 취미로만 여겼다.


고교 2학년 때 문과, 이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예술분야가 적성에 잘 맞아 예체능계열, 그 중에서도 미술을 전공하기로 했다. 순수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디자인을 권했다. 서울시립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다. 현재 직업인 애니메이션 촬영 감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전공이다.


"부모님은 직장에 들어가 안정적인 일을 하길 바라셨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선택한거죠. 인생은 길어요. 언제든 바꾸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2. '우물 안 개구리' 꿈이 바뀌다


대학 입학 첫해인 1990년. 서울 상명여고 앞 즉석 떡볶이 집에서 DJ로 일했다. 첫 아르바이트였다. 첫 월급은 부모님을 드렸고, 다음달 월급으로는 친구들과 양념치킨과 맥주를 실컷 사먹었다. 입시 미술학원에서 데생 강사로도 일했다.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걸 배웠어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손에 쥔 돈은 적었거든요.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처음 꿈은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교수님도 멋져 보였다. 군대 제대 후 3학년 때 광고 회사 '금강기획' 인턴을 했다. '광고쟁이'로 꿈이 바뀌었다.


"두 달간 인턴을 하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생각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직업과 전문가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쉽게 지나쳤던 광고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통계적·창조적으로 제작된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광고 회사에 다니던 시절. 대학에 들어갈 때 꿨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은 광고회사 인턴을 하면서 바뀌었다. 그는 "꿈이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인생은 길다. 우리가 조금 더 꿈에 관대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출처본인 제공

3. 천직인 줄 알았던 꿈 바뀌기까지


1996년 말, 대학 졸업 후 금강기획에 입사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신문, 잡지 등 지면 광고를 맡았다. 일이 너무 재밌어 천직이자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다.


일 잘하는 신입사원으로 인정받으며 1년을 보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어느 날 폭탄선언을 했다. "더 큰 물에서 배우고 싶어. 미국 유학을 가려고 해." 충격이 컸다. '내 친구가 저렇게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전공을 정하고 유학하는 사람들과 달리, 우선 떠나기로 하고 뭘 공부할 지 고민했습니다." 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라는 교수님 조언에 애니메이션을 택했다. 동화처럼 순수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목표를 세웠다. "디즈니의 본고장 미국에서 공부하고, 월트디즈니사에서 일하자." 

"큰 물에서 일해보고 싶다"라는 친구의 말에 결심한 미국 유학.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정해진 학교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그는 한 번 결심하면 일단 바로 도전하는 성격이다. "당장 관련이 적어보여도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금쪽같은 1분 1초를 허비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출처본인 제공

4. 영어 못해도 일단 미국으로 고!


결심하자 마자 사표를 냈다. 한국 나이 스물일곱. 외환위기로 취업이 어려운 때 무모한 선택처럼 보였다. 20년 전에는 지금과 달리 20대 후반이면 사회에서 자리잡아야 하는 나이였다.


영어도 못하면서 정해진 학교도 없이 미국으로 갔다. 모아놓은 돈으로 어학연수를 했다. 간절히 매달렸던 덕일까. 대학 시절 내내 재수강을 겨우 면하던 영어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한 달 만에 영어로 꿈을 꿀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일찍 부딪치면서 배우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유학준비를 하면 훨씬 편하고 쉬웠겠죠. 그런데 괜히 회사를 그만뒀다고 후회할 것 같았어요. 늦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늦깎이 유학생활이 오히려 인생을 진지하게 사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대학원(SVA·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 입학했다. 교수님이 하나 하나 가르쳐주는 한국식 수업이 아니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배우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처음엔 실망스럽고 학비가 아까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죠. 미국 대학원은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연구하는 곳이지, 중고등학교처럼 선생님이 말해주는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었던 거예요." 미국 대학원에 익숙해지자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빅아이디어에 다니던 시절. 2년 뒤 회사는 부도났지만, 그때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던 포트폴리오는 드림웍스로 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출처본인 제공

5. 취업, 부도, 해고…산전수전 겪다


졸업 2개월 전부터 취업에 나섰다. 대부분 경력자를 구했다. 50곳 이상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이메일과 우체통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다. 한 곳도 합격하지 못했다. 몇 군데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다. 취업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이라 불합격. '혹시 업무가 바쁘지 않을 때 다른 부서 일을 도와줄 수 있냐'라는 물음에 '제 할 일만 하겠다'라고 답해 탈락한 적도 있다.


2000년 10월, 구직 7개월 만에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다. 몇 달 뒤 규모가 조금 더 큰 '빅아이디어'에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입사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을 촬영감독으로 일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아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2003년 4월 회사가 부도났다. 첫째를 낳고 얼마 안됐을 때였다. 2주 안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비자 문제로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상황. 80곳에 이력서와 3분 30초짜리 데모릴(포트폴리오 동영상)을 보냈다. 포기하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투자한 시간과 돈이 아까웠어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정리해고 당해서 돌아가는 건 더 싫었습니다."


얼마 뒤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연락오는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기대없이 열어 본 정크메일함. 거기에 드림웍스 인사 담당자가 보낸 메일이 있었다. 보낸 날짜는 2주 전. '당신을 찾고 있으니 연락달라.' 전화기 너머로 "용(Yong·전용덕 감독의 영어이름)을 찾았다"라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 '드림웍스'. 회사는 마치 놀이동산 같이 꾸며져 있다.

출처본인 제공

6. 꿈의 직장 드림웍스


전화 면접 3~4일 후 합격통지가 왔다. 이례적이었다. 보통 전화 면접, 대면 면접 등을 거친다.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를 풀게 할 때도 있다. 당시 전화 면접관이었던 촬영감독이 입사 후 해준 말. "포트폴리오로 보낸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이라 함께 일하고 싶었다. 통화할 때 잘 웃고 성격이 밝아보여 좋았다."


입사 6개월 후 장편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팀장 자리가 났다. 한 동료가 말했다. "용,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라고 했지. 어서 가서 팀장한다고 해." 농담이라고 생각한 전 감독은 "입사 6개월 밖에 안됐는데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


당시 동료가 해준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네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 지금 말해서 가장 좋은 건 팀장이 되는 거고, 최악은 팀장이 안되는 거야. 가장 나쁜 게 지금이랑 같은 위치니까 잃을 게 없어."


담당자에게 팀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리더를 해봤냐는 질문에 대한 답. "삼형제라 위로 형 잘 모시고, 동생을 평생 리드하면서 살았다. 대학에서 과대표도 해봤다. 군대에서 쫄병도 많이 데리고 있어 봤다."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답을 자신감 있게 했다. 의외로 귀담아 들어줬다. 결과는 전 감독보다 훨씬 경력이 높은 사람이 선정됐다. 하지만 1년 반 뒤 '쿵푸팬더2' 팀장 자리가 났다. 전 감독이 선임됐다. "'하고 싶다' 말했기 때문에 기회가 온 거였습니다."


드림웍스에는 팀장을 뽑을 때 팀원 의견을 일일이 듣는다. 전 감독에 대해서는 '성실하다'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같이 밥먹자고 이야기한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실력도 있었지만 밝은 성격에 반한 동료가 많았다. 

(맨 왼쪽)최근 개봉한 영화 트롤(맨 오른쪽 사진)을 촬영하면서 다른 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전용덕 감독. 가운데 사진은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해 애니메이션에 반영하는 모션캡처 기술로 촬영하는 장면. 다른 사람과 일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 감독은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애니메이션 작업 특성과 잘 맞는다.

출처본인·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애니메이션 '크루즈 패밀리'가 개봉하던 날 드림웍스 본사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과 함께 찍었다.

출처본인 제공

7.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까지


전 감독이 최근 참여한 작품은 '트롤'. 드림웍스 최초 뮤지컬 코미디 장르다. 팝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음악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항상 긍정적인 파피와 항상 회의적인 브랜치가 만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내용이다.


등장인물의 머리카락이 특이해 촬영 중 에피소드가 많았다. "극중 한 캐릭터의 환상적인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7개 부서 팀장과 프로듀서가 모여 2주동안 회의를 했습니다." 리듬감을 담기 위해 한국 걸그룹 뮤직비디오도 참고했다.


어려운 장면을 찍는 노하우는 뭘까. "머릿 속으로 여러 번 촬영 계획을 세워봅니다. 일을 진행할 때 오류를 줄이고, 작업 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영화관과 박물관도 자주 찾는다. 낯설고 흔히 보지 못한 것을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전 감독이 첫 팀장을 맡은 쿵푸 팬더2는 전세계적으로 약 7600억원 가량 벌여들였다.

출처본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8. 전 세계에 웃음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


14년간 드림웍스를 다니며 두 가지 때문에 행복했다. 첫째는 경험해보지 못한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새롭게 뭔가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는 회사가 직원을 믿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쿵푸팬더2'가 성공한 뒤 디즈니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다.


"앞으로 총감독이 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 목소리와 생각이 들어간 작품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다음 편은 전용덕 감독이 말하는 '꿈의 직장 드림웍스'입니다. 전 감독은 드림웍스를 다니는14년간 야근을 해본 게 단 5일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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